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정우진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장 대구 공공어린이재활의료센터, 아이들에게 진짜 희망 건네는 공간 “지역사회 구성원의 기부·참여 통해 공동의 자산으로 성장하길 바라” 아름다운 이별 위한 장례식장 재건축·제중관 박물관 전환 등 혁신 준비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은 병원이면서 선교의 현장이었고, 이제는 대구의 미래가 됩니다.”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정우진 병원장은 이달부터 운영하는 ‘대구시 공공어린이재활의료센터’에 대해 “재활은 단지 치료가 아니라 삶을 다시 시작할 수 있게 하는 힘”이라며 “아이의 걸음이 곧 미래”라고 강조했다.
‘대구시 공공어린이재활의료센터’는 대구·경북 지역의 어린이들을 위한 맞춤형 재활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별관 1~2층을 리모델링해 조성됐다.
정 병원장은 “어린이 재활의료는 서울에 비해 여건이 열악하다고들 말하지만 우리는 그 한계를 극복해보자는 의지로 출발했다”며 "공공의료의 새로운 출발점이자 지역 아이들에게 진짜 희망을 건네는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보행 로봇처럼 미래 지향적 장비는 소아 재활뿐 아니라, 향후 고령사회에서 노인 보행을 보조하는 기술로도 발전할 수 있다. 카이스트나 해외 군의학 분야에서 활용되는 기술들이 병원 현장에도 접목될 수 있다”며 “센터가 치료와 연구가 함께 이뤄지는 테스트베드로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기부와 참여를 통해 이 공간이 공동의 자산으로 성장하길 바란다”며 “기부문화 확산의 출발점이 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정 병원장은 1994년 계명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산병원 응급의료센터장과 기획조정실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지난 2023년 병원장에 취임한 그는 병원을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전환했던 당시의 결정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정 병원장은 “성서 새 병원으로 이전한 지 10개월도 안 돼 코로나가 터졌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단 하나, 지금 이 공간을 시민을 위한 병원으로 다시 여는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정 병원장은 ‘이제 그 기억 위에 새로운 미래를 덧칠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코로나 시대에 최선을 다했지만, 병원이 영원히 ‘코로나 전담병원’이라는 이름에 머무를 수는 없다”며 "이제는 시민 곁에서 다시 건강과 일상을 지키는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 변화의 시작이 바로 공공어린이재활의료센터이며, 이어 ‘아름다운 이별을 위한 3일간의 여정’을 주제로 한 장례식장 재건축, 그리고 제중관의 박물관 전환까지. 병원은 조용하지만 근본적인 혁신을 준비하고 있다.
정 병원장은 “장례는 단지 이별이 아닌, 기억을 정리하는 시간”이라며 “고인을 위한 조용한 추모, 가족을 위한 정서 회복, 마지막 인사를 위한 의미 있는 동선을 새롭게 설계했다”고 말했다.
정 병원장은 “새로 건립되는 장례식장은 기존의 장례식장과 다른 새로운 철학을 반영해 설계됐으며, 오는 6월부터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간다”며 “조용한 추모 공간, 정서 회복을 위한 휴게 시설, 마지막 인사를 위한 ‘의미 있는 동선’까지 설계에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또 동산병원 제중관(구관)은 대구의 의료사와 선교 역사를 담은 박물관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그는 “대구의 학생들이 대구의 역사를 배울 공간을 만들 것”이라며 "3·1운동, 대구 성곽, 초기 선교 의교 등 우리가 가진 사료와 건물만 잘 정리해도 충분한 교육 공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병원장에게 마음에 남는 아쉬움 중 하나를 묻자, 소아응급센터를 끝내 운영하지 못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2016년 당시 직접 응급센터장을 맡아 중앙부처 PT까지 하며 유치했던 사업"이라며 "그러나 병원 이전으로 여건이 바뀌면서 결국 반납하게 됐고, 그 일은 여전히 죄책감으로 남아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열나는 아이를 안고 병원을 찾는 부모에게 필요한 건 해열제, 찬 수건, 그리고 안심"이라며 "병원이 가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정 병원장은 이제 병원 신관과 본관 신축, 박물관 개관, 메디컬 콤플렉스를 위한 기초 마련까지 구체적인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그의 목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정 병원장은 “남은 9년 반의 정년 동안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이 병원이 ‘사람을 살리는 병원’이라는 말을 시민들이 진심으로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또 "지금 함께 일하는 이들이든, 먼 훗날 이곳을 찾게 될 누군가든, 같은 철학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면 이곳은 하나의 ‘공동체’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