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세 친구 도시생활 접고 감동골 땅 공동 구매 ‘인생 2막’ 시작<br/>매일 함께 웃고 떠들며 농사 지어 자급자족 … 두 친구는 사돈 맺기도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지는 게 아니라, ‘여자 셋이 모이니 즐거운 산골살이가 시작됐다’고 말한다.
세 여자는 유쾌함을 잃지 않는다. 18세 소녀들처럼 맥락 없는 대화가 웃음을 빵빵 터뜨리고, 함께 하는 일마다 즐겁게 노년의 삶을 연습하고 있다. 60대 세 친구가 오지 산골에 들어온 지 10년이다.
경기도 안산시 한동네에서 살면서 친구가 되고, 10여 년 전 “우리 시골 가서 함께 살까?” 말이 나오기 무섭게 세 여자는 봉화 산골 감동골에 땅을 공동구매해 각자 집을 짓고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물론 아내의 의견에 동의해 함께 들어온 부부도 있고, 도시에서 몇 년을 떨어져 지내다 은퇴 후 함께 한 부부도 있다. 지금은 남편들도 모두 합류해 여섯 명이 모여 전원생활 중이다.
도시의 삶은 빠르게 흘러간다. 바쁜 일상에서 ‘인생 2막은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으로 안산시에서부터 함께 지낸 친구들. 윗집은 박향자(62)씨, 중간집은 이해수(61)씨, 아랫집은 이은빈(60)씨 집이다.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여유를 찾아 살고 싶은 욕구는 많은 사람에게 공통된 바람일 것이다. 그러나 행동으로 옮기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아내들이 앞장서고 남편들이 따라주었다. 보통은 남편이 가고자 해도 아내가 이런저런 이유로 시골로 가지 않으려 한다.
면 소재지에서 산골 풍경 속으로 15km를 들어가 또랑또랑 물소리 청명한 개천을 지나면 차 한 대가 겨우 지날 정도의 좁고 구불구불한 도로를 거슬러 올라간다. 드문드문 외딴 산골집이 보이고 과수원을 지나면 푸른 숲이 드리워진 양지바른 문수산 자락 500고지 산골에 세 부부가 살아가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세 여자의 카톡이 울린다. “커피 마시러 우리 집으로 와”, “오늘 저녁은 우리 집에서 칼국수나 먹자”. 내 집 네 집 없이 정답게 살아온지도 10년이 되었다. 방에 누우면 밤하늘에 달과 별이 보이는 이곳에서 친구끼리 마음껏 웃고 떠들며 놀이처럼 고추를 따고, 사과 과수원을 경작해 자급자족하면서 살아간다.
농사일이 힘들지만 함께이기에 신나고, 가끔은 여행도 한다. 여가생활로 지역 전통문화 마당놀이 단원으로 활동하면서 주민들과 소통하고 교류하며, 온전한 자유와 여유를 즐기는 전원생활을 하고 있다.
세 친구 중 해수씨와 은빈씨는 몇 년 전 사돈이 되었다. 자녀들이 방문하면 풋고추에 상추 뜯고 장작불에 고기 구워 세 가족이 함께 어울린다. 격의 없는 부모들이 친구이니 자녀들끼리도 남매처럼 어울리다 인연을 맺었다.
해수씨 따님과 은빈씨 아들이 결혼해 벌써 손주까지 본 할머니들이 되었다.
향자씨 남편 학근씨는 자연에서 마음을 비우는 방법을 배웠고, 자연을 보는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하니 스트레스가 말끔히 사라졌다고 한다. 도시의 소음과 혼잡함에서 벗어나 조용하고 평화로움을 갖게 해준 아내 향자씨가 고맙다고 했다.
‘60대 소녀’라고 자처하는 산골 세 친구는 고요한 산자락이 흰 눈으로 뒤덮인 요즘 같은 겨울에는 군고구마를 까먹는 단순한 일상 속에서도 늘 웃음을 달고 살아간다.
/류중천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