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등대박물관으로 심부름갔다. 지인의 부탁으로 사진을 몇 장 찍어야 했다. 언젠가 공사 중이란 말을 소문으로 듣고 완성되면 와 봐야지 하다 오늘에야 당도했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가, 우리가 첫 방문객이었다. 문을 열고 로비에 들어서자 ‘우와~’ 탄성이 절로 나왔다. 푸른 동해가 맞은편 창으로 밀고 들어왔다.
나도 모르게 달려가 창가에 놓아둔 벤치에 앉아 나또한 풍경이 되었다. 박물관이라기엔 너무 카페 같은 뷰였다. 한참을 ‘바다멍’을 때렸다. 그러다 위를 올려다보니 모빌처럼 메달린 네모난 상자에 또 다른 바다 영상이 흐르고 있었다. 멋진 디자인이다.
하얀 벽에 하얀 등대 모형을 만들어 붙였다. 오래 일하다 등대 본연의 임무는 끝내고 박물관이 된 호미곶 등대의 모습이다. 1907년 호미곶 앞바다에서 일본 배가 암초에 부딪혀 난파한 것을 계기로, 프랑스인이 설계하고 중국인 기술자가 시공해 1908년 세운 높이 26.4m의 팔각형 서구 양식의 등대다. 밑에서 중간까지 이어지는 곡선과 세 개의 창문의 어울림, 그리고 짙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하얗고 늘씬하게 솟은 몸체가 눈부신 자태를 뽐낸다
바로 옆에 입구를 따라 들어가니 등대의 역사가 펼쳐진다. 사라져가는 등대와 등대지기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만주와 아시아 대륙을 향해 포효하며 도약하는 호랑이 형상의 한반도. 지난주에는 우리나라 모든 곳에 폭설이 내리던 날, 호랑이 엉덩이 부분만 뜨듯하게 데워져 맑은 날씨여서 엉뜨 켰냐고 다들 SNS에 우스갯소리를 했다.
호랑이 꼬리 끝의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본디 대보면이었으나, 2010년 1월부터 호미곶면으로 이름을 바꿨다) 호미곶에 자리잡은, 국내 유일의 등대박물관이다. 세계 여러 곳의 등대 모형이 재밌어서 자세히 보니, 유리로 만든 등대도 있었다. 이름이 칠리치등대였다. 역사적 가치가 있는 세계 여러 곳의 등대도 소개한 것을 보니 스페인 여행에서 본 것이 있어서 반가웠다.
우리나라 역사서에 처음 나타난 등대는 삼국사기에 금관가야의 김수로왕이 설치한 망산도의 횃불이었다. 여러 체험 가능한 것 중에 모스부호도 눌러보고, 오징어 같은 바다 생물 색칠을 해서 영상으로 띄워볼 수도 있었다. 방문객들이 편하도록 수유실, 등대에 관한 책을 모아둔 곳, 무거운 짐 보관해 두고 편히 둘러보도록 보관함도 따로 마련해두었다.
영유아 바다 놀이터는 미리 예약하고 와서 즐기는 프로그램이다. 그외에도 홈페이지에 미리 알아보고 방문하면 더 자세히 즐길 수 있다.
2층엔 5가지 테마로 전시장을 꾸몄다. 빛마을 소리마을 전파마을 에너지마을 항해마을. 직접 체험해 보며 즐기다 무인카페에서 차 한잔 사서 공짜로 보여주는 호미곶 바다풍경 보며 쉬어도 좋다. 어른이 쉴 동안 아이들은 퍼즐 맞추기 놀이를 하도록 한 것은 센스 만점이다. 밖으로 나와 체험관으로 향했다. 책 모양의 아기자기한 등대 이야기, 직접 노를 저어보고, 에너지 자원에 대한 체험도 가능하다. 정해진 코스를 따라 만져보고 느끼면 등대에 관한 지식이 몸에 쌓인다.
등대는 안전한 바닷길을 인도하며, 해상 교통을 책임지고 희망의 빛으로 채우며 저마다 이야기를 간직해 왔다. 국립등대박물관은 이런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등대를 포함한 항로표지 시설들이 산업기술의 발달과 시대적 변화로 점차 사라져 감에 따라 항로표지 시설과 장비들을 영구히 보존 연구하기 위한 국내 유일의 등대박물관으로 1985년 2월에 개관했으며, 다양한 교육프로그램과 복합문화공간 운영으로 항로표지의 중요성과 역할을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등대박물관은 오전 9시에 문을 열고 오후 6시에 닫는다. 월요일과 명절은 휴관이다.
/김순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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