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모임<br/>대구의 ‘풍류회’
풍류란 풍치가 있고 멋스럽게 노는 일이나 또는 그러한 생활이나 태도를 말한다. 다른 말로 풍월이란 말도 있다. 아름다운 자연의 경치를 읊거나 노래한다는 뜻의 음풍농월(吟風弄月)에서 어원을 찾을 수 있다.
풍류놀이는 한국의 전통적인 문화 활동 중 하나로, 자연 속에서 예술과 여유를 즐기는 놀이를 의미한다.
그러나 바삐 돌아가는 요즘 세상에는 자연을 벗 삼으며 유유자적 한가하게 즐길 수가 잘 없다. 궁여지책으로 찾은 게 현대판 풍류놀이다. 풍류회에서 하는 풍류놀이는 우리 가요를 재해석해서 가사를 패러디해보는 일이다.
우리 가요 한곡을 선정하여 10명의 회원이 각자마다 개사를 하는데 주제가 다양하다. 자연 풍광을 주제로 하는 이, 효를 주제로 하는 이. 우정을 주제로 하기도 하고 사랑을 노래하기도 한다.
월례회 날은 각자 개사한 가사를 대구생활문화센터 음악실을 대관하여 원곡 음원에 맞추어 발표를 한다.
각자는 가수가 되어보며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영화감독인 신재천 회원은 댐건설로 수몰된 고향을 그리며 남정희 원곡의 새벽길을 패러디해서 ‘내 고향 합강’을 노래했다.
“능금꽃 피는 고향 뛰어놀던 초동친구/ 지금은 타관객지에 무얼 하며 살아가나/ 봄이면 풍호정에 여인들의 화전놀이/ 여름엔 강변에서 천렵하며 놀던 추억/ 그 시절이 그립구나 나의 고향 합강아”
김윤숙 시인은 남인수 원곡 ‘울며 헤어진 부산항’을 ‘사랑 품은 팔공산’으로 바꾸었다. “정기 어린 팔공산에 흐르는 달빛/ 동화사 풍경소리 그윽하구나/ 갓바위에 새긴 사랑 별도 달도 빛나는 밤/ 언제나 그대와 함께라면 음~음~음~음~”
고영애 시인은 박경원 원곡 ‘만리포 사랑’을 개사했다. “은발은 휘날리고/ 주름 훈장 잡혀도 마음은 싱그러운/ 우리들이 가는 길 그리워 애가 타도 달을 보듯 별 보듯/ 노을 진 저녁하늘 붉게 붉게 물든다”
한대곤 회원은 신세영 원곡의 ‘전선야곡’을 ‘칠순 야곡’으로 가사를 지었다.
“세월 흘러 일흔 줄에 자유의 몸이 되어/ 어디서나 언제라도 내 멋대로 살아간다./ 칠십여 년 한평생을 갈고닦은 내 인생/ 이제부터 마음 열고 나의 일을 하련다/ 아 아 즐겁게 살련다”
전영귀 시인은 배호 원곡 영시의 이별을 시절 안녕으로 했다.
“단풍잎이 가을비에 젖어 우는 팔공로/ 계절 앞에 너와 나는 덧없이 슬펐다/ 찬란한 오색 빛도 지난 날의 한순간/ 아쉬움도 묻어두면 추억 갈피 시절아 안녕”
김임백 시인은 백난아 원곡 ‘아리랑 낭랑’을 ‘새해 소망’으로 지어보았다.
“새해 여는 첫 길 위에 소망 꽃이 피어난다/ 어둠은 멀리 사라지고 찬란한 빛 손짓하네/ 이 길은 모두 함께 걷는 희망의 길/ 넘어져도 우리 꿈만은 빛을 잃지 않아요”
자신이 직접 만든 가사로 노래를 부르면 즐기다 보니 풍류회의 한마당은 어느덧 절정에 도달한다.
/방종현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