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인 함께 고민과 정 나누는 장<br/>고령화 점차 심해지는 농촌… 어르신들 찾기쉬운 병원·돌봄 필요로<br/>노인들이 행복한 거주 시스템과 정책 만들어야 도시로의 이탈 막아
IMF 직후 명퇴자를 중심으로 붐을 이뤘던 귀농, 귀촌이 잠시 수그러들었다가 다시 귀농 열풍이 일었던 2006년 무렵 봉찾사(봉화를 찾는 사람들 약칭) 카페가 생기고 1만 명에 가까운 회원들이 가입해 활동했다.
하루 700~800명이 방문했고, 정기모임과 비정규모임 등을 운영하여 봉화 귀농귀촌 플랫폼 역할을 했다. 현지인과 귀농인, 예비귀농인 함께해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길잡이 역할과 버팀목으로 함께 전원생활을 시작했다.
생계형 귀농인, 농촌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귀촌인, 고향을 찾는 사람들, 은퇴 후 노후를 전원에서 보내겠다는 사람들이 함께 고민하고 정을 나누는 장으로 벌써 20년이 됐다. 봉찾사 카페는 SNS 발달로 지금은 5천여 명의 회원과 하루 200여 명의 방문으로 예전 같지는 않지만, 현재까지 잘 이어져오고 있다.
초창기 50~60대에 봉화로 귀농귀촌한 이들이 현재는 60대부터 80대 노인이 되어가고 있다. 봉화는 숲속 도시로 산간지대에 전원주택을 지어 생활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기존에 형성된 마을과 조금씩 거리를 두고 생활하는 이들이 많다.
부부가 살다가 한 사람이 먼저 사망하면 혼자서 어떻게 살아가고, 병원은 어떻게 다녀야 하며 죽을 때까지 이곳에서 살 수 있을까? 흔히들 나이 들면 병원 가까운 곳에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도시로 돌아가는 사람이 있고 앞으로 이주를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2024년 기준 우리나라 평균수명은 약 83세다. 평균적으로 남자보다 여자가 6년을 더 산다고 한다. 실지 농촌 마을에는 할아버지보다 할머니들이 많다. 올해같이 눈이 많이 오는 해는 집 앞에 눈을 치우고, 병원에 가야 한다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물론 군 보건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질병과 건강에 적신호가 오면 자칫 삶의 질이 현저하게 떨어질 수 있다.
2023년 평균 기대수명은 83.6세인이데 비해 건강수명은 73.1세라고 한다. 10여 년 가까이 누군가의 돌봄을 받으며 살아야 한다는 말이다. 이렇다 보니 다시 도시로 돌아가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 청년들의 귀농 정책은 쏟아져 나오고, 은퇴자를 유입하기 위해 전원주택지 분양 등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그 지역에 사는 사람이 마음 놓고 노후를 보낼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면, 누가 찾아오겠는가?
나이 들어 병원이나 요양 시설에 머무르기보다는 살아온 환경에서 자신들의 삶을 유지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단순한 거주 지원을 넘어 익숙하게 살아온 곳에서 일상적이고 정서적인 안정감을 느끼고 살 수 있도록 통합재가 서비스, 재택 의료서비스 등을 살펴봐야 할 시기가 됐다.
봉화도 지방 소멸을 걱정하며 인구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농촌을 살리기 위해 지역의 특화산업을 육성해 매력적인 일자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고, 청년 귀농 정책도 필요하지만, 노인들이 행복하게 살며 다시 도시로 돌아가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도 중요하지 않을까.
끝까지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건강한 정주 환경과 복지 기반이 조속히 구축되기를 기대한다.
/류중천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