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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팝꽃 향기는 이바비 막걸리를 남기고

김순희 시민기자
등록일 2024-12-03 18:05 게재일 2024-12-0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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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팝꽃 향이 은은한 이바비 막걸리는 프리미엄 막걸리라 와인잔에 얼음이나 탄산수로 희석해 마시면 좋다.

‘흥해라이팝’의 막걸리를 넣은 전통 술떡 만들기 체험을 했다. 볼에 미리 섞어둔 가루류와 견과류, 콩배기를 넣은 뒤 따뜻하게 데운 물과 이바비 막걸리를 넣고 고무 주걱으로 고루 섞는다. 섞으면서 반죽의 농도를 확인한다. 한 주걱 떠서 흘렸을 때 끊기지 않고 흘러내리면 적당하다. 실온에 약 20분간 그대로 둔다. 그러고는 은박컵에 유산지를 깔고 반죽을 약 80% 넣어준다. 그릇에 빈 곳이 없도록 탁탁 두드려 준 뒤 적당량의 견과류와 콩배기 등으로 장식한다.

물이 팔팔 끓어 김 나는 솥에 찜기를 놓고 뚜껑을 닫은 뒤 약 30분간 찐다. 보릿가루의 비율을 많이 높여서 맛이 진하고 순도 높은 이바비 막걸리 향이 언듯 나서 더 맛나다. 식은 후에는 포슬포슬하면서 쫀득한 식감이라 며칠 두고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보리떡 하나와 우유 한 잔이면 한 끼 식사 대용으로도 거뜬하다.

이바비 막걸리는 특별하다. 흥해의 이팝쌀만 넣어 화학 첨가물 없이 전통 방식 그대로 빚었다. 흥해에서 자란 이팝쌀은 예로부터 물이 좋아 품질이 우수하여 임금님 수라상에 진상했다는 기록도 남아있다. 이 고장에 큰 양조장이 3개나 있을 정도로 번성한 마을이었다. 그 전통을 이어받아 마을기업인 ‘흥해라이팝’이 이팝쌀을 백 번 씻어 자연의 맛을 살리려 애썼다.

이바비 막걸리는 한 달간 저온 숙성해 깊은 맛이 난다. 새콤달콤하면서 끝맛이 깔끔해 먹은 다음 날 숙취가 없다. 양조가정에서 원재료 누룩과 소량의 물만 사용하니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무첨가 청량한 지역 술이다. 쌀 자체의 수분과 누룩으로 발효시키니 그 과정에서 은은한 꽃향기와 과일향까지 베어난다.

프리미엄 맛을 추구하는 정희정 대표의 손끝에서 만들어진 막걸리가 ‘2024년도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대구, 경북에서는 올해 유일한 수상 제품이다. 고도 탁주 부문에서 우수상(aT 사장상)을 받은 이바비는 희석하지 않은 프리미엄 막걸리 원주(알코올 함량 17%)로 차별화된 진하고 부드러운 맛이며, 와인잔에 얼음 희석해서 마시거나 탄산수 희석해서 드시길 추천한다. 자체 단맛으로 사이다나 과일청은 비추다.

흥해는 이팝꽃 군락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곳이다. 5월, 향교산에 이팝꽃이 뽀얗게 얹히면 나무 아래서 올려다보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가지마다 함박눈이 소복 쌓인듯하고, 늘어진 가지를 눈높이에서 마주하면 수북하던 이밥이 여러 개의 국수 가락으로 갈라져 흔들린다. 이래저래 보릿고개를 넘던 조상님들이 올려다보며 침을 꼴깍 삼킬만하다.

오랜 시간 한자리에 잘 있어 주었다고 2020년 12월에 ‘포항 흥해 향교 이팝나무 군락’이라는 이름으로 천연기념물 제561호(식물-군락)로 지정됐다. 옥성리 흥해 향교와 임허사 주변에 있는 군락지는 향교 건립을 기념해 심은 이팝나무의 씨가 떨어져 번식해 조성됐다. 예로부터 흰쌀밥 모양인 이팝꽃이 많고 적음에 따라 한 해 농사의 풍흉을 점치는 등 선조들의 문화와 연관성도 높아 민속·문화적으로도 가치가 크다는 평가도 받는다.

십여 일 흥해 읍내 가로수부터 산까지 하얗게 이팝꽃이 뒤덮는 5월, 논마다 모내기할 철이다. 이팝꽃의 향기를 담은 이팝쌀로 빚은 이바비 막걸리에서 꽃 향이 은은한 이유가 분명하다. 정희정 대표는 이 막걸리를 넣은 증편도 만들 계획이다. 보리떡이 익는 사이에도 여기저기서 주문이 들어왔다. 또, 마을기업을 시작하는 이들의 강의 요청도 줄을 잇는다. 자신이 힘들게 배운 사업이지만 아낌없이 사람들에게 나누는 마음이 여유롭다. 보리떡과 증편은 직접 흥해에 와서 체험도 가능하고 온라인 주문도 가능하다. 이바비 막걸리가 흥해의 어깨를 들썩거리도록 흥하게 하는 날이 코앞이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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