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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여행자들이 반한 숨겨진 명소"

최병일 기자
등록일 2025-05-26 18:46 게재일 2025-05-27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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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과 오름, 박물관까지 다양한 문화 체험할 수 있어
웨딩 사진 명소로도 인기가 높은 비밀의 숲 /한국관광공사 제공

언제나 한국 여행의 끝은 제주다.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녀도 제주만 한 곳이 별로 없다. 섬 안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산(한라산)이 있고 기생화산이 만들어낸 독특한 지형인 오름이 있다. 여행으로 피곤해졌다면 녹음 가득한 숲이 온전하게 감싸주고, 계절마다 농도가 달라지는 바다가 새로운 힘을 주는 곳. 제주는 ‘대한민국 여행1번지’답게 트렌드에도 민감하다. 그저 보고 즐기는 여행이 아니라 수 백 가지 체험 여행에 느낌 있는 감성 여행도 할 수 있다. 제주를 더 깊게 여행하기 위한 여행지를 찾아 여행을 떠나보자.

 

비밀의 숲의 포토존 중 가장 각광 받는 민트색 푸드트럭 근방. 

◇ 익숙하지만 언제나 싱그러운 비밀의 숲

제주 스냅 사진의 비밀 명소로 알음알음 알려지기 시작한 안돌오름 편백나무숲길. 길 양쪽에 펼쳐진 나무 사이로 난 오솔길이 이색적이어서 핫플레이스가 됐다. 원래 사유지였으나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 일반인들에게도 개방했다.

해가 쨍한 날, 흐린 날, 비 오는 날 어느 때나 가도 분위기가 좋다. 날씨에 따라 다른 색을 내는 숲에서 다양한 감성 사진을 찍을 수 있다. MBC 수, 목 드라마 ‘내가 가장 예뻤을 때’에서 신혼여행을 온 임수향과 하석진이 손을 잡고 걷다 이마에 입맞춤하던 곳이기도 하다. 드라마처럼 주중 주말 할 것 없이 웨딩 사진을 찍으려는 예비부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비밀의 숲 곳곳이 사진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최병일 기자 

숲길은 공원처럼 조성돼 있는데 돌담길, 야자수와 그네, 오두막, 나 홀로 나무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초록 숲과 잘 어울리는 민트색 푸드트럭은 비밀의 숲 전용 카페로 아메리카노, 한라봉주스, 타르트와 쿠키, 빵 등 다양한 디저트를 팔고 있다. 원래 유랑하는 푸드트럭이었지만 이제는 안돌오름 비밀의 숲에 정착해 이곳을 관리한다. 숲이 생각보다 넓어 길을 잃을 수 있으니 입구에서 지도를 촬영해 참고하는 게 좋다.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소들과 물영아리오름의 정취 /최병일 기자 

◇ 몽환적인 느낌이 물씬… 물영아리 오름

이름부터 신비로움이 느껴지는 물영아리오름은 백록담처럼 정상에 화구호 습지를 품고 있다. 습지에는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영아리난초를 비롯해 멸종위기종인 물장군, 맹꽁이, 긴꼬리딱새, 팔색조 등이 서식한다.

물영아리오름은 지질학적 특이성과 다양한 생물 종의 가치를 인정받은 습지보호지역이다. 점점 사라져 가는 습지와 습지에 사는 생물들을 보전하기 위해 체결된 람사르 협약에 따라 2006년 람사르 습지로 등록됐다. 탐방로 입구에서 정상을 향해 가다 보면 소 방목지인 드넓은 초지가 나온다. 오름 능선 아래에 테를 두른 듯 촘촘히 줄을 선 삼나무들과 그 앞에 펼쳐진 넓은 초원, 그 위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황소들은 그림 속에나 나올 법한 풍경이다.

물영아리오름으로 올라가는 길목 /최병일 기자 

초원을 지나면 여러 방향의 이정표가 나온다. 정상인 습지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은 계단 탐방로다. 1000여 개의 나무 계단이 가파르게 이어져 녹록지 않은 길이지만 삼나무, 박쥐나무, 생달나무, 때죽나무, 참꽃나무 등이 상쾌한 숨을 뿜어낸다. 정상에 올랐나 싶더니 다시 내리막길이다. 깊은 숲이 주는 몽환적인 풍경을 따라가다 보면 잔잔한 물이 고인 호수가 나온다. 해발 508m 높이의 정상에서 너른 습지를 마주하는 진귀한 경험을 하게 된다.

