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에는 맨발로 걷기 좋은 둘레길이 여러 개다. 그중에 걸어본 길은 흥해북천수, 송도솔밭, 기계서숲, 영일대해수욕장, 용한리해변, 형산강둔치, 오어지둘레길, 천마지둘레길, 양덕나무은행둘레길을 걸었다. 경북수목원에도 키가 큰 나무 사이로 흙길이 있어서 발바닥에 마사토를 느끼며 걸을 수 있다. 이미 많이 알려진 곳에는 시민들이 아침부터 밤까지 길을 즐긴다.
이번 주말에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진 친환경 녹색도시를 위한 ‘포항 그린웨이 프로젝트’의 사업 중 하나인 조박저수지둘레길을 처음 걸었다. 아직 덜 알려진 곳이라 그런지 주차장이 한적했다. 금계국이 한들거리며 걷는 사람들을 반갑게 맞았다. 나비와 꿀벌도 이때다 싶어 팔랑거렸다. 길 따라 노란빛이 일렁거려 자꾸만 걸음을 멈추고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게 만들었다.
금계국 너머에 들이 훤하게 펼쳐졌다. 물을 담아 모내기하려고 준비하는 논, 오늘이 날인지 빨간 해병대 복장의 군인들이 모판을 나르고 있었다. 모를 넘겨받은 기계가 논에 박음질하듯 어린 모를 콕콕 박으며 지나갔다. 옆 논에는 어르신이 제대로 자리를 못 잡은 모를 바로 잡느라 허리를 못 폈다.
포항시 연일읍행정복지센터는 조박지 둘레길에 금계국 꽃씨 1.4km을 파종했다. 연일읍 전체 도로변 총 18.3km, 약 3만7000㎡에 씨앗 280kg을 파종해서인지 조박지를 찾아오는 길목에도 온통 노란 물결이었다. 꽃길 따라 맨발로 걸으며 바닥을 보니 왕개미들도 맨발로 줄지어 어디론가 부지런히 걸었다. 개미집이 보일 때까지 길이가 한참이나 됐다. 어디로 이렇게 바삐 가는 길일까 하니, 옆에서 남편이 연일 부조장에 가는 길이겠지 해서 웃었다. 조선 3대 시장이었으니 개미도 사고 싶은 것이 있겠지.
남구 연일읍 인주리와 대송면 남성리에 걸쳐 위치한 조박저수지(적계지)는 1949년 10월 준공된 오래된 농업용수용 저수지로, 연일 읍내는 걸어서 8분, 대송면은 걸어서 4분밖에 걸리지 않아 접근성이 좋다. 또한, 여름엔 연꽃이 한가득 피고, 가을에는 모내기 한 들판이 황금 들판이 되어 멋진 풍경을 만들 것이고, 갈대 풍경까지 감상할 수 있다. 이런 환경은 철새들이 찾아오게 한다. 여러 종의 새가 서식하고 있어 지역주민들에게 편안하고 아름다운 힐링공간이다.
1.5km의 산책로 구간은 데크를 설치했고, 나머지 1.5km는 마사토 포설로 건강증진으로 각광받는 맨발걷기길을 조성함으로써 일반걷기와 맨발걷기 모두 동시에 체험할 수 있다. 맨발걷기 후 발을 씻을 수 있는 세족 시설과 중간에 쉴 수 있는 등의자가 곳곳에 놓여 있어 언제든지 편하게 와서 걸을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됐다.
데크로드는 저수지를 가로지르게 설치해 마치 저수지 위를 걷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했고, 편안하게 수변공간과 저수지를 감상할 수 있도록 데크로드 중간에는 전망데크가 자리잡았다. 조박저수지 둘레길은 모든 구간이 경사가 없는 평탄한 지형이다. 그래서 남녀노소 모두가 부담 없이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며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너른 주차장과 화장실까지 시설이 완벽했다.
단점이라면 북천수나 서숲과 다르게 이곳은 나무 그늘은 없다. 그래서 흐린 날을 선택해서 걸었다. 오늘따라 바람도 제법 불어 한 시간을 걸어도 바람이 땀을 말려주었다. 또한, 낚시 금지라는 경고문에도 많은 사람이 낚싯대를 드리웠다. 한사람이 네댓 개씩 담그고 붕어를 잡는 중이라 했다. 담당 부서에서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다 걷고 발을 씻으려고 손수건을 들고 세족장에 앉았다. 내 뒤로 낚시 자리를 찾으러 차에서 내린 남자가 담배를 피우며 지나갔다. 노란 버스에서 아이들이 우루르 내려 산책길로 선생님을 따라 걸었다. 저 아이들에게 연기가 날아가지 않길 바랐다.
/김순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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