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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짓는 연기 사라진 한국

등록일 2025-02-10 19:17 게재일 2025-02-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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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식 (기획특집부장)
홍성식 (기획특집부장)

귀한 손님이 오면 커다란 밥그릇 가득 고봉밥을 담아 고깃국과 함께 내어주는 게 가장 융숭한 대접이던 시절이 있었다. 불과 30~40년 전 이야기다. 20세기 한국인의 주식은 누가 뭐라 해도 ‘쌀’이고, 쌀로 만든 ‘밥’이었다.

하지만, 세상이 변했다. 그에 따라 식습관과 선호하는 먹을거리 역시 달라졌다. MZ세대는 아침밥을 포기하고, 간단한 시리얼이나 과일을 먹으며 등교나 출근을 준비한다. 독거세대가 늘어나며 아예 아침을 거르는 이들도 부지기수.

당연지사 쌀의 소비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를 보여주는 통계가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나왔다. 이 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올해 식량용 쌀 소비량은 273만t으로 예측된다.

쌀 소비는 갈수록 줄어들 게 명약관화해 보인다. 내년에는 269만t으로 떨어지고, 2030년엔 253만t, 2035년이 되면 233만t으로 감소될 것이라는 게 연구원의 전망. 해마다 큰 낙폭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1인 가구의 증가는 밥 짓고, 먹는 풍경도 바뀌게 만들었다.

‘20세기 고향 풍경’이라 불러도 좋을 것이 있었다. 집집마다 밥 짓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철수야, 그만 놀고 들어와 밥 먹어”라고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는 이미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다.

어머니의 가마솥밥을 대신하는 건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는 ‘즉석밥’이다. 즉석밥의 시장 규모는 해마다 커지고 있다. 국민 1인당 평균 식량용 쌀 소비량은 현재 55.8㎏. 30년 전인 1994년 소비량 120.5㎏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상황이 이러하니 중년 이상 세대들에겐 밥 짓는 연기조차 아련한 그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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