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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형 ‘내화물 열풍 건조 장치’ 3종 만들어 대한민국 특허

이부용기자
등록일 2024-12-15 18:28 게재일 2024-12-1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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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김수학 제선부 기술개발섹션 포스코 명장

“모든 원인과 답은 현장에 있습니다.”

김수학(62) 제선부 기술개발섹션 포스코 포항제철소 명장이 처음 인연을 맺었던 주물선고로는 330㎥ 크기였다. 입사 후 몇 년이 지났을 무렵 주물선고로가 1080㎥ 규모의 신주물선고로로 대체됐다. 자연스럽게 그는 고로를 건설하는 단계부터 이 프로젝트의 진행과정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다.

주물선고로와 인연을 맺고 설비관리를 총괄하며 지낸 지 22년이 흘렀을 때였다.

‘종풍’. 설비를 더 이상 운영하지 않고, 폐쇄하는 것을 말한다. 2012년, 종풍 후 보전작업을 거쳐 2021년 이 주물선고로를 완전히 철거하는 공사에도 참여했다. 주물선고로는 일반고로에 비해 규모는 작아도 고로조업에 필요한 모든 과정은 다 필요하다. 또한 고로가 겪을 수 있는 모든 문제 또한 다 겪을 수 있다. 그렇기에 주물선고로와 함께하는 동안 김 명장은 고로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경험하고 배웠다.

고로만큼이나 뜨거운 열정을 품은 김 명장에게 숙련기술인의 길을 들어 본다.

 

1986년 입사, 제선 분야서 35년째 근무하며 고로공장 전 공정 경험

고로 주상내화물 품질관리·송풍지관 수급 및 건조작업 등 업무수행

신주물선고로 프로젝트에 참여 탄생부터 종풍까지 희노애락 함께

2006년 QSS 시범요원에 선발 각 현장 낭비요소 발굴 등 개선 활동

미래 이끌어 갈 후배들에 다양한 경로 통해 경험·기술 등 노하우 전수

위기에도 굳건한 ‘주인 정신’으로 세계 속에 우뚝서는 포스코 될 것

- 포스코에 입사하게 된 과정은.

1962년 부산에서 3남1녀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고등학교 시절까지 부산에서 생활하다가 강원도 철원에서 군복무를 마쳤다. 이후 서울에 머물던 중 우연히 신문에 난 포스코 모집 광고를 보고 지원해 입사하게 됐다. 1986년 12월 포스코에 입사한 후, 제선 분야에서 38년째 근무 중이다. 입사 초기부터 2012년까지 고로 공장에서 전 공정을 경험했다. 이 과정에서 고로 건설부터 조업, 폐쇄, 보전, 철거에 이르는 전 과정을 수행하며 전문성을 키웠다. 2012년 이후에는 제선부 기술개발 섹션에서 내화물 품질관리 및 관련 기술 개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 제선부 기술개발섹션 업무는.

△고로 주상내화물 품질관리, 송풍지관 수급 및 건조작업, 고위험 수작업 기계화 추진, 저근속사원 기술 지도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공장 내 낭비 요인을 제거하기 위한 공정 개선과 신기술 적용, 장비 개발 업무도 진행 중이다. 특히 최근에 고로의 노심 활성화 장비 성능 향상과 내화물 잔존 측정을 위한 3D 스캐닝 기술 적용 등 혁신적인 기술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 주물선고로란 무엇인지. 그 역할은.

△주물선고로도 용선을 뽑아내는 고로이다. 다만, 일반 고로의 용선과는 성분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일반적인 고로에서는 철광석과 코크스로 용선이라는 쇳물을 뽑아내고, 이 용선을 제강공정에서 받아서 취련을 거친 뒤 압연공정으로 보낸다. 제철공정을 아주 단순하게 표현하면 그렇다. 그런데 때로는 제선공정, 그러니까 고로에서 생산하는 쇳물의 양과 제강공정에서 필요로 하는 쇳물이 양이 맞아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제강에서는 용선이 100만큼 필요한데 고로에서 생산하는 양이 90이다. 이럴 때 주물선고로가 용선 수급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제강에서 용선이 부족할 경우 주물선고로에서 생산한 용선으로 모자란 양을 보충해 주는 거다. 반대로 고로 생산량이 제강 사용량보다 많을 경우 주물용 냉선, 즉 괴(塊)의 형태로 만들어 완제품으로 판매하거나 제강에서 사용하도록 하니 용선 생산 밸런스를 맞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시황에 따라 주물용 냉선은 부가가치가 높은 완제품이 되기도 했다.

