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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그 많은 선거자금 어디에 쓰나

심충택 기자
등록일 2025-05-20 13:42 게재일 2025-05-2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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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충택 정치에디터 겸 논설위원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TK) 민심이 심상찮다. 리얼미터가 지난 14∼16일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를 했더니, TK에서 김 후보 44.9%, 이 후보 43.5%라는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대선을 열흘 정도 남겨두고, 이 지역에서 두 라이벌 정당이 오차범위 내 대접전을 벌이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역대 대선에서 보수후보에 대한 TK지역 득표율과 투표율은 대부분 70%를 넘어섰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TK지역 득표율은 73.9%였다.

이런 TK지역 민심에 대해 가장 속이 타들어가는 측은 김문수 후보 캠프일 것이다. 김 후보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김재원 전 의원은 지난 주말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TK에서의 김 후보 부진은 뼈아픈 부분”이라고 언급하면서 “대구경북은 25개 선거구 국회의원이 모두 우리 당 소속인데···.”라며 여운을 남겼다. 

이 지역 국회의원만이라도 자기 일처럼 선거를 지원해주면 이런 결과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가 함축된 말로 들렸다. 사실 여론조사마다 거의 90%에 육박하는 이재명 후보의 호남 지지율을 감안하면, 김 후보가 TK지역에서 몰표를 얻지 못할 경우 표 차이를 만회할 방법이 없다.

선거일이 임박하면서 TK지역 국회의원에 대한 책임론이 거론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실제 각 정당 출입기자들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과거 대선 때와는 다르게 파장 분위기를 느낀다고 한다. 김 후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을 하는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을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라는 것이다.

실제 필자도 이번 대선에서는 김문수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TK지역 국회의원의 문자 한통 받은 적이 없다. 하루가 멀다 하고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대조되는 현상이다. 길거리에서 국민의힘 간판을 단 유세차량을 본 적이 없다는 대구시민도 많다. 

윤 전 대통령 탄핵과 대선후보 단일화 논란으로 발생한 당내 갈등이 아직 남아있는 것은 짐작하지만, 이 정도로 심각할 줄은 몰랐다. 후보 캠프 외에는 모두가 손 놓고 있는 것 같다. 선관위에서 선거보조금으로 받은 돈(242억8600만원)과 최근 출시한 ‘문수대통펀드(250억원)’를 어디에 쓰는지 궁금하다.

TK지역과는 달리, 국민의힘 중앙당 차원에서는 윤 전 대통령 탈당 후 전열을 재정비하려는 기류가 형성되는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그동안 보수정당의 주류였던 TK지역 정치인들이 자당 후보의 지지율이 바닥을 치는데도 먼 산 구경하듯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내년 지방선거나 2028년 4월 총선 공천에서 반드시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이미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TK지역 국회의원들은 단일 대오를 구축해 김 후보를 지원해야 한다. 국민의힘에 실망한 보수정당 지지자들이 대선 여론조사 전화를 받고, 투표장에 나오게 하려면 지역 정치인들이 골목골목 누비며 선거 캠페인에 나서는 방법 밖에 없다. 이 지역 지지율만이라도 과거수치를 회복하면 김 후보로서는 외연 확장에 나설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긴다.

/심충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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