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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근심이 된 정치

경북매일
등록일 2025-05-26 18:20 게재일 2025-05-2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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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정치학

국민의 ‘희망’이 되어야 할 정치가 ‘근심’이 된 지 이미 오래다. 막장 권력투쟁, 사리사욕 정치, 아사리판 선거는 한국 정치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국민은 대선 때마다 ‘이번에는 혹시’하고 기대해보지만 결과는 언제나 ‘이번에도 역시’였다. 정치인들의 생각이 구태의연한데 정치가 달라질 수 있겠는가?

권력투쟁에 일그러진 정치인들의 모습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집권을 위한 감언이설(甘言利說)은 갈수록 교활하다. 평소에는 편 가르기를 일삼다가 선거 때는 통합의 화신처럼 말하고, 평소에는 독선을 고집하다가 선거 때는 민주주의자로 둔갑한다. 카멜레온 같은 변신 정치는 노회(老獪)한 정치꾼들에게 식은 죽 먹기다. 이들의 선거유세는 마치 공자가 부활한 것 같은데, 지금까지의 정치행태를 불 때 가소롭기 짝이 없다. 후보들은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잘못된 과거’부터 반성할 줄 알아야 한다.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에 대한 우려는 무엇인가? 민주당은 이재명 일극 체제이며 정당민주주의는 죽었다. 민주당은 이재명을 구하기 위해 탄핵과 특검으로 행정부를 무력화하고, 사법부를 겁박해서 삼권분립을 형해화(形骸化)했다. 대법원이 이재명 사건에 유죄취지의 파기환송을 하자, 민주당은 대법관 청문회와 대법원장 특검으로 사법부를 협박하는 한편, 이재명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입법들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면서도 ‘깨끗한 법정’과 ‘사법 정의’를 말할 자격이 있는가? 이런 민주당의 이재명 후보가 ‘절대 반지의 제왕’이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는 합리적 추론이 아닌가? 액튼 경(Lord Acton)이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고 경고한 것은 바로 이를 두고 한 말이다.

한편 국민의힘과 김문수 후보는 어떤가? 당명은 ‘국민의 힘’이지만 현실은 ‘국민의 짐’이 되고 있다. 권력에 줄 서는 ‘웰빙 보수’는 민심을 모른다. 친윤이 주도한 후보 교체 쿠데타의 실패로 당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정치경험이 전혀 없는 윤석열을 영입해서 위기를 자초하더니 또다시 한덕수를 영입하려다가 사분오열되었으니 도대체 당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게다가 김문수 후보는 보수혁신과 중도 확장에 소극적이고, 헌법재판소의 만장일치 탄핵을 공산국가에 비유하는 등 여전히 극우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도층과 개혁보수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대선은 필패라는 사실을 정말 모르는가? 낡은 보수에 둘러싸여 악전고투하고 있는 개혁보수의 젊은 비대위원장 김용태의 모습이 처연하다.

이처럼 거대 양당과 후보들의 정치행태는 한심하기 짝이 없다. 권력에 눈이 멀어 정의를 말하면서 정의를 짓밟고, 국민을 말하면서 국민을 배신하는 표리부동의 정치는 대선 이후가 더 걱정이다. 부디 차기 대통령은 ‘권력의 노예’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괴물 같은 권력’이 되지 않으려면 목에 힘을 빼고 겸허한 자세로 비판과 고언(苦言)을 경청해야 한다. 역대 대통령들의 불행한 종말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기를 바란다.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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