완만한 능선 탐방로를 따라 오름을 내려오면 전망대에서 오름의 정원이라 불리는 제주 동쪽 오름들의 능선이 내다보인다. 수망리 중잣성 생태탐방로도 이어진다. 오름 아래에 닿으면 빽빽한 군락을 이룬 삼나무숲이 배웅한다.

 

독특한 풍광이 매력적인 산방산 용머리 해안  /한국관광공사 제공

◇ 제주의 시 간속으로 산보…산방산 용머리해안길

산방산 용머리해안 길은 ‘80만 년 지구의 시간을 품은 길’로 불린다. 용머리해안은 대지 위로 솟은 용암이 물을 만나 격렬하게 반응하며 무수한 세월 속에 겹겹이 쌓여 만들어진 화산체다. 서귀포 남서쪽 해안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산방산은 대지를 뚫고 올라온 용암이 멀리 흐르지 못하고 쌓이면서 봉긋하게 솟은 용암돔이다.

이 둘은 80만 년의 오랜 시간 동안 바다와 땅에서 사이좋게 자리를 잡았다. 이후 산방산은 제주 사람들의 정신적 지주가 됐고, 바닷길이 열려야만 한 바퀴를 돌아 나올 수 있는 용머리해안은 삶의 터전이 됐다.

지질트레일 명소로도 인기가 높은 산방산 용머리해안길 /최병일 기자 

제주 최고의 풍광을 자랑하는 이 지역에는 인간의 삶이 투영된 파도 소리와 숨비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걷는 동안 ‘시간’이란 존재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트레일이다. 

 

독특한 조형물이 모여 예술이 되는 탐나라 공화국 /최병일 기자 

◇ 황무지가 예술 공간으로…탐나라공화국

제주 한림읍 금악리에 있는 탐나라공화국은 예술적인 조형물을 모아 놓은 일종의 테마파크다. 황무지가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나무도 물도 없는 돌 땅에 나무를 심어 숲을 꾸미고, 80여 개의 연못을 만들었다. 강원 춘천 남이섬에 ‘나미나라공화국’을 세운 강우현 대표가 2014년부터 제주에 정착해 직접 조성했다. 

누구나 나무를 심거나 채소를 가꿀 수 있는 ‘여행자가 가꾸는 여행지’로도 알려져 있다. 노자의 사상을 담은 노자예술관이 있으며, 전국에서 버려지는 헌책 30만 권을 보관하는 헌책도서관도 유명하다. 제주의 화산석을 이용해 도자기나 공예품을 만드는 것도 현장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작은 ‘국가’를 표방하는 만큼 탐나라공화국을 방문하려면 반드시 예약하고 여권을 발부받아야 한다. 현장을 조성한 직원이 직접 스토리 투어를 해 주는 것도 이색적이다.

 

해녀들의 삶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해녀박물관의 전시물들 /최병일 기자 

◇ 해녀의 모든 것 ‘해녀박물관’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에는 제주의 농업 유산인 밭담이 잘 보존돼 있으며 제주 해녀의 문화와 역사를 알 수 있는 해녀박물관이 있다. 해녀박물관을 중심으로 제주 해녀의 삶을 느낄 수 있는 밭담 길이 조성돼 있는데 ‘하도리 밭담 길’ 혹은 ‘숨비소리 길’이라고 부른다. 

제주 해녀의 삶을 느낄 수 있는 해녀박물관 /한국관광공사 제공 

숨비소리는 해녀가 물질할 때 참았던 숨을 내뱉는 소리다. 과거 제주의 해녀는 물질 외에 밭일을 겸하며 생활을 유지했는데, 해녀가 물질과 밭일을 하기 위해 지나다녔던 길이라 해서 숨비소리길이라 부르게 된 것이다. 

해녀박물관 주변에 있는 불턱(해녀가 물질하면서 옷을 갈아입거나 쉬던 장소), 신당(신을 모신 곳), 제주도 기념물 제24호인 별방진(왜구를 막기 위해 해안에 쌓은 성곽) 등 해녀와 관련된 유산이 널려 있어 제주의 생활을 제대로 알고 싶다면 꼭 들러볼 만한 곳이다.

