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온라인상에 길이 30센티가 넘는 칼을 구입한 구매 내역과 함께 “수요일에 신림역에서 여성 20명을 죽이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신림역 흉기 난동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때라 신림역 인근 주민은 물론 전 사회가 공포에 떨었다. 글을 올린 용의자가 긴급체포되어 구속기소 되었지만 올해 1월 대법원에서는 최종적으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형이 확정되었다. 기소된 정보통신망법 위반죄와 협박죄 일부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에게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문언을 반복적으로 도달하게 하면 성립하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죄와 피해자에게 해악을 고지함으로써 공포감을 일으키게 하여 성립하는 협박죄는 피해자별로 성립하는 범죄인데 ‘신림역 인근 상인들 및 주민들‘이 피해자라고 하기엔 너무 범위가 넓어 피해자가 특정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게 법원 판단이었다.
한국인 여성을 대상으로 혐오와 증오를 표출하는 글을 1700여 건 작성한 것도 ‘한국인 여성’의 범위가 넓어 피해자가 특정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다. 다만 해당 날짜 신림역 인근을 방문하거나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20~30대 여성들을 살해할 목적과 특정성은 인정되어 이들에 대한 협박 및 살인예비 혐의만이 유죄로 인정되었다. 어쨌든 피고인은 실형을 면하게 된 것이다.
지금도 온라인상에는 이런 범죄를 예고하는 글들이 일 년에도 수백 건 이상 올라오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불특정인을 대상으로 한 협박이나 범죄 예고를 해도 피해자가 특정되어야 하는 기존 범죄들의 구성요건적 한계 때문에 처벌이 어려운 면이 있었다.
공공장소에서 대중을 대상으로 흉기를 소지하거나 드러내어도 경범죄 처벌법으로 밖에 처벌하지 못해 법정형이 벌금 10만원 이하로 처벌 수위가 낮고 현행범 체포나 긴급체포 하지 못하게 되는 문제도 있었다. 이에 최근 형법에 공중협박죄와 공공장소 흉기휴대죄가 신설되어 지난달부터 시행되고 있다. 신설된 형법 제116조의2 공중협박죄는 불특정 또는 다수의 사람의 생명, 신체에 위해를 가할 것을 내용으로 공연히 공중을 협박한 사람에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처하는 죄이다.
실제 지난달 라이브 방송 중이던 유튜버가 “누구 한 명 죽이고 싶네”라고 말했다가 이 공중협박죄로 입건되었다. 형법 제116조의 3의 공공장소 흉기소지죄는 정당한 이유 없이 도로·공원 등 불특정 또는 다수의 사람이 이용하거나 통행할 수 있는 공공장소에서 사람의 생명, 신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흉기를 소지하고 이를 드러내 공중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킨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죄이다. 이 죄 시행 첫날 서울에서 행인을 향해 흉기를 꺼내 든 중국인이 검거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신설 범죄들이 생긴 이상 불특정 다수에 대한 묻지마 범죄와 모방범죄를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가 있겠지만, 수사기관도 적용 대상과 한계를 명확히 하는 적절한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불의의 피해와 혼선을 방지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김세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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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여자고등학교 고려대법과대학 이화여대로스쿨 현재)한동대 겸임교수 변호사김세라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