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은 고고한 학이 되어 춤을 추다 어느 날은 더벅머리의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나타나 입꼬리가 찢어져라 웃어댄다. 그러다 최근엔 신라 공주님으로 신분 상승한 그녀. 무대 위 연기자뿐만 아니라 캘리그라피 분야에서도 빛을 내고 있는 권문경 작가를 제16회 고운서예전국휘호대전 시상식에서 만났다. 언제나처럼 화사한 미소다.
작년에 이어 고운서예전국휘호대전에서만 캘리그라피 부분 두 번째 특선 입상이다. 대학에서 국문학과를 전공한 그녀는 동아리에서 풍물을 배웠다. 그리고 그 인연이 지금껏 이어져 많은 무대에서 활동 중이다. 현재 경주문화유산활용 연구원 활용팀장으로 문화유산을 활용해 우리의 문화가치를 알리는 일에 관심이 많다. 지난 계절 동안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남산이며 교촌이며 문화유산이 있는 곳곳에서 바쁘게 움직였다.
그 덕에 해 좋고 공기 ‘따신’ 계절에 그녀를 만나기란 하늘에 별 따기다. 찬 기운이 돌고 더는 공연이 어려운 겨울이 되어야 무대가 아닌 땅에서 권 작가를 만날 수 있었다.
공연을 전문으로 하던 권 작가가 캘리그라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책을 읽다 마음에 드는 문장을 붓펜으로 적고 또 적고 마음에 들 때까지 적다 보면 그 글귀는 어느덧 마음의 일부가 되었다. 적는다는 행위를 통해 좋은 말들이 쌓이고 쌓여갔다. 그렇게 반복되는 과정에서 읽기가 더 좋아졌다.
처음에는 붓펜으로 작은 크기의 글쓰기를 반복하다 좀 더 깊은 작업을 하기 위해 붓과 먹을 배웠다. 화선지는 또 하나의 무대가 되었다. 하늘과 바다, 별 너머 세계까지 시공간의 제약이 없는 무한한 무대다. 그 무대를 붓으로 채워나간다. 마음속에 갇혀 있던 감정들은 붓을 타고 흘러나와 검정색 활자에 의미를 더하고 색을 입혔다.
반복해서 글을 쓰는 행위는 수련과도 닮아있다. 혼자만의 공간과 시간 속에서 마음에 드는 형태를 만나기까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를 반복한다. 그렇게 한참을 쓰고 그리다 보면 미처 보지 못했던 내가 보였다. 그 과정 속에서 마음도 단단해졌다. 50대 나를 알기 가장 좋은 나이에 만난 멋진 동반자, 캘리그라피는 기쁨과 슬픔, 외로움 모두를 품어주었다. 또한 인생 후반 이후의 삶을 준비하기에도 적당하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우선 지역사회에서 캘리그라퍼라고 하면 떠오르는 작가가 되길 원한다고 밝혔다. 그러기 위해 지금처럼 공모전을 통해 실력을 다져가며 빠른 시일 내 개인전을 하고 싶다고 답했다. 또한 생활 속에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활동도 함께 이어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박선유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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