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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 속에 감춰진 아이들의 마음을 살펴보자

등록일 2025-04-27 19:34 게재일 2025-04-2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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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인 수필가

요즘 아이들 대화는 욕에서 시작하여 욕으로 끝난다. 욕은 감정을 표현하거나 소통하는 방식 중 하나가 되었다. 욕이 들어가지 않으면 대화가 되지 않는다. 카톡이나 SNS 등 온라인이나 일상의 대화에서 욕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인터넷의 발달로 개인 방송이 늘어나고 걸러지지 않은 막말이 인터넷 사이트에 넘쳐흐른다. 이런 지경이니 아이들은 욕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미취학아동과 초등학교 저학년인 경우는 하고자 하는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거나, 싫다는 의사를 표현할 때나,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 때문에 기분이 상했을 때 욕을 내뱉는다. 사춘기 아이들은 사회적 집단에 어울리기 위한 수단으로 욕을 사용한다. 의미도 모르고 사용하거나, 정말로 화가 났을 때나, 주변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나, 주변의 부모나 어른들의 언어습관을 따라 하며 욕을 사용한다.

욕하면 상대방에게 수치심을 주지만 반대로 자신의 감정 해소가 되어서인지 심지어 어른들조차 욕을 쓴다. 이러한 경향은 사회가 힘들어질수록 더 심해진다. 특히 얼굴이 드러나지 않는 온라인에서는 더 심하다. 사소한 잘못일 경우도 마녀사냥하듯이 남의 인격을 무시하고 무참하게 짓밟는다. 이런 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도 늘어난다.

욕辱은 한자로 남의 인격을 무시하는 모욕적인 말을 뜻한다. 욕에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포함한다. 매우 충동적이고 아주 짧고 강렬한 말로 표현한다. 그래서인지 머리에 강력하게 남아 나쁜 상황이 되면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경우가 많다. 한두 번 사용 경험은 마약처럼 머리에 남아 반복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뇌가 빠르게 자라는 영유아기에 받은 언어폭력의 상처는 뇌의 발달에 치명적이다. 욕이나 고함을 듣고 자란 아이는 뇌 회로 발달이 늦어진다. 해마는 뇌에서 감정적인 행동과 공간 개념, 장기 기억을 조절한다. 거친 언어를 듣고 자란 아이는 감정을 언어로 적절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거친 말을 쓴다.

어린 시기에 언어폭력을 당한 아이는 욕을 무의식적으로 반복 학습을 하게 되고 자신도 모르게 폭력적인 언어를 사용하게 된다. 친구나 주위 사람들에게 욕을 자주 쓰며 아무런 생각 없이 언어폭력의 피해자이며 가해자가 된다. 충동적이면서도 강렬한 느낌 때문에 쉽게 머리에 남아 다른 사람에게 욕을 내뱉는다.

아이들이 욕에서 멀리 떨어지게 하자. 요즘의 욕은 단순히 자신의 화나 분노를 표출하는 수준이 아니다. 한 사람에게 집단으로 폭력적인 말을 사용하여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극단적인 분노 표출로 피해자는 일생을 두고 상처를 치유하지 못하고 불행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그들의 아픔에 이제는 어른들이 나서야 한다.

욕 속에 감춰진 아이들의 진실한 마음을 살펴보자. 부모의 화난 감정이 고스란히 자녀에게 거친 언어로 나타나지는 않았는지, 애정 어린 충고로 시작한 것이 끊임없는 잔소리를 마구 해대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자식들은 부모가 내뱉는 백 마디의 좋은 말보다 한마디의 감정 섞인 마음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아이들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공감해 줄 때 아이들은 저절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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