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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의 비경과 만나는 봉화 갈산천 구곡길

류중천 시민기자
등록일 2025-03-06 19:18 게재일 2025-03-0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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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면 갈산리 갈천정 정자서 시작해<br/>낙동강 만나는 합강 나루터까지 10㎞<br/>자연미 그대로 간직한 옛길 걸어볼까
봉화 갈산천 구곡길 풍경.

빛바랜 풍경 속을 흐르는 강물도 하얀 얼음으로 쉬어가는 갈산천 구곡길은 다가올 봄을 품고 있다. 봉화에는 춘양 구곡과 갈산천 구곡 등이 있으며 갈산천 구곡은 원시림이 그대로 잘 보존된 곳이다.

일월산과 청량산, 미림산의 물줄기가 모여 협곡을 만들고 낙동강으로 이어지는 오지 계곡으로 굽이굽이 절경이고 산자락마다 떠나버린 화전민들의 쓰러진 집들이 향수로 다가온다.

갈산천 구곡길은 봉화군 재산면 갈산리 갈천정 정자에서 시작해 낙동강과 만나는 합강나루터까지의 10㎞ 계곡길로 9곡에서 7곡까지는 차량이 다닐 수 있는 길이 있으나, 6곡부터 1곡 합강나루터까지는 자동차가 다닐 수 없는 옛 오솔길이다.

갈산천 구곡길 여행은 명호면 삼동리 황새마을에서 출발하거나 재산면 갈천정에서 시작하는 두 방법이 있다. 1곡 합강은 낙동강과 갈산천이 만나는 곳이다. 옛날에는 나루터였으나 지금은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는 오지 길이 됐다. 하얗게 얼어붙은 겨울 강은 군데군데 바위들만이 작은 섬처럼 솟아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여름에는 시원한 물줄기와 새벽녘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조용한 강변이다.

2곡 쉰담은 화전민이 떠나고 쓰러진 빈집이 여럿이다. 오랜 세월 다듬어진 바위 밑으로 만들어진 소와 계곡은 하얀 얼음골이다. 오지의 자연 속에 터를 잡고 살았던 선인들의 흔적이 눈에 들어온다. 쉰담은 돌담이 50개가 넘는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3곡 토곡은 예전에 옹기를 굽던 토굴 가마가 있어 토곡이라 불렸다. 여기서 생산한 옹기는 합강나루터를 통해 전국으로 팔려나갔다고 한다. 자연과 사람이 함께 어울리던 순수한 이 계곡은 이제 아련한 향수로 다가온다. 호젓한 자연 속 조용함이 지배하는 공간이다.

4곡 골내골은 한때 17가구가 모여 살았고 식수로 이용하는 샘물이 차갑고 가뭄이나 한겨울에도 마르지 않았다고 하여 찬물내기라고 불린다. 기암괴석과 얼어붙은 물길이 절경이다.

5곡 화천은 강변을 따라 핀 진달래가 하천을 따라 강물 위에 어리며 꽃냄새가 난다하여 화천이라 불렀다. 통일신라 후기 마지막 태자가 천년사직을 고려에 넘겨주고 이곳을 지났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6곡 무너무는 장마철에 물이 자주 넘어 물너머 동네라고도 불렸다. 7곡 새골은 바람이 적고 기후가 온화해 새들의 서식지로 알맞다. 8곡 선바위 언덕 위엔 우뚝 선 바위가 있다. 옛날에는 이 바위 위에 갓 모양의 바위가 있었다고 한다. 9곡 갈천정은 병조판서, 대사간, 영흥부사를 지낸 갈천 김희주(1760~1830)가 1808년 갈산리 선영 아래 지은 정자가 있다. 김희주는 갈산천의 절경을 무이구곡과 비교하며 구곡을 선정해 기록을 남겼다. “정자 아래 개울물은 일월산 동쪽으로 흘러와서….”로 시작되는 글이다.

1826년 석수장이를 불러 9곡을 새겼는데 1곡부터 5곡까지는 큰아들 제공이 썼고, 6곡부터 9곡까지 둘째아들 재익이 썼다.

자연 깊숙한 곳에서 비와 바람과 물길에 풍화된 아름다운 산천 갈산천 구곡길은 삶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오지 길이다. 세상에 없는 특별함이 있고, 우리를 유혹하는 풍경이 있다.

동화의 한 장면처럼 아껴두고 기억하고 싶은 오지로의 여행은 누구나 꿈꾸는 일이 아닐까? 갈산천 구곡길에서 때 묻지 않은 깨끗함과 깊은 산, 흙길을 터벅터벅 발품 팔아 걸으며 욕심 없는 풍경 속에 빠져보시길 바란다.

/류중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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