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4년생. 올해 일흔한 살이니 ‘노정객’이라 불러도 무방할 것 같다.
가난한 집안의 아들로 태어나 이를 악물고 사법 시험에 도전해 검사가 됐다. 강력부 현역 검사 시절엔 거물 조직폭력배와 무소불위의 권력자를 줄줄이 구속시켜 많은 이들의 박수를 받았고, 그걸 발판으로 국회에 진출했다.
1996년 그의 나이 마흔둘에 치러진 15대 총선 당선을 시작으로 국회의원만 5번을 했고, 경남도지사와 대구시장을 지냈으며, 자신이 소속된 정당의 원내대표와 당 대표를 맡았고, 비록 패했지만 2017년엔 대통령선거에도 나왔다. 정치인으로선 안 해 본 게 거의 없는 셈이다.
이쯤 되면 드라마틱한 한 편의 소설이나 흥미진진한 영화 같은 삶이 아니었을까? 위엔 언급한 요약·설명을 읽었다면 많은 이들이 자연스레 그의 이름을 떠올릴 게 분명하다. 맞다 홍준표다.
2025년 4월 29일 홍준표가 정계 은퇴를 선언하며 “이제 평범한 시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 편하게 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패배한 직후였다.
에둘러 말하지 않는 직설화법과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직진하는 특유의 저돌적 스타일로 인해 때론 곤경에 빠졌고, 여러 차례 비난에 시달리기도 했던 홍준표. 하지만, 그를 지지하는 이들은 누구보다 솔직담백했던 정치인으로 홍준표를 기억할 듯하다.
어쨌건 이제 홍준표는 스스로의 선택으로 ‘정치’라는 무대에서 내려왔다. 범부(凡夫)로 귀환한 그가 30여 년간 겪었던 한국 정치판의 혼란과 불화를 다 잊고 자신의 바람처럼 ‘평범한 시민’으로 유유자적하기를 바란다. 누구라 특정할 것도 없다. 고희(古稀) 넘긴 사내에겐 풍파 없는 평화로운 삶이 어울린다.
/홍성식(기획특집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