與 당권 레이스 ‘자폭 전대’ 양상에<br/> TK의원·단체장들 韓 후보 비판<br/>‘韓 대세론’ 악재 여부 ‘관심’ 쏠려
국민의힘 한동훈 후보가 나경원 후보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사건 공소 취소 부탁을 폭로한 것을 놓고 당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18일 대구·경북(TK) 의원은 물론 TK단체장까지 공개적으로 한 후보를 비판하고 나서자, 한 후보는 “신중하지 못했던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하며 진화에 나섰다. 여권 내에서는 한 후보의 실언이 한동훈 대세론에 악재가 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한 후보는 지난 17일 CBS에서 진행한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토론회에서 “본인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를 부탁한 적 있지 않느냐”며 폭로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김정재(포항북) 의원은 이날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모인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 한 후보의 전날 발언을 두고 “저도 같은 법정에서 5년째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이라며 “제가 피고인이 된 이유는 당시 민주당의 공수처법 선거법 일방 처리를 막기 위해 우리당 의원들과 보좌진 사무처 동지들과 하나되어 처절히 투쟁한 죄 밖에 없다”고 했다.
이철우 경북지사도 국민의힘 외곽 조직 ‘새미준’(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정기 세미나에 참석해 “어제같이 (한 후보가) 나 후보가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부탁했던 걸 까발린 게 참 기가 막힐 일 아니냐”며 “이런 사람들이 (당 대표 후보로) 나왔으면 당원들이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 당을 망하게 하는 것이다’라고 해야 하는데 임영웅 보듯이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탤런트 보듯이 ‘옷 잘 입네, 안경 좋네’ 하면 되겠느냐”면서 “당원 교육이 안되니 일반인과 당원이나 뭐가 다르냐. 당원 교육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태흠 충남지사도 “경망스러움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한 후보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에 앞서 홍준표 대구시장도 전날인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YS(김영삼 전 대통령) 집권 후 포철 회장 박태준씨의 조세포탈 사건도 공소 취소한 전례가 있다”며 “자기가 불리하면 무엇을 더 까발릴지가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나 후보가 공소 취소를 요청했다는 패스트트랙 사건은 문재인 정권의 전형적인 정치수사 사건이고 정치재판 사건”이라며 “그 사건으로 탄생한 법이 현재 무용지물로 전락한 공수처이고 기괴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라고 주장했다.
경쟁후보들도 한 후보의 당 정체성 인식과 당을 이끌 자질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나 후보는 “한 후보가 해야 될 말과 하지 말아야 될 말에 대한 분별이 없는 것 같다. 좌충우돌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고, 원희룡 후보 역시 “피아 구분을 못하고 동지 의식이 전혀 없는 걸 보면 정말 더 배워야 한다. 동지 의식이 없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드러낸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일자 한 후보는 하루 만에 사과했다. 한 후보는 이날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의원 간담회 뒤 기자들과 만나 “저도 말하고 ‘아차’했고, 괜히 했다는 생각을 했다. 신중하지 못한 점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조건 없이 사과한다”며 “제가 대표가 되면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재판에) 법률적 지원을 지금보다 더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2019년)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은 공수처법 등 악법을 막는 과정에서 우리 당을 위해 나서다가 생긴 일”이라며 “이 사건으로 고생하는 분들을 폄훼하려는 생각이 아니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했다. 정체성 시비로 확산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사과한 것으로 분석된다.
당 대표 후보들의 ‘자폭 전대’ 양상에 야권은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반드시 수사를 통해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고 불법이 드러날 경우 엄정하게 사법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형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