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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수상한 것들(부분)

경북매일
등록일 2025-05-27 18:47 게재일 2025-05-2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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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호

태극기 흔드는 소리 촛불 켜는 소리 버스 종점 눈 쌓이는 소리

어젯밤 꿈이 수상하다

(중략)

열 맞춰 계단 오르는 달동네 소리

 

수십 번의 응찰 끝에 처음으로 성공한 낙찰자는 명도 된 달을 손에 꼭 쥐고 아홉수를 넘겼다

 

달이 우는 소리로 불로 소득을 챙긴 시간 경매사가 수상하다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오기를, 날개 없는 것들이 모여 수상하기를, 벼랑 위로 하늘을 나는 양탄자가 있기를,

 

뜨는 해의 기침 소리는 수상하지 않기를

 

대로엔 낮엔 태극기가, 밤엔 촛불이 켜지는 우리 시대는 ‘수상함’의 시대다. 어제 꾸었던 꿈은 어떤 것이었나. 수상하다. 수상함이 가득한 장소는 ‘아홉수를’ 겨우 넘긴 할아버지가 마지막에 도달한 곳인 달동네다. 그 동네의 “날개 없는” 이들은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오기를”, “하늘을 나는 양탄자가 있기를” 벼랑 위에서 수상함 가득한 마음으로 꿈꾼다. 그래서 “수상하지 않”는 하루를 시작할 수 있기를 말이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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