 

하늘의 모습이 수면위에 비치는 독특한 풍광의 수 뮤지엄 /최병일 기자 

◇ 바람·돌·물…예술이 되다 수풍석 미술관 

이 세상에 바람 소리를 ‘전시’하는 곳이 있을까.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에 가면 만날 수 있다. 세계적 건축가 이타미 준이 설계한 ‘水·風·石 뮤지엄’이다. 제주는 화산섬이라 풍광이 독특하다. 그래서 많은 건축가가 특별한 영감을 받았고, 독창적인 건축물을 설계했다. 

인간과 자연에 대한 철학이 담긴 건축가의 작품을 감상하고 해석하는 묘미는 색다르다. 수(水)·풍(風)·석(石) 뮤지엄은 미술작품을 위한 전시장이 아니다. 건물 자체가 각각 물, 바람, 돌을 표현한 작품이다.

벽의 창이 돌을 비추게 설계되어 있는 석 뮤지엄 /최병일 기자 

수(水) 뮤지엄은 물과 태양을 몸으로 느끼는 공간이다. 건물 천장은 동그랗게 뚫려 있고, 바닥엔 물이 고여 있다.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하늘의 모습이 수면 위에 시시각각 다르게 비친다. 대자연의 움직임이 느껴진다. 

풍(風) 뮤지엄에 들어가면 긴 복도가 나타난다. 그 통로 외부에는 나무를 잘라 만든 구조물이 설치돼 있어 바람이 지나가면 소리를 낸다. 자연의 연주다. 내부에 있는 돌에 앉아 명상에 잠길 수도 있다. 

석(石) 뮤지엄 안에는 돌 하나가 있다. 천장과 벽의 창으로부터 들어오는 빛이 바닥의 돌을 비추게 설계돼 있다. 빛과 돌과 관람자가 하나가 돼 시간과 공간을 잊게 해준다.

두손지중(地中) 뮤지엄은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형상을 하고 있다. 산방산을 마주하며 그 산에 대한 경외하는 마음을 표현했다. 네 개의 미술관 가운데 유일하게 실제 미술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곳이다.

 

안도다다오의 작품인 유민미술관에서는 돌담 사이로 절묘하게 성산일출봉이 보인다. /최병일 기자 

◇ 안도 다다오 유민미술관, 이타미 준의 방주교회

현대 건축물의 특징은 스스로 빛내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건축물이 사람, 주변 환경과 어우러지고 소통한다.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서귀포시 성산읍 유민미술관은 그런 개념을 잘 구현한 건물이다. 현무암으로 만든 구조물이 주변의 자연과 함께 새로운 풍경을 완성한다. 관람자가 건축물 내부를 다니다 보면 곳곳에서 인공물과 자연이 이뤄낸 예상치 못한 장면에 감동한다. 돌담과 콘크리트 구조물 사이로 보이는 성산일출봉은 압권이다.

독특한 외관을 지닌 이타미 준의 방주교회 /최병일 기자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의 방주교회는 세계적인 건축가 고(故) 이타미 준(본명 유동룡)이 성서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方舟)’를 모티브로 설계한 건축물이다.

교회를 둘러싼 인공 연못과 물고기 비늘처럼 표면이 반짝이는 지붕은 햇빛을 사방으로 퍼뜨렸고, 양 옆으로는 바람이 만든 부드러운 물결과 함께 물에 비친 제주도의 파란 하늘이 흐르고 있었다.

양쪽 지붕끝단이 하늘을 향해 있는 이타미 준의 작품 ‘방주교회’ /최병일 기자 

하늘의 조화를 중시하는 건축가의 철학이 투영된 교회는 긴 지붕선 양 끝이 하늘을 향해 추켜 올렸다. 마치 방주 모양의 교회가 금방이라도 하늘을 향해 항해를 떠날 듯한 풍광이 압도적이다. 교회 내부에는 천장까지 이어진 나무 기둥들 사이로 유리창이 나 있어 예배당 안으로 자연광이 은은하게 들어온다. 어느 자리에서든 제주도의 고즈넉한 자연 풍경이 눈에 담기는 것도 이채롭다.

/최병일 기자 skycbi@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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