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만
꽃 피는 속도로
산맥을 넘어가면
전파가 지지직거리는 절벽
아직
정리하지 못한 사랑같이
창을 열면
흰 새의 날갯짓
손에 잡힐 듯하고
먼저 흘러온 강물이
뒤따라온 강물에
몸을 섞는 강면
창을 닫으면 물결 흘러와
머리맡을 적시는 방
짧은 기억
긴 추억
홀로 그렇게
누구나 “긴 추억”을 남기는 “짧은 기억”을 갖고 있을 테다. 아름다우나 순간의 섬광 같은, 잃어버려서 사는 내내 슬픈 추억으로 남게 된 기억. 시인은 ‘강변 모텔’에서, “먼저 흘러온 강물”과 “뒤따라온 강물”이 뒤섞이는 것을 창 아래로 내려다보며, 떠오르는 추억과 현재가 뒤섞이는 삶의 시간을 생각한다. 그리고 “손에 잡힐 듯”한 “흰 새의 날갯짓”처럼 아름답게 비상하는 ‘짧은 기억’을 슬픈 마음으로 바라본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