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천역~철암역 백두대간 협곡열차<br/>시속 30㎞ 느리게 달려 설경 감상 최적<br/>전국 유일 산타테마마을엔 낭만 가득
첫눈은 누구나 기다리게 마련이다. 기다린 첫눈은 꼬박 이틀을 넘어 내려 수북하게 쌓였다. 온통 하얗게 뒤덮인 설원은 첫사랑만큼이나 달달한 설렘으로 다가온다. 그 설경을 달리는 기차여행은 낭만과 추억을 담아보는 겨울 여행 중 최고다.
협곡의 아름다운 설경을 배경으로 달리는 백두대간 협곡열차는 시속 30㎞ 느리게 달리는 차창으로 보이는 눈 내린 협곡의 절경이 아름답다. 열차의 독특한 디자인으로 풍경 감상에 최적화된 대형 창문을 통해 계절의 변화를 한눈에 느낄 수 있다.
설경과 잘 어울리는 계곡을 끼고 앉은 산골집이 정겹고, 황량한 겨울의 삭막함과 부드러움과 포근함이 함께 공존한다. 순백의 비경에 등이 굽고 휘어진 소나무, 여기저기 삐죽삐죽 드러나 보이는 기암괴석들의 자태가 절경이다.
백두대간 협곡열차는 분천역에서 양원역을 거쳐 승부역을 지나 철암역에 이르는 27.7㎞ 구간이다. 12월 찬바람이 쌀쌀하게 목덜미를 파고들고 코끝이 맵싸한 날씨에 난로가 빨갛게 달아오르는 객차에서 정겹게 다가오는 산골 풍경을 보는 건 겨울 낭만의 백미다.
한 해의 마지막. 낭만적인 여행을 하고 싶다면 느릿느릿 달리는 기차를 타고 겹겹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천역과 아담하게 자리 잡은 산타마을로 가보자. 역사 앞과 마을은 계절과 관계없이 온통 크리스마스 분위기다.
썰매를 끄는 루돌프, 선물을 나누어 주기 위해 굴뚝을 올라가는 익살스러운 산타할아버지, 느리게 가는 우체국, 곳곳에 설치된 포토존이 있다.
분천 산타마을은 산골 오지에 산타를 활용해 꾸며진 이색 관광지로 마을 전체에 걸쳐 빨간색으로 단장된 지붕과 대형 트리, 산타 슬라이드 등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전국 유일의 산타 테마마을인 분천 산타마을은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한 12월 추천 이색테마 여행지로 선정되기도 했다. 올해는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반려문화행사도 예정돼 있다. 분천역에서 강줄기 따라 이어진 철길로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지나고 터널을 통과하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작은 역사를 가진 양원역이 나온다.
양원역의 탄생을 모티브로 제작한 영화 ‘기적’으로 세상에 알려진 이곳은 기차가 아니면 세상과 소통할 수 없는 곳으로, 마을 사람들이 손수 곡괭이로 돌을 고르고, 벽돌을 올려 세 평 남짓한 국내 최초 민자역사 간이역을 만들었다. 오지 중의 오지로 꼽히는 장소다.
깎아지른 절벽으로 둘러친 골짜기 깊숙한 곳에 자리한 양원역은 때 묻지 않은 오지 풍경이다. 산골 오지의 겨울은 시간이 멈춰버린 고즈넉함에 잠들어 있고 철길과 강이 흐르는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이야기가 도란도란 들릴 듯하다.
협곡 사이로 좁은 하늘이 보이는 세평 하늘, 세평 땅. 승부역은 자연의 웅장함과 기암괴석의 계곡으로 숨겨놓은 절경이다. 눈이 내리는 겨울의 승부역은 환상의 풍경을 선사하는 작은 겨울왕국이다.
자연에서 여유와 힐링을 맛보는 겨울 기차여행으로 일 년의 마지막 12월의 추억을 만들어 보시기 바란다.
/류중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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