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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보다는 통합의 정책을

등록일 2025-12-14 11:06 게재일 2025-12-1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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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인 수필가

정부와 민노총의 새벽 배송 금지 법안 추진을 놓고 의견이 갈린다. 하루라도 빨리 입법을 추진하려는 민노총 택배노조와 참여연대가 ‘과로사 없는 택배 만들기 시민 대행진’을 열었다. ‘속도보다 생명이다’, ‘늦어도 괜찮아 과로 없는 안전한 배송’ 구호를 외치며, 새벽 배송 최소화를 요구했다. 택배노조에 대하여 쿠팡노조는 “새벽 배송은 국민 삶에 필요불가결한 서비스이며 현실을 외면한 정책은 택배 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처사”라고 말했다.

새벽 배송을 금지하면 배송을 맡은 기사들과 관련 산업에 근무하는 사람들도 일자리를 잃는다. 2000만 명이 넘는 이용자와 15조 원 규모의 시장을 송두리째 잃고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새벽 배송 금지는 늘어난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에 필요한 생필품 구매 수단을 무너뜨림으로 새로운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산지에서 생산한 농산물 이동망의 붕괴로 농산물은 경매시장으로 몰려 가격의 하락과 생산 농가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새벽 배송은 이미 큰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정부에서 입법으로 규제하려면 국민 생활과 관련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하게 검토한 다음에 시행해야 한다. 새벽 배송이 택배 기사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시간대별로 분석하고, 택배 산업과 농산물 재배와 유통업자와 농산물 시설 관련 산업 등을 폭넓게 조사해야 한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기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며, 택배 기사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새벽에 일하는 것이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고 법으로 금지한 곳은 세계 어디에도 없음을 정부는 알아야 한다.

택배기사들이 새벽 배송을 선호하는 이유는 43%를 차지하는 ‘주간보다 교통체증이 적고 엘리베이터 이용이 편리하다’, 29%의 ‘수입이 높다’, 22%의 ‘주간에 개인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 6%를 차지하는 ‘주간 일자리가 부족하다’로 조사되었다. 결과를 보면 국민 생활패턴의 변화와 사회 여건이 새벽 택배를 하게 만드는 측면이 강하다.

섣부른 정책 시행으로 그렇지 않아도 활기 잃은 경기를 침체의 국면으로 정부가 나서서 몰아야만 하는지. 새벽 택배 관련 산업을 없앰으로써 얻는 득보다는 실이 더 크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대다수의 조사에서 새벽 배송을 유지해야 한다는 국민의 의사를 정부는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실업자를 양산하여 사회를 불안하게 해서는 안 된다.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대다수의 노동자가 반대하고 국민이 반대하는 일을 굳이 할 이유가 있을까. 현실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택배기사의 건강을 정부가 챙겨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장기간의 철저한 조사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쓸데없는 일로 국론을 분열하고 사람들을 가르는 일을 정부는 하지 말아야 한다. 갈등의 시간은 짧을수록 좋다.

국민의 삶과 무관한 정치권의 지루한 샅바싸움에 국민은 지친다. 국민이 필요하고 행복한 정책을 정치권은 고민해야 한다. 국민을 바라보는, 국민의 삶을 살피는 그런 정책을 국민은 원한다. 갈등보다는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정치권과 언론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김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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