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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부분)

등록일 2024-11-11 18:27 게재일 2024-11-1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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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파스테르나크(최종술 옮김)

둑으로, 골짜기 아래로,

그러다가는 곧장 모퉁이를 돌아

길이 꿈틀대는 리본이 되어

멈추지 않고 앞으로 뻗어 간다.

(중략)

어떨 때는 내리막으로, 어떨 때는 오르막으로

곧은 간선도로가 앞으로 달려간다.

과연 삶이란 오직 그렇게 줄곧

위로 그리고 멀리 돌진하는 것이다.

무수한 환장을 지나

장소와 시간을 지나

장애와 도움을 지나

삶도 목적지를 향해 질주해 간다.

굽이굽이 곁을 지나가는 길이

저 먼 광활한 땅을 활기차게 하듯,

밖에서도 집에서도 삶의 목적은

모든 것을 겪고 모든 것을 이겨 나가는 것이다

‘닥터 지바고’를 쓴 파스테르나크는 원래 시로 문학적 경력을 시작했다. 위의 시는 그가 말년에 이르러 쓴 시. 노인이 된 그는 비로소 삶의 목적에 대해 깨닫는다. “모든 것을 겪고 모든 것을 이겨 나가는 것”임을. “곧은 간선도로”처럼, “위로 그리고 멀리 돌진하는 것”임을. 그러한 삶은 길이 광활한 땅-삶의 터전-을 활기차게 하는 형상으로 나타난다. 이 돌진이 없다면, 삶이란 허허벌판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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