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철
오죽하면 내 어깨에 누우랴마는
몸이 아프면 내리는 눈발도 아파 보이는 때가 있다
이제 그렇지는 않고
고운 눈에게는 고운 눈의 삶을 돌려준다
그 대신 내가 아플 때
당신도 아프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럴 수만 있다면 당신도 돌려주고 싶다
할 수만 있다면 내 발자국 들어내고 싶네
이런 사랑뿐이라는 것이 못내 가슴 아프다
사랑하는 동안 살아가는 동안
눈 쓰는 자루와 비 쓰는 자루가 달라서
함께할 수 없는 자리
끝내, 결코 이곳을 떠나지 않고
둘이 될 수 없는 길
기어이 멈추지도 않는다
‘당신’은 누굴까. 제목을 따라 시가 아니겠는가. “내가 아플 때” 아파하는 ‘당신’, 시. 그럴 때면 “고운 눈에게는 고운 눈의 삶을 돌려”주듯이, 시도 시 자체에게 돌려주고 싶다는 것이 시인의 마음이다. 그런데 가슴 아프게도, 그것이 시에 대해 할 수 있는 사랑의 전부라는 것, 시인과 시는 합치될 수 없기에. 하지만 시인과 당신은 둘이 될 수도 없어서, 시인은 “끝내, 결코” 시가 있는 “이곳을 떠나지 않”는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