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몸으로 평생을 봉사하며 살아온 이경희 시인의 시집이 발행된다.
문경시 흥덕동에 거주하는 이경희 시인의 시집 발행이 준비 중이다. 문경이 고향인 이경희 시인은 선천성 1급 지체장애를 가지고 있다. 휠체어 없이는 외출할 수 없는 중증 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수많은 봉사 활동을 하며 다른 이들의 귀감이 되어 왔다. 불편한 몸으로 23명의 부모 없는 아이들을 데려다 돌보고 키워냈다. 그 사연이 알려져 KBS1 TV ‘사랑의 가족’에 출연하였고, 2022년에는 자랑스런 경북도민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그녀에게 ‘휠체어를 타고 내려온 천사’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이경희 시인은 그동안 아이들을 돌볼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집에서 할 수 있는 부업이란 부업은 안 해본 것이 없다. 2000년 이후에는 컴퓨터를 배워 인터넷 판매에 도전하였다. 실내를 앉아서 밀고 다녀야 하는 몸으로 물건을 포장하고 택배를 보내는 일들을 매일 해냈다. 또한 장애인 단체를 찾아다니며 몸이 불편한 장애인이지만 남에게 의지하고 살아서는 안 된다며 장애인 자립을 강조하는 강연을 하기도 했다. 문학 동인이 그녀를 모델로 쓴 시를 읽어 본다.
“사십 수 년을 앉아서 걸어온 / 쑥 한줌 뜯고 싶어 들판까지 택시를 대절했다는 / 선천성 하체 불구자인 / 그녀는 분홍연립에 산다 // 앉아서 음식 만들고 앉아서 가계부 쓰고 / 앉아서 시를 쓰고 앉아서 기도하는 그녀 / 하나님이 와도 앉아서 인사할 / 그녀는 분홍연립에 산다 // 얼마 전 구강암에 걸려 이빨이 다 물러앉고 / 광대뼈까지 함몰된 그녀 / 급기야 좌측 볼에 구멍이 난 그녀 / 얼굴에 구멍이 나도 참붕어처럼 동그랗고 검은 눈을 가진 그녀 / 목소리가 풍경처럼 뎅그렁거리는 / 그녀는 분홍연립에 산다 / 그런 그녀가 오늘 외출을 한다 / 휠체어를 타고 분홍연립을 나와 구급차에 오른다 // 이제 가면 언제 올지 알 수 없다는 그녀가 / 밤새 어머니가 그리웠다며 눈물을 흘리는 그녀가 / 골목을 빠져 나가도 // 분홍연립은 분홍이고 / 분홍연립은 분홍 밖에 없다”- 박영석 시 ‘그녀는 분홍연립에 산다’
이경희 시인은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억척같이 살아왔다. 그러나 잦은 병마가 그녀를 괴롭혔고, 병원에서는 가망 없다며 포기하라는 말까지 들었다. 하지만 이경희 시인은 기적적으로 회복하여 다시 일어서곤 했다. 돌아오곤 했다. 그러나 작년에는 무리하게 일을 하다가 골반뼈와 오른팔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하였다. 체형의 특성상 뼈가 약해 수술을 할 수도 없었고, 어긋난 뼈가 그대로 아물면서 신경을 건드려 극심한 통증에 시달렸다. 결국 체력이 떨어져 사경을 헤매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소식을 들은 동인들이 나서서 건강이 더 나빠지기 전에 시집을 내주기로 했다. 어려운 상황에서 꾸준히 써온 시를 아직 시집으로 묶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둘러 시를 모으고 교정을 하고 디자인을 정하고 시집 발행을 서두르고 있다. 발행이 준비되는 동안 따뜻한 마음이 전해져서인지 병세가 조금은 나아지고 있다. 이경희 시인이 다시 기운을 차리고, 자신의 시가 담긴 시집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볼 수 있기를 기원한다. /엄다경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