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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발전소 설치 놓고 갈라진 문중

고성환기자
등록일 2025-02-13 20:00 게재일 2025-02-1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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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 민지리 섬안마을 집성촌<br/>임시총회 열고 찬반 투표 결과 <br/>33가구 중 23명 참석 22명 반대<br/>이장 “건축물 낮아 빛 반사 위험” <br/>사업자 “적법한 추진… 왜 이러나”<br/>의견 갈리며 문중 싸움 번질 조짐
문경시 가은읍 민지1리 섬안마을 태양광발전소 공청회에 참석한 문경시 박영규 팀장이 인허가과정과 태양광발전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 등을 설명하고 있다. /고성환 기자

태양광발전소가 한 부락에 사는 같은 성씨의 문중을 갈라놓았다. 문경시 가은읍 민지리 섬안마을이 태양광발전소 설치를 놓고 떠들썩하다.

이 마을 A이장은 지난 11일 마을회관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태양광발전소가 마을에 들어서는 것에 대해 찬반 투표를 부쳤다. 동네 33가구 중 23명이 참석한 투표에서 22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  1명은 무효표였다. 

이 마을은 모  성씨 집성촌으로,  주민 B씨가 창고 위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려하자 갈등이 생겼다.  주민들은 사업주 외엔 대부분 반대 의견이다. 사업 부지를 조성한 곳에서 과거 장마 때 돌과 토사가 집 앞으로 들이닥쳐 피해를 본 적이 있을 뿐만 아니라, 태양광 모듈이 반사되면 생활에 불편을 겪게된다는 것이다.  

사업자인 주민 B씨는 "적법하고 규모가 작아 피해 등은 억지"라고 주장하며 맞서왔다.   B씨는 이날 실시된 투표에도 참가하지 않았다. 

 반대 표를 던진 동민 23명은 마을회관에 모여 문경시 관계 공무원과 태양광발전소 사업자 B씨, 태양광발전소 설치 업체 관계자들로부터 의견을 듣고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문경시 업무 담당은 발전소 인허가 과정과 태양광발전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 등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경시 입장에선 "시 조례 등을 살펴봐도 불허할 근거가 없다"며 사업 자체는 적법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동민들은 "사업주가 창고 위에 태양광 모듈을 설치하면 이격거리 등에서 제한을 받지 않아 인허가가 된다는 사실을 알고 먼저 창고부터 지었다"고 주장하며 거듭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사업자 B씨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적법하게 추진해 왔고 마을 어느 집에도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고 있는데,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이미 허가 난 부분을 변경해야 할 일이 생기면 그 비용은 마을 주민들이 모두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맞섰다.

 양측 간 공방이 격해지자 시 관계자는 “주민들 간에 원만한 합의가 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찾아보겠다"면서 평생을 함께 살아온 주민들이 이 문제로 갈라서는 게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A이장은 “사업이 이미 진행된 데다 적법하다면 무조건 반대할 수 없지만, 현재 설치하려는 건축물의 높이가 너무 낮아 이 상태로 모듈이 배치되면 빛 반사에 의한 위험이 있을 수 있다”면서 “주민과 사업자의 상생을 위해 모듈 설치를 보통 건축물 높이인 3~4m 이상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실상의 중재안이었으나 이날 이에 대한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이 문제가 발생 후 가장 곤란한 사람은 A이장이다. 그는 B사업자와 같은 씨족으로 지근 거리에서 그동안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며 지내왔다. 하지만 동민 의견을  대표해야 하는 A이장은 태양광발전소 설치를 놓고 B씨와 의견이 엇갈리면서 서로 감정이 상할대로 상해버렸다. 

 여기에 B사업자와 A이장은 최근 선조의 의병활동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지은 보훈시설을 놓고도 설전을 벌여 자칫 문중 싸움으로 번질 조짐도 보이고 있다. 

/고성환기자

hihero202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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