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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봉사활동으로 지역사회와 소통… “그저 함께 살아가는 것”

김재욱기자
등록일 2024-09-19 18:30 게재일 2024-09-2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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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봉사단’ 24년간의 여정
하정명 대구코어운용센터지부장,이상열 대구ICT기술지부장 ,정재윤 대구고객본부지부장

기업이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실현하는 가치는 단순한 기부나 자선 활동을 넘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있다. 이는 기업이 속한 지역사회와의 상호 유대를 강화하고, 기업의 이미지를 제고하며, 나아가 장기적인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다.

KT가 2만여 명의 임직원으로 구성된 사랑의 봉사단 활동으로 지역사회 선한 영향력을 행사한 지 올해로 24년째이다. 직원들은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회문제를 바탕으로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고 실행하며 사회 문제 해결에 동참하고 있다.

KT대구경북광역본부 사랑의 봉사단 단원들을 만나 봉사 경험, 그 과정에서 경험한 땀의 가치와 자기효능감에 대해 들었다. 주인공은 노조 지부장을 맡고 있는 대구코어운용센터지부 하정명 지부장과 대구ICT기술지부 이상열 지부장, 대구고객본부지부 정재윤 지부장이다.

2만여 임직원 사회공헌활동 ‘눈길’

농촌일손·반찬 배달·목욕 등 지원

일상생활 속 불편함 도움주며 상생

장애인·독거어르신 고민 토로 등

봉사하며 감사·배려의 마음 키워

편견없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 기대

-봉사활동은 언제부터 시작했고, 어떤 활동들을 주로 하나.

△ 정재윤 지부장 : KT 사랑의 봉사단 이름으로 지난 20여 년간 농촌일손돕기, 김장 나눔, 장애인 도우미, 목욕 봉사, 후원물품 전달 등의 활동을 해왔다. 그러면서 봉사는 특별한 일이 아닌 그저 함께 살아가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다. 척수장애인은 신체의 일부 또는 전체가 마비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대다수가 일상생활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단독으로 외출 자체가 어려운 이들에게 짧은 시간이지만 틈이 나면 이동 지원과 동행 봉사, 문화 체험 지원 등 자립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활동들을 하고 있다. ‘장애는 불편하다. 하지만 불행한 것은 아니다’ 라는 말이 있다. 선한 행동 하나 하나가 모여 우리 사회가 편견없이 모두가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공정한 세상이 되길 바란다.

- 바쁜 업무 시간에 일부러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힘들지 않나.

△ 하정명 지부장 : 사실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봉사활동에 동참한 것은 아니다. 회사에서 시켜서 하는 업무 연장선 정도로 생각했고 일이 많고 바쁠 때는 귀찮기도 했다. 그러다 내 손길이 닿는 사람들의 미소와 눈빛, 표정을 보면서 누군가에게 기쁨과 도움이 됐다는 사실에 점차 보람과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시간들이 삶의 활력이 됐다는 부분에서 봉사활동은 업무로 심신이 지친 상태에서 오히려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벗어나 KT의 얼굴로서 사람들을 만나 도움을 주며 보람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경험들이 더 긍정적인 마음으로 업무에 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무엇보다도 여러 부서 직원들과 어울려 하는 봉사활동은 세대나 직급, 직무에 상관없이 소통과 공감의 시간이 된다. 구슬땀을 흘리다 보면 어느새 진한 전우애가 생긴다. 모든 것이 그렇지만 시작이 중요하다. 먼저 내가 할 수 있는 봉사부터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주변에 작은 도움이나마 필요로 하는 사람이 곳곳이 많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 뿌듯함을 느낀 순간이 있었다면 어려움을 느낀 순간도 있었을 것 같다.

△ 하정명 지부장 : 코로나 19 장기화로 자원봉사 활동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대면 봉사 활동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지면서 봉사활동도 주춤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무료 급식소가 문을 닫았고 후원의 손길도 줄어들었다. 비대면으로 독거노인 반찬 배달 봉사를 시작했다. 문고리에 반찬이 담긴 봉투를 걸어놓고 문밖에서 어르신에게 안부인사를 건네는 정도였지만 많이 고마워 했던 기억이 난다.

