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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현실주의 100년의 환상: 스코틀랜드 국립미술관 특별전’을 가다

박선유 시민기자
등록일 2025-02-13 19:35 게재일 2025-02-1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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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예술의전당서 5월 11일까지<br/>막스 에른스트 작품 등 100점 선봬
한 관람객이 막스 에른스트 자연사시리즈 앞에 서 있다.

1924년 지구 건너편에선 초현실주의 선언문이 발표되었다. 그리고 100주년을 기념한 전시가 경주예술의전당 4층 갤러리해에서 열리고 있다.

2024년 한수원 아트페스티벌 ‘초현실주의 100년의 환상: 스코틀랜드 국립미술관 특별전’이다. 이 전시에서는 스코틀랜드 국립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초현실주의 작품 약 100점과 함께 관련 자료를 접할 수 있다. 긴 콧수염의 사내 살바도르 달리, 오묘한 빛의 집 풍경으로 유명한 르네 마그리트, 막스 에른스트, 호안미로 등 익숙한 이름의 작가들의 작품들을 관람 가능하다. 이들뿐만 아니라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여성 초현실주의 작가들의 작품을 함께 볼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초현실주의는 꿈이나 상상을 표현한 예술이다. 곰브리치가 서양미술사에서 언급했던 이론적인 부분은 접어두고 오직 감상에 집중하기로 하고 전시장에 들어섰다. 초현실주의자들을 이해한다는 것은 채식주의자가 고깃집 앞에서 웃고 있는 소나 돼지를 이해하는 것만큼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첫 작품은 막스 에른스트다. 막스 에른스트는 익숙하지 않은 이름일지라도 그가 발전시킨 기법은 전 국민 중 꽤 많은 비율로 경험해 본 적이 있다. 바로 ‘프로타주’ 기법으로 문지르기다. 어릴 적 동전을 공책이나 교과서 아래에 두고 연필심으로 열심히 문지른 기억이 날 것이다. 막스 에른스트는 그냥 문지르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재질의 느낌을 살려 작품으로 승화시켰다는 점이고 보통의 사람들은 쓸데없는 짓으로 치부되어 혼만 났다는 극명한 차이가 있지만.

막스 에른스트의 상상들을 뒤로하고 자주와 보라의 경계에 놓인 벽 위로 마그리트의 인물사진이 등장했다. 귀여운 강아지와 함께 찍힌 사진을 함께 동행했던 아이는 전시물들 중 가장 좋아했다. 작품만이 아니라 작가들의 실물 사진을 볼 수 있는 점도 이번 전시 중 만족한 부분이었다.

이번 전시회를 가기 전 기대했던 것은 초현실주의자들이 생생한 색으로 펼쳐낸 유화작품이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았다. 그 중 막스 에른스트의 삶의 기쁨이라는 작품이 눈에 띄었다. 초록의 수풀 속 곱게 핀 꽃들 사이로 숨어있는 위협적인 존재들. 날카로운 이는 금방이라도 평화로운 풍경을 물어 뜯어버릴 듯하다. 작품명에서 보이듯 앙리 마티스의 작품을 풍자적으로 참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평범하게 살기엔 지나치게 풍부한 감정을 가진 작가들이 전쟁을 마주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앙드레 브르통이 가장 초현실주의적인 인물이라 평한 호안 미로. 허기가 만들어내는 환각 상태에 이르기 위해 말린 무화과 몇 조각을 먹으며 버텼다니 작품을 보는 내내 묘하게 허기가 느껴졌다.

잡아당기고 싶은 꼬리를 가진 의자 작품을 뒤로하고 전시장을 나오는데 살바도르 달리가 남긴 말이 적혀있다. “레스토랑에서 구운 바닷가재를 주문하면, 왜 구운 전화기를 내오는 일이 단 한 번도 없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 말이 이 전시의 요점이 아닌가 싶다.

전시는 2024년 12월 24일부터 2025년 5월 11일까지 진행된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며 전시설명 프로그램은 오전 11시, 오후 2시, 4시에 진행된다. /박선유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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