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문화재단, 문화접근성 사업 활발
포항은 철강 산업 도시와 법정 문화도시의 이미지가 공존하는 독특한 도시다. 포항문화재단은 시민들의 인식 변화를 촉진하며, 시민 누구나 일상 가까이에서 문화예술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힘쓰고 있다.
또 사회계층 간 문화 격차를 해소하며 시민들이 문화예술 경험을 통해 함께 창조하는 문화 공동체 구축으로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포항문화재단이 추진하고 있는 ‘문화 예술의 접근성 향상을 통한 함께 행복한 문화도시 정책’을 살펴본다.
‘배리어 프리’ 공연 개최로
장애인 물리적 장벽 허물고
이웃과 취미생활 함께 즐기며
새로운 문화거점 가능성 열어
특정 계층 위한 복지가 아닌
더 나은 공동체 향한 수단 인식
차별 없는 문화도시 조성 위해
지역·정부의 꾸준한 관심 필요
△ 누구나 누리고 즐길 문화권리, 문화 접근성
문화 접근성은 모든 시민이 사회적, 경제적, 물리적 제약 없이 문화예술을 누리고 즐길 수 있도록 보장하는 권리를 의미한다. 이는 단순히 문화예술 행사에 대한 접근성을 넘어, 문화적 소외를 겪는 사회적 약자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다양한 문화를 공유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현대사회에서 문화 접근성의 필요성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저소득층, 장애인, 노인, 청소년, 이주민, 다문화가정, 여성 가장 등 사회적 약자층은 경제적 불균형, 물리적 장애, 사회적 고립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평등하게 문화예술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문화기본법 제4조를 통해 모든 국민이 문화적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특히, 포항과 같은 중소도시의 경우 경제적 제약, 사회적 인식 부족, 충분하지 못한 인프라 등의 차별 요인이 복잡하게 작용한다. 이러한 문제들은 지역 사회가 문화적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사회적 포용을 증진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지방 소도시에서도 누구나 문화예술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야말로 사회적 통합과 포용성을 증진하며 함께 성장하는 사회를 만드는 과정일 것이다.
△ 문화로 더 가까이, 포항문화재단 문화 접근성 사업
문화 접근성을 확대하는 것은 시민이 단순히 문화예술을 즐기는 것을 넘어 사회적 통합과 포용성을 증진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문화예술을 접할 기회가 부족하면 문화적 이해와 교육 부족으로 인한 여러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는 요인을 제공하게 된다. 따라서 최근 많은 국가와 지역에서 문화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1차 법정 문화도시로 지정된 포항시는 최근 지역 사회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문화 접근성 사업을 통해 시민의 문화향유 기회를 확대해 오고 있다.
문화 접근성 사업을 주관하는 포항문화재단은 지역 간, 계층 간 문화적 불균형을 해소하고 누구나 차별 없이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문화시설 등의 서비스 접근성을 개선하고 문화적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도시 외곽 지역에 생활권 문화거점 연결망을 구축해 주민들의 문화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 누구나 접근 가능한 객석으로의 초대, ‘무장애 문화향유 활성화 지원사업’
포항문화재단은 올해 처음으로 지역에서 물리적 장애를 지닌 사람들이 불편함 없이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무장애 문화향유 활성화 지원사업’을 추진했다.
포항문화예술회관 세미나실에서 개최한 무장애 활성화 접근성 ‘배리어 프리’ 공연장 접근성 서비스 활성화 교육에 이어 ‘배리어 프리 공연’도 개최했다. ‘배리어 프리(barrier-free)’란 영문 그대로 직역하면 장벽(barrier)으로부터 자유롭게 하자는 의미다.
매년 60여 회의 공연을 기획·선보이고 있는 포항문화재단은 특히 지역을 대표하는 공연문화거점인 문화예술회관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즐기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도록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다.
지난 8월에는 안동문화예술의 전당, (재)달서문화재단 달서아트센터와 공동기획으로 ‘누구나 접근 가능한 공연과 객석을 열고 운영하자’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지역 장애인들의 문화향유권 보장을 위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기도 했다.
배리어 프리 연극 ‘하늘, 바람, 바다’를 공동 기획해 안동, 대구 달서에 이어 지난 8월 29일 포항시청 대잠홀에서 무료관람 행사를 연 바도 있다.
△ 10분 생활문화권역, 동네 문화놀이터 ‘삼세판’
시민문화거점 조성 및 커뮤니티 활성화 사업 ‘삼세판’은 포항의 골목골목에 다양한 문화거점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삼삼오오 모여 세상을 바꾸는 문화판’이라는 의미를 지닌 삼세판은 이름 그대로 서너 명의 시민만 모여도 자신의 동네 공간에서 하고 싶은 문화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역주민이 거주하는 생활권 내 동네 카페, 책방, 도서관, 마을 숲, 빈 점포 등의 공간을 다양한 주민이 운영 주체가 된 일상적 문화거점으로 활용하는 ‘10분 생활문화권역’을 구축해나가고 있다.
