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또다시 벼랑 끝에 섰다. 2016년 박근혜는 ‘국정농단’으로, 그리고 2024년 윤석열은 ‘비상계엄’으로 보수의 위기를 자초했다. 비상이 걸린 국민의힘은 탄핵 찬반, 친윤과 친한, 극우보수와 합리보수 등으로 사분오열(四分五裂)이다. 생사의 기로에 선 보수의 진지한 성찰과 반성이 요구되는 까닭이다.
보수는 왜 길을 잃고 헤매는가? 보수의 회생은 정확한 진단과 치료에 달려 있다. 보수의 핵심가치는 법치·책임·관용·품격·실용 등이다. 이 기준에서 보면 현재의 국민의힘은 진정한 보수라고 평가받기 어렵다. 정부여당을 조롱하는 표현들, 즉 수구세력, 꼴통보수, 시대착오, 표리부동, 내로남불, 무책임, 불통과 독선 등은 ‘보수의 위선’을 말해주고 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이 ‘가짜보수’가 ‘진짜보수’를 죽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최선의 치료법은 ‘보수의 혁신’이다. 혁신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보수의 정체성을 새로이 정립하는 것이다. 보수는 수구(守舊)가 아니다. 산업화시대의 사고로 AI시대를 살아가려는 것은 시대착오다. ‘수구보수’와 ‘극우보수’의 경직성·극단성은 변화와 소통을 가로막는다. 불통은 독선을 낳고, 독선은 민심과 충돌하여 총선에서 참패했다. 보수의 대부인 영국 정치가 에드먼드 버크(Edmund Burke)는 “유연한 대처와 변화가 보수의 생명력”이라고 했다. 시대변화에 둔감하고 혁신을 거부하는 보수는 존재가치가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혁신을 누가 주도할 것인가에 있다. ‘공천이 곧 당선’인 ‘양남(영남+강남)’지역 의원들은 혁신을 주도할 수 없다. 이들은 대통령 탄핵 여부와 관계없이 금배지가 보장되는 지역구이다. 보수의 부활보다 공천과 금배지에 혈안이 된 ‘권력 불나방들’이 어떻게 혁신할 수 있겠는가. 따라서 혁신은 보수의 핵심가치를 중시하고 민심을 정확히 읽을 수 있는 수도권 개혁파가 주도해야하며, 특히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는 강력한 혁신의지를 가지고 변화와 쇄신으로 위기를 정면 돌파해야 한다.
나아가 보수의 혁신을 위한 세대교체와 지도자육성도 시급하다. 지금 보수에게는 이승만·박정희를 넘어서 21세기 서사(敍事)가 필요하다. 오늘의 위기는 대선을 위해 급조된 외부용병을 영입했으나 결국 ‘정치초보의 한계’를 극복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분명히 말해주고 있다. 유능한 보수는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과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정치가 무엇인지, 그리고 보수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고 정치할 수 있는 인재가 절실하다.
이처럼 보수위기의 원인은 ‘밖이 아니라 안’에 있기 때문에 남 탓하지 말고 스스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수구·극우·가짜보수’가 죽어야 ‘혁신·합리·진짜보수’가 산다. 미치광이에 대처하는 방법은 똑같이 미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정신을 잃지 않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혁신을 통해 ‘진정한 보수’로 거듭날 수 있을 때 비로소 떠난 민심이 돌아오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