재택근무, 자가격리, 비대면 기간이 늘어나면서 우울, 고독, 분노 등이 쌓여 심리 방역이 화두로 떠오르던 모두가 힘들던 시기였다. 특히 사회적 고립에 취약한 고령자 지원사업이 절실했었다. 그때부터 반찬 배달은 지금도 월 1회 정기활동으로 하고 있다.

점심 배식봉사를 하다 보면 오후 12시부터 식사시간임에도 이미 한 두시간 전부터 어르신들이 줄을 서고 계시는데 거의 오픈런 수준이다. 단촐한 식사에 연신 감사하다며 인사를 하고 미소를 짓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어쩌면 그날의 첫 끼니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많은 독거노인들은 정서적, 건강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 그런 분들을 마주할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지곤 한다. 특히 봉사활동 중에 개인적인 어려움이나 고민을 털어놓으시는 분들이 많은데 실제적인 도움을 드릴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라 안타까울 때가 많다. 마음 한켠이 무겁지만, 오히려 이러한 경험들이 더 큰 책임감을 심어 주었고 봉사활동을 꾸준히 이어가야 한다는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해줬다.

KT 사랑의 봉사단이 독거노인에게 나눠 줄 김장김치를 옮기고 있다.  /KT 제공
KT 사랑의 봉사단이 독거노인에게 나눠 줄 김장김치를 옮기고 있다.  /KT 제공

- 보람되거나 인상 깊었던 경험을 들려달라.

△ 이상열 지부장 : 개인적으로 2019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가족과 함께 처음으로 연탄배달 봉사를 한 적이 있다. 한겨울이었지만 땀을 흠뻑 흘렸다. 여느 때 같으면 연말 연시 송년회나 부서 회식 등으로 흥청망청 시간을 보냈을 텐데, 가족과 함께 참여한 첫 봉사활동이라 그런지 의미가 더 컸던 것 같다. 그 시간을 계기로 더불어 사는 삶과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겨울철 실내 온도를 높이기 위해 ‘뽁뽁이’라고 불리는 기포 단열재를 창문에 붙이는 게 유행처럼 번진 적이 있었다. 장애인이나 독거 어르신 등 취약 세대에 집집마다 다니면서 창문에 ‘뽁뽁이’를 부착하고 창문 틈새도 막고 실내 간이보온텐트도 설치했다. 아침부터 저녁 늦은 시간까지 작업하는 것이 피곤하긴 했지만 겨울철 따뜻하게 지낼 수 있을 거란 기대에 정말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난다. 시각장애인 학생들을 위해 3D프린터로 명화를 제작하고 ‘손으로 만지는 명화 전시회’를 가진 적이 있다. 말로만 듣던 명화들을 손으로 직접 만지고 설명을 듣는 학생들을 보니 마음 한 켠이 울컥했다. 장애란 결국 서로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는 말이 실감났다. 그간 나의 관점으로만 세상을 들여다 본 것은 아닌지, 세상을 이해한다고 생각한 것이 부끄러웠다.

- 에피소드도 많을 것 같은데.

△ 이상열 지부장 : 언젠가 복지관에서 배식봉사를 하던 중 한 어르신께서 너무 착하고 믿음직하다고 손을 덥석 잡으며 당신 딸을 소개시켜 주겠다고 하셨다. 그때 이미 대학에 다니는 자녀가 있었던 터라 많이 당황스러웠다. ‘저도 다큰 딸이 있다’고 하니 크게 실망을 하셨는데 지금 생각하니 동안으로 봐주셔 감사하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하다. 지난 연말 김장김치 봉사 활동에 참가했다. 양념을 버무린 김장 김치를 옮기다가 바닥에 떨어진 배추 조각에 미끄러졌고 그 바람에 온몸이 김장 김치 양념으로 빨갛게 뒤범벅이 되어 다 같이 크게 웃은 적이 있다. 반찬 배달 사고가 난 적도 있다. 문 손잡이에 잘 걸어 뒀는데 길고양이가 봉지를 뜯어 반찬을 먹고 헤집어 놓았었다. 나중에 그 사실을 알고 다시 어르신을 방문해 반찬을 전달했다. 이런 황당하지만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은 나중에 소중한 추억으로 될 것이다. 무엇보다 봉사활동을 통해 배운 배려와 감사함은 개인이나 우리 사회가 건강한 성장을 하는데 자양분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봉사 활동에 동참하여 함께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 가길 기대한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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