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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에는

등록일 2025-03-17 18:50 게재일 2025-03-1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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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명규

남쪽 팽나무 언덕 바닷가에도

그때 그날처럼

사윈 동백꽃 목 톡톡 부러지고 있겠지

못다 핀 꿈 활짝 피워보고 싶어

쥐어뜯듯 허공을 후비며

떨어졌을 꽃 모가지들

바다는 비늘을 벗듯

실 빛살 껴안은 채 잔 숨 몰아쉬는데

마른버짐 돋은 주홍빛 살점들만

땅바닥에 뒤척이며 서걱서걱 진저리 친다

사월이면

남쪽바다는 왜 시리도록

꽃물이 드는 걸까

둥지 찾고 있는 그들을

깊이깊이 가두어 두고

이제 사월이면, 언제나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된다. 현재 사월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참사에 희생된 아이들을 사월에 지는 동백꽃에 비유하는 위의 시가 눈에 들어왔다. 바다 속으로 떨어진 “꽃 모가지들”로. 하여, 사월의 진도 앞바다는 “주홍빛 살점들만” “서걱서걱 진저리” 치는 이미지로 현상하면서, “시리도록/꽃물이” 들게 되는 것이다. 그 바다 속에는 여전히 “둥지를 찾고 있는” 아이들이 갇혀 있는 채로.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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