- 업무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입사 후 몇 년이 지났을 무렵 신주물선고로(용광로)를 건설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다. 자연스럽게 회사 생활을 하면서 주물선 고로의 탄생부터 종풍까지 모든 순간을 지켜봤다. 완벽하게 조건이 갖춰진 상태에서 일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무(無)의 상태에서 처음부터 만들어가는 과정이 힘들었다. 그만큼 기쁨 그리고 아쉬움까지, 희로애락을 모두 느끼게 해준 고마운 설비였다. 한 사람이 이렇게 설비가 태어나 사라질 때까지 모든 과정을 함께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렇지만 고단함을 잊을 정도로 귀중한 경험이었고, 인생에서 단 한번 뿐인 경험이었다.

김수학 명장이 현장에서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김수학 명장이 현장에서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 QSS 시범요원 활동 경험을 들려달라.

△2006년 QSS(Quick Six Sigma)라는 단어나 개념이 낯설던 시절, 시범요원으로 선발돼 개선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관련 지식이나 인프라가 전무한 상태였지만, 외부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아 개선 활동을 수행했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보완 과정을 거치며 새로운 툴을 만들고, 낭비 요소를 발굴하여 다양한 개선 활동을 발굴했다. 이후 해를 거듭할수록 더 많은 QSS 인재들이 양성돼 현재까지 QSS 개선리더 53기가 배출됐다. 각 현장을 개선하는데 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2025년은 QSS 활동이 20주년을 맞이하는 해로, QSS2.0이라는 버전으로 새롭게 출발할 예정이다.이를 통해 더욱 혁신적이고 효율적인 개선 활동을 이어 나가며, 포스코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 확신한다.

- ‘내화물 열풍 건조 장치’를 개발해 특허 취득까지 이뤄냈다고.

△브라질 CSP(Companhia Siderurgica do Pecem) 제철소에 설비관리기술 슈퍼바이저로 파견 근무를 했었다. 당시 현지 제철소에서 우리와 다르게 운용 중인 내화물 건조 장치를 보고 영감을 받아 ‘포스코형 내화물 열풍건조장치’ 개발을 시작하게 됐다. 포스코가 고로 조업을 시작한 이후, 무려 50년간 사용하던 기존 직화 방식을 뿌리째 뽑아내고 새롭게 현장을 바꾸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유럽 아르셀로미탈과 티셴크루프 등 선진 철강사 벤치마킹을 통해 수없이 검증하고, 전문가들과 연구를 거듭하는 등 끊임없는 도전 끝에 포스코형 내화물 열풍 건조 장치 3종을 만들어냈다.

이렇게 포스코에 가장 적합한 장치를 개발해 광양제철소에도 적용했으며 전사적으로 품질, 원가, 안전, 환경 등 모든 분야에서 놀라울만한 성과를 냈다. 이 장치 덕분에 대한민국 특허까지 획득할 수 있었다.

- 명장으로서 후배 양성과 기술 전수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명장이 된 후에도 다른 직원들과 똑같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다만, 달라진 점이 있다면 포스코 신입사원 특강, 명장과의 대화, 포스코 기술대학 과제 활동 지도, 저근속사원 교육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노하우를 전수하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 직원들이 현장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기술을 전수하고자 노력 중이다.

- 인생철학과 비전이 있다면.

△나의 인생철학은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다. 자녀들도 마찬가지이다. 훌륭한 자식보다 행복한 자식이 되기를 원한다. 이를 실천하는 방법은 총 2가지이다. 첫째, 가정을 사랑으로 채우는 것이다. 가족들을 소중히 여기고 평범한 일상에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 둘째, 회사 생활에서도 가정과 같이 모든 일을 내 일처럼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해야 한다. 평소 젊은 후배들에게도 주인 의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모든 인생에서 ‘주인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고, 살아가다 보면 모든 일에 기쁘고 행복한 마음을 가지고 지낼 수 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포스코는 일반 기업과는 다른 특별한 회사라고 생각한다. 흔히들 ‘주인 없는 회사’ 라고 말하지만, 포스코는 회사 구성원 모두가 주인이고 우리나라의 소중한 자산이자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춘 자랑스러운 우리의 철강기업이다. 현재 철강업계 불황, 제철소 위기 상황 등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시기이지만, 위기 앞에서 굳건히 자리를 지키는 ‘주인 정신’으로 구성원 모두가 회사를 지켜나갈 것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그래왔듯 앞으로도 세계 속에서 우뚝 설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김수학 제선부 기술개발섹션 명장은

△올해의 용선인 선정(2011년) 

△포스코회장 표창(2012년)

△브라질CSP 고로조업 및 설비관리기술 전수(2016년)

△제선조업 혁신기술개발 대한민국 특허(2018년)

△포스코 명장(2021년)

/이부용기자 lby1231@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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