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의 해, 2025년이 밝았다. 새해를 맞으며 모두 희망과 기대를 품는다. 지난 한 해, 나라 곳곳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을사년에는 더 나은 세상을 기대하는 마음이 한 가득이다. 2024년 내내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한 단어가 있다, ‘국민’. ‘국민’은 늘 사용하면서도 그 깊이와 의미를 자주 놓치는 낱말이다.
‘국민’이라는 단어는 근대 국가의 형성과 함께 등장한 개념으로, 서구에서 발전한 국민국가 모델이 조선 말기와 대한제국 시기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일제의 강압 속에서 독립과 자주를 외쳤던 3·1 운동에서 두드러졌으며,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설립 과정에서 ‘국민’은 단순한 주민이 아니라 주권의식을 가진 정치적 주체로 정체성이 빛나기 시작하였다. 이후 대한민국 헌법이 제정되면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선언은 국민의 주권을 분명히 한 역사적 전환점이었습니다. 4·19와 5·18을 거치면서 보다 든든해 졌으며 촛불혁명으로 더욱 그 진가를 발휘하였다.
정치가 ‘국민’을 대하는 태도도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달라졌다. 민주주의는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 체제를 의미한다. 하지만 현실 정치에서 국민의 목소리가 왜곡되거나 소수의 이해관계에 의해 침해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정치인들이 선거철마다 ‘국민’을 외치지만, 정작 권력을 잡고 나서는 그 국민의 삶을 외면하는 모습은 오늘까지 이어진다.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는 ‘국민’이라는 단어가 정치적 수사로 변질되는 사례를 누차 목격했다. 정치적 갈등이 심화되면서 ‘국민’은 때로는 편가르기의 도구로, 때로는 지지층 결집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었다. 급기야 국민 스스로 정치에 대한 불신을 가지게 만들었으며, 사회적 단합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었다. 국민이 국민에게 배반당한 꼴이 아니었을까.
국민이 스스로를 바라보는 태도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국민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며 생업을 이어가고 가족을 부양하며 사회를 이루어간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나타난 갈등과 분열은 국민 개인 간의 신뢰마저 약화시키는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역, 성별, 세대, 이념의 차이가 깊어질수록 ‘국민’이라는 단어가 담고 있는 연대와 공동체 의식은 희미해져 간다. 2025년 새해에는 국민이 서로에 대한 신뢰와 연대를 회복하는 노력이 절실하게 기대된다.
정치와 언론이 꾸며낸 프레임 속에 자신을 가두기보다는 이웃과의 대화를 통해 공동체의 의미를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국민’이라는 단어가 지닌 진정한 힘은 개인의 삶을 넘어 서로를 연결하고 더 나은 사회공동체를 만드는 데 있지 않을까.
새해에는 정치가 진정으로 국민을 모든 생각의 중심에 두었으면 한다. 정치적 논쟁은 치열할수록 좋다. 논쟁의 중심에 항상 국민의 삶과 미래가 자리 잡아야 한다. 120년 전 을사년을 기억한다. 국치 한일합방의 슬픈 역사를 기록했던 기억이 을사년에 있어 ‘을씨년스럽다’ 하였다. 올해 을사년은 국민이 국민을 보듬고 정치가 국민을 헤아리는 ‘포근한’ 을사년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