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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만세운동 기념행사에 가다

박선유 시민기자
등록일 2025-03-04 18:51 게재일 2025-03-05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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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평화연대와 경주동학역사문화사업회가 주관한 3·1절 기념행사.

일기예보와 달리 다행히 맑은 날씨다. 그날은 경주평화연대와 경주동학역사문화사업회 주관으로 3·1절 기념 행사가 있었다. 행사 1부가 대한광복회 총사령관 고헌 박상진 의사묘에서 오전 10시부터 시작이라 늦지 않게 출발했다.

큰길에서 농로로 접어들기 전 박상진 의사 묘를 안내하는 표지판이 보인다. 갈색계열 바탕의 표지판은 색이 바랜데다 오염되어 멀리서 글자를 알아보긴 어려웠다. 정비가 필요해보였다. 주차장에 도착해 올려다보니 오르막길에서 경주겨레하나 이남희 선생께서 길을 오르다 말고 기다리고 계셨다.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묘에 이르자 경주겨레하나 회원 및 경주평화연대회원들이 준비해온 제수 음식들을 부지런히 차리고 있었다.

날씨가 맑은 탓인지 여기저기 들려오는 새소리도 청아하다. 반짝 이뤄졌던 100주년 행사를 제외하고 찾는 이가 많지 않다는 안타까움과 별개로 세상 시끄러운 소음이 미치지 않는 곳이라 다행이다 싶었다.

11시 반이 좀 넘어 천도교 경주교당에서 2부가 시작되었다. 만세삼창 및 한차례 의식을 갖고 태극기와 동학기를 든 사람들은 시가행진을 하며 3부 행사가 준비된 봉황대로 향했다. 만세 소리와 새하얀 두루마기들이 시선을 끈 덕에 지나가던 관광객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다. 함께 만세삼창을 하기도 하고 사진으로 담기 바쁜 모습이었다.

3·1독립만세운동 발상지 표지석에 이르자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되었다. 이날 행사엔 천도교 경주와 용담교구 교인, 경주겨레하나 회원, 경주동학역사문화사업회 회원, 포항 동대해문화연구소 회원, 포항 일월문화원 회원 등이 참여했다.

독립군가영상이 준비된 화면으로 보여졌다. 이어진 홍범도 장군 유해 운송 장면은 다시 보아도 가슴이 저릿해진다. 김성대 경주동학역사문화사업회 상임이사로부터 손병희 선생 지시로 영남지역 천도교 지도자 세 분이 머물며 기도봉행 및 종교인대표 33인, 종교인들에 대한 일제의 삼엄한 감시, 그리고 당시 대구경북 독립운동 상황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여러 차례 만세운동을 위한 시도와 실패가 있었지만 4월까지 경북을 비롯 곳곳에서 만세운동이 이어져나갔다. 경주 독립운동사에 중요한 현장인 장터가 위치했던 이곳엔 현재 크게 눈에 띄지 않는 표지석이 전부다.

당시 3·1 독립운동의 중요 장소였던 노동교회, 현 제일교회 및 천도교 경주교구도 가까이 위치해 있어 아쉬움이 더 크다. 상대적으로 신라시대의 유물들을 보여주는 전시관은 그 옆에서 큰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행사에 참여한 각 단체의 대표격인 김상조, 정미라, 이상령, 박내천, 김한 5인의 독립선언서 낭독이 이어졌다. 이후 낭독이 끝나자 목암 서승암 선생의 주도로 현장에 있던 사람 모두가 참여해 만세 삼창이 이뤄졌다.

기념행사를 계기로 우리 지역 독립운동에 대한 관심을 독려함과 함께 기념촬영을 끝으로 행사는 종료되었다. 돌아오는 길 행사장의 반대편에선 탄핵반대 집회가 준비 중이었다. 같은 태극기를 들어서 그런 탓일까. 집회를 준비 중이던 어르신 한 분이 참가자들에게 탄핵을 반대하지 않냐며 말을 건넸다. 그러자 참가자 중 한 분이 싱긋 웃으며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라 당신의 생각에 반대한다고 말씀하셨다.

같은 태극기,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더는 흐리지 말라는 뜻인지 독립만세운동 기념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하늘은 더 없이 화창했다.

/박선유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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