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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약돌의 사랑

등록일 2025-03-09 19:37 게재일 2025-03-1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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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코 포바<br/>(오민석 옮김)

그것은

아름답고 둥근 푸른 눈의

바보 같은 영원을 들여다본다

그것은 스스로를

영원의 하얀 눈(目)으로 바꾸어버렸다

이제 오로지 영원만이 그것을 이해한다

영원의 포옹은

그것의 욕망을 닮아

말이 없고 그 깊이를 알 수 없다

그것은 영원의 모든 그림자를

제 안에 포착했다

사랑에 눈이 멀어

다른 어떤 아름다움도

그것은 알아채지 못한다

오직 영원밖에는

머리로 그 대가를 치룬 이것밖에는

바스코 포바는 유고슬라비아에서 살았던 모더니즘 시인. 위의 시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으나 응시하지는 않는 조약돌 한 개를 보여준다. 시인은 그 조약돌에서 영원을 향한 갈망을 발견한다. 그것이 영원을 들여다보며 자신을 “영원의 하얀 눈으로 바꾸어버렸다”는 것을 읽어내면서. 조약돌은 ‘제 안’에 있는 “영원의 모든 그림자를” ‘포착’하면서 영원을 찾아내는 바, 그 탐색은 “사랑에 눈이 멀어” 이루어진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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