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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도 훔친다… ‘딥보이스’ 보이스피싱의 덫

단정민기자
등록일 2024-08-04 20:17 게재일 2024-08-0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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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술로 목소리 베껴 범죄 악용 <br/>  모르는 번호로 전화 걸어 샘플 채취<br/>  3초 분량으로 말투·문장 완벽 구현 <br/>  중국에선 피해자 얼굴과 결합시킨 <br/> ‘딥페이크 피싱’ 범죄로까지 진화<br/>“SNS 등에 얼굴 이미지나 영상 등<br/>  개인정보 사항 올릴 때 주의해야”

# 지난 5월, A씨는 한통의 전화를 받고 경악했다. 딸을 납치했으니 3000만원을 달라는 것이었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소리는 실제 딸의 목소리였다. 딸의 목숨이 경각에 달려있다고 생각한 A씨는 돈을 입금하기 위해 은행을 찾았다. 다행히 A씨의 태도가 이상하고 큰돈을 허겁지겁 입금하려는 모습에 수상함을 느낀 은행 직원의 발빠른 대처로 피해를 보지는 않았다.

최근 A씨의 사례처럼 딥보이스를 이용한 보이스 피싱의 피해사례가 늘고 있다.

딥보이스란 인공지능(AI)의 핵심 기술인 딥러닝(deep learning)과 목소리(voice)의 합성어로 AI 기술을 활용해 특정인의 목소리를 똑같이 내는 기술을 말한다.

미국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업체 맥아피에 따르면 생성형 AI를 사용할 경우 3초 분량의 목소리 샘플만으로도 특정인의 말투와 문장을 완벽히 구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에서도 딥보이스 피해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지난 2021년 10월 아랍에미리트의 한 은행은 평소 거래하던 기업 임원을 사칭한 딥보이스 피싱에 속아 3500만 달러를 송금했다. 지난해 3월 캐나다에서는 치료비를 보내달라는 아들 목소리 AI 피싱에 속은 부모가 보이스피싱범에게 2만 1000달러를 보내기도 했다.

지난달 20일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최근 딥보이스를 활용한 피싱 범죄가 얼마나 넓게 퍼져있는지를 짐작하게 하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어느 날 한 통의 전화를 받았는데 전화를 건 사람이 말을 한마디도 안 했다. 최근 4차 산업혁명과 법 수업 당시 교수님이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을때 상대방이 아무 말도 안 하면 절대 먼저 말하지 마라. 여러분의 목소리를 따서 가족한테 사기 치려고 그러는 거다’라고 하신 말씀이 생각나 전화를 끊었다”고 털어놓았다.

게시물을 접한 누리꾼들은 “나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지인이 진짜 당했다”는 등의 댓글로 피해사례를 공유했다.

보이스피싱 수법이 인공지능(AI) 기술과 결합하며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 과거 단순한 사기 전화에서 시작된 보이스피싱이 이제는 가족과 지인의 목소리를 완벽하게 모방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경북경찰청 조사 결과 작년 보이스피싱 검거 건수는 823건, 검거 인원 866명, 피해 금액은 무려 130억 4000만 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보이스피싱 수법이 과거와는 크게 달라졌다고 지적한다. AI 기술의 발전으로 사기 수법이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윤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금융범죄가 점차 고도화·정교화 하고 있다. 한 예로 중국 항저우의 보이스피싱 조직은 방송 등에 출연한 검사의 얼굴에 조직원 음성을 입힌 딥페이크(deep fake) 피싱 범죄를 개발하는 수준까지 올라섰다”며 “자신의 스마트폰에 얼굴 사진, 지문, 목소리 등이 담긴 이미지나 영상 등을 되도록 남기지 말고 특히 개인 소셜미디어(SNS)에는 개인정보와 관련된 사항은 일절 올리지 않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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