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보건대학원이 최근 설문 조사에서 밝힌 내용 가운데 특별히 눈길이 가는 대목이 있다. 전국 18세 이상 성인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정신건강과 관련한 조사를 해 보았더니 국민의 절반 이상이 만성적인 울분상태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는 것이다.
특히 30대와 저소득층일수록 울분을 많이 느끼고 있다고 대답했다. 또 응답자의 70%는 “세상이 공평하지 않다”고 대답했으며, 공평에 대한 믿음이 낮을수록 울분 정도가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울분(鬱憤)이란 답답하고 분한 마음을 뜻하는데, 울화(鬱火)와 비슷한 표현이다. 답답한 마음으로 생긴 병을 울화병, 심화병, 속병이라 부른다. 여기서 나온 울화통은 몹시 쌓이고 쌓인 마음 속의 화를 속되게 표현할 때 쓰는 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내면의 감정을 외부로 드러내지 않고 속에 감추는 것을 미덕으로 알고 살아왔다. 특히 여성은 가부장적 사회구조 속에 살면서 제대로 표현도 못해 남성보다 속병을 앓는 비율이 높다고 한다.
미국정신의학협회는 한국인의 울화나 화병 등은 한국문화와 연관된 특수한 질환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질병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증상이 지속될 경우는 정서 장애의 하나로 본다고 한다.
한국 사람은 울화통이 터진다는 말을 자주 쓴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주는 스트레스가 많다는 의미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사에서 국민의 절반이 만성 울화를 겪는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인 일이다.
나라와 국민을 안정시키는 일보다 갈등과 반목을 일삼는 우리나라 3류 정치에도 책임이 없다고 하지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