삼세판 동네 거점으로 선정되면 일부 시설비와 동네 주민들이 원하는 문화활동 프로그램비를 지원받는다. 삼삼오오 모여 함께 책을 읽거나, 도예, 그림, 자수 등 취미를 함께 배우거나, 공통의 문화활동을 통해 새로운 관계 주민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삼세판 사업은 2024년 9월 현재 총 55개의 문화거점을 운영·지원하고 있으며, 연간 600개 이상의 프로그램을 통해 그동안 6500여 명의 시민들이 문화 혜택을 누렸다.
△차별 없는 문화권 보장, ‘포항형 문화안전망 특화사업·문화로 사회연대’
포항문화재단은 지역 사회의 특수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포항형 문화안전망’을 구축하고 있다. 이 사업은 지진과 코로나19 등의 재난을 겪으며 무너진 지역 사회의 일상회복을 위한 문화프로젝트로 시작했다. 사업의 코어그룹인 ‘문화재생활동가 F5’를 매년 선발·교육해 사회적 재난 연구 및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다양한 그룹이 연계해 지역 이슈에 대한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는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인문 활용 심리지원과 다양한 지역자원과의 연결을 통해 문화적 치유와 연대를 추구하는 ‘문화로 사회연대’ 지역거점센터 사업이 선정돼 맞춤형 처방 문화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실효성 있는 보편적 문화안전망 구축에 박차를 가한다.
포항문화재단은 ‘문화로 사회연대’ 지역거점센터 선정을 계기로 지역사회 자원과의 연결·협력·매개를 통한 시민의 관계회복을 지원하는 지역문화안전‘망’으로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할 계획이다.
△ 상상력·창의력의 장벽을 뛰어넘다… ‘예술 놀이터 만지작만지작’
여름방학 기간이었던 지난 8월 포항문화예술팩토리 아트갤러리는 웃고 뛰어노는 아이들의 움직임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포항문화재단 문화예술팩토리가 마련한 기획전시 ‘예술 놀이터 만지작만지작’에 하루평균 400여 명의 어린이가 전시체험에 참여하는, 이른바 ‘대박’을 쳤기 때문이다.
‘예술 놀이터 만지작만지작’은 ‘모든 아이들은 예술가다’라는 파블로 피카소의 명언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어린이들이 물리적·심리적 장애물 없이 자유롭게 작품을 만지며,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실과 바늘, 천조각 등 다양한 오브제를 활용해 아이들이 직접 작가가 돼 작품을 만들어가는 참여형 놀이작품을 구현한다. 이는 ‘예술작품은 만지면 안 된다’는 전통적인 관람형 전시를 넘어 지역의 어린이들이 창의적인 예술활동에 직접 경험하게 하는 새로운 접근이다.
△ 지역 아동과 청소년들의 꿈의 향연, ‘꿈의 오케스트라 포항’
포항문화재단은 음악을 통해 지역 아동과 청소년들이 협력과 자존감을 키울 수 있도록 오케스트라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2013년 첫 운영을 시작한 꿈의 오케스트라 포항은 취약계층 아동을 우선적으로 선발해 음악 교육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사회적 배려 대상자들이 문화적 소외를 겪지 않도록 지원하고 있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 등 8개 파트에 청소년 단원 등 20여 명으로 구성돼 활동 중이다.
단원에게는 교육 기간 악기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예술 강사로부터 역기 연주법과 다양한 앙상블 교육을 통해 정기연주회까지 이뤄진다. 지역의 다양한 곳에 찾아가는 음악회를 개최하는 등 지역 아동과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은 물론 지역사회와의 연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 문화, 다양성의 사회를 품다
문화 접근성 사업은 단순히 특정 계층을 위한 복지가 아닌,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중요한 사회적 가치 창출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 사회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게 된다.
포항문화재단이 추진하는 다양한 문화 접근성 사업은 지역 특성에 맞춘 맞춤형 프로그램을 통해 포항 지역의 문화적 다양성을 증진시키고, 문화적으로 소외된 계층을 포용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시민이 차별 없이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앞으로 더 많은 고민과 과제연구가 필요하다.
다양한 사회적 약자층에 맞는 맞춤형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확대 개발하고 이를 실행할 수 있는 행정·제도적 뒷받침도 수반돼야 한다. 지역 사회와의 협력, 정부의 정책적 지원, 그리고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를 통해 문화로부터 소외된 시민의 삶에 관심을 기울이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사회의 문을 열어가야 할 것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