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선주의’와 ‘힘에 의한 평화’를 역설한 트럼프가 돌아왔다. 그의 귀환이 한미동맹에 불러올 파장은 만만치 않다. 미국의 외교전략이 ‘바이든의 진보적 이상주의’에서 ‘트럼프의 보수적 현실주의’로, ‘이념을 중시한 가치외교’에서 ‘국익을 우선하는 거래외교’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미국의 뉴노멀(new normal)이 될 ‘트럼피즘(Trumpism)’에 대비해야하는 까닭이다.
한미동맹에도 ‘트럼프 리스크’가 우려된다. 이미 합의한 방위비분담금협정의 재협상 요구, 주한미군의 철수, 감축 또는 역할조정, 북미협상과정에서 ‘한국 패싱’ 우려, 미국의 핵 확장억제력 약화 등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동맹도 하나의 이익공동체로 인식하는 ‘거래주의자 트럼프’는 한국을 ‘머니 머신(money machine)’으로 간주, 엄청난 안보 비용을 요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북한 및 중국과의 협상과정에서 한국의 이익을 경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념·가치외교’에서 ‘국익·실용외교’로 전환하는 것이다. 트럼프가 지명한 국무장관 루비오, 국방장관 헤그세스, 안보보좌관 왈츠 등은 모두 ‘힘을 강조하는 미국 우선주의자들’이다. 이들은 미국의 힘을 이용하여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시키고자 하며, ‘동맹의 가치’보다는 ‘동맹의 비용’에 주목하여 미국의 부담을 최소화하려한다. 그들에게는 미중경쟁·북미협상·한미동맹 등이 모두 거래의 대상으로 인식될 뿐이다.
따라서 정부는 기존의 가치외교를 전면 재검토하여 실용외교로 전환해야 한다. 이념과 가치를 중시했던 이분법적 세계관과 흑백논리를 버리고, 국익과 거래가 작동하는 새로운 외교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시급하다. 바이든과 맞춘 코드를 앞으로는 트럼프와 맞춰야 하는데, 그의 거래외교를 바꿀 수 없다면 우리의 가치외교를 수정해야 한다. 한미동맹에 이견이 없어야 북미협상에서 우리가 소외되지 않는다. 북미협상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 공간은 ‘경직된 흑백외교’가 아니라 ‘유연한 회색외교’에서 확보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의 국방력을 획기적으로 증강해야 한다. 갑을(甲乙)관계에 있는 한미동맹에서 ‘갑(미국)’의 정책변화에 따른 ‘을(한국)’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우리의 방위력이 제고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미국의 입장에서도 한미동맹 유지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트럼프 정부에서 다시 방위비협상을 하게 된다면 자체방위력 강화는 물론, 적어도 일본 수준의 잠재적 핵능력을 확보할 수 있는 협상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러한 국가안보전략의 성공은 분열된 국론의 통일을 전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여야 정치인들은 거세게 불어오는 ‘트럼피즘’을 외면한 채, 한미동맹까지도 권력투쟁의 도구로 삼아서 정쟁을 벌이고 있다. ‘내부의 분열은 외부의 침략을 부른다.’는 것이 역사의 가르침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