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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허기를 사랑으로 채우는 한 해가 되자

엄다경 시민기자
등록일 2025-01-09 18:17 게재일 2025-01-1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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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엔 주어진 모든 것 소중히 여기고<br/>마음의 양식 찾아 진정한 풍요 누리길
문경 봉천사에서 떠오르는 해를 보고 소원을 비는 사람들.

사람 몸의 한계 중에서 가장 견디기 어려운 것이 허기 아닐까. 태어나는 순간부터 무언가를 먹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게 숙명지어진 생명은 일생의 업이 먹는 것을 해결하는 일로 이루어진다. 먹기 위해서 살고 먹기 위해서 일한다. 뭔가 그럴듯하고 고차원적인 이유를 갖다 붙이기도 하지만 사실상 우리가 사는 이유가 먹기 위해서 아니었던가. 먹지 못하면 죽고 마는 이 진리는 어떤 생명체도 피해갈 수 없는 법이다. 우리는 허기를 면하기 위해 세상을 누빈다.

“요즘에 흔치 않은 조우였다 / 골목의 쓰레기장 더미를 뒤적이던 쥐가 인기척에 / 얼른 몸을 숨긴다 // 서러운 게 허기만이 아닐 게다 // 꽃처럼 피어있는 가로등 그늘에 / 그는 자신의 몸집만큼 어둠을 파고 그 속에 웅크리고 / 삶이란 슬프고 헛된 것이라며 / 꼼짝 않고 있다 // 먼 곳에서 누군가 허기에 울고 있다 // 벗어날 수 없는 허기가 / 자꾸 눈에 밟힌다”- 채만희 시 ‘허기’ 전문

골목길에서 쓰레기를 뒤적이는 쥐, 인기척에 놀라 후다닥 달아나는 쥐. 그가 숨어있을 깊은 어둠을 생각한다. 환한 세상으로 나오지 못하고 늘 숨어있다가 먹을 것을 찾아 헤매는 몸. 그 작은 생명의 서러움을 가늠해본다. 먹을 것을 배불리 먹지 못하는 서러움 이상으로 어둡고 차가운 곳에 숨어 살아야 하는 서러움이 클 것이다. 더럽다고 푸대접 받고 죽임을 당하는 존재의 서러움이야 어찌 허기만의 문제일 것인가.

현대인도 허기에 허덕인다. 먹을 것이 풍요로워진 지금은 몸의 허기는 면한 지 오래되었지만 문제는 마음의 허기이다. 몸의 허기가 해결되어도 끊임없이 먹을 것에 집착한다. 마음의 허기가 몸의 허기인 줄 착각해서 먹으면 해결이 되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비만 인구가 계속 늘어나고 먹을 것에 집착하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난다. 앞으로 내달리기만 하느라 미처 눈치채지 못한 허기가 사람들을 지배하고 있다. 달고 화려한 음식을 아무리 먹어도 허기는 채워지지 않는다. 허기는 다른 허기를 낳고 마음이 공허해서 모두가 마음병을 앓는다. 우리는 다시 마음의 양식을 찾아야 하리라. 적게 먹어도 적게 가져도 풍요로웠던 마음의 여유를 되찾아야 한다. 먼 곳에서 울고 있는 누군가를 달래주어야 한다.

새해에는 작은 것에 기쁨을 느끼는 마음을 갖자. 두 다리로 걸을 수 있는 것, 맑은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것, 아름다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것 조금만 다르게 생각하면 삶은 감사할 일로 가득하다. 따뜻한 집과 풍성한 먹거리로 배고픔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 또한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소중히 여기고 거기에서 만족과 기쁨을 느끼는 2025년이 되자. 앞만 보고 달리느라 허기져 헤매이지 말고 차분히 내가 누리는 것들에서 감사와 사랑을 느끼는 한 해가 되자.

/엄다경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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