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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쿠키(부분)

이성혁 문학평론가
등록일 2025-04-16 19:04 게재일 2025-04-1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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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아

아득한 밤, 쿠키하고 나 하고 의논 중이다….

 

쿠키를 먹는 순간 소리가 날 테고, 부스러기도 나올 거고, 꿀꺽 넘기는 소리가 날 테고, 꿀꺽 넘기는 소리가 날 테고, 주스도 마실 테고,

 

그러면 나는 뭔가를 포기해 버린 아이에게 오늘은 무슨 응원의 말을 보낼 수 있을까, 화를 내면 안 되는데, 무슨 희망의 말을 해 줄 수 있을까…. 하며 쿠키를 쥐고 있다

 

 (중략)

 

어눌한 밤, 쿠키 하고 나 하고 이불 하고,

 

무서운 적막과 

속삭이는 중이다….

밤색 몸과 마음에 대해서, 쿠키하고 나 하고, 거실 형광등과 고민하는 중이다….

분노도 오해도 잘 숨기는 관계에 대해서

 

위의 시의 화자는 홀로 방에서 쿠키를 먹으며 “뭔가를 포기해 버린 아이”에 대해 생각한다. 한데 그는 홀로 있지만 홀로 있지 않다. 그를 둘러싼 사물들과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먹는 쿠키, 그가 덮고 있는 이불, 거실 형광등과 무서운 적막까지 그의 대화 상대자다. 우리는 고독하게 사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위의 시는 보여준다. 우리는 우리 주위의 모든 것들과 대화하며 산다는 것을 말이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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