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정상회의 준비 ‘착착’
오는 10월 말 신라 천년의 고도 경주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주 무대가 된다. 한반도 역사의 중심이었던 경주는 이제 국제외교의 중심지로 도약할 전환점에 서 있다. 세계 21개국의 정상과 경제 수장이 한자리에 모이는 이번 회의는 단순한 외교 행사를 넘어, 경주의 위상과 미래 비전을 전 세계에 각인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다. 최근 국회의원과 정부 고위 관료들이 잇따라 경주를 방문해 현장을 점검하고 시민들과 소통에 나서는 등 국가적 관심 역시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편집자 주>
亞太 주요국 정상•언론•경제 대표 등 2만 여 명 방문
“첫인상이 도시이미지 좌우한다” 환경정비 총력전
황룡사9층목탑 디지털 콘텐츠•첨성대 라이트업 등
신라 문화 현대적으로 해석한 다양한 콘텐츠 마련
보문단지 일원 ‘국제행사 복합지구 지정’ 함께 추진
일회성 아닌 지속가능한 관광도시 도약 기회로 삼아
□ 국제도시 경주, 세계 외교의 심장으로
경주시는 2021년 7월, 전국 최초로 2025년 APEC 정상회의 유치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어 지난해 6월, 외교부 APEC 정상회의 준비위원회가 공모한 개최지 모집에 응모했고, 인천과 제주 등 경쟁 도시들과의 치열한 경합 끝에 같은 해 7월, 최종 개최지로 확정됐다.
이로써 경주는 천년 고도의 위상을 넘어 국제회의 도시로 도약하는 전환점을 맞이하게 됐다. APEC 주요 회의는 보문관광단지 내 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릴 예정이다. 경주시는 이를 계기로 국제회의 복합지구 지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향후 유엔 기후총회 등 대형 국제행사 유치를 위한 기반도 함께 마련하고 있다.
정상회의에는 미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주요국 정상과 장관급 인사, 언론, 경제계 대표단 등 약 2만 여 명이 경주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경주시는 관광, 숙박, 교통, 치안, 의료 등 도시 전반에 걸친 인프라 정비와 종합적인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4년 11월 28일, 국회는 ‘2025 경주 APEC 정상회의 지원을 위한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경주시 명칭이 명시된 최초의 특별법으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및 인력 지원, 행사 기반시설 확충, 기념우표·기념주화 발행 등을 법적으로 뒷받침한다.
아울러 중앙 정부 차원의 준비위원회 설치도 명문화됐으며, 이 법률은 2026년 6월 30일까지 한시적으로 효력을 가진다.
□ 도시 전역이 변신 중… 환대와 품격으로
경주시는 2025 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기반시설 정비에 총 336억 원을 투입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정부로부터 135억 원의 국비를 추가 확보했다. 현재 보문관광단지, 경주역, 경주IC 등 주요 진입로와 회의 동선을 중심으로 도로 포장, 교통섬 정비, 가드레일 교체, 가로등 개선 등 도로환경 정비가 한창이다.
불국사, 경주IC 방면 등 5개 주요 노선에는 총 247억 원이 투입되며, 이 가운데 보문관광단지에는 110억 원을 들여 음악분수광장과 산책로 정비, 미디어파사드 설치, 야간 경관조명 강화 등 품격 있는 경관 조성 사업이 진행 중이다.
주요 진입로 주변의 노후 주택 및 담장 정비도 함께 추진된다. 울산·포항·경주IC 방면 도로변 노후 건축물과 담장 25곳에는 경주의 전통미와 현대적 디자인이 조화를 이루는 경관 디자인이 적용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시는 지난 2023년 12월, 노선별 사전 조사를 마친 바 있다.
경주시는 “첫인상이 도시의 이미지를 좌우한다”는 인식 아래, 전 세계에서 찾는 정상급 손님들을 맞이할 도시 품격 제고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렇듯 경주시는 도시 환경과 이미지 또한 국제무대에서 중요한 경쟁력임을 강조하고 있다.
□ 신라 천년의 문화로 여는 세계의 관문
경주시는 이번 APEC 정상회의를 통해 도시의 문화적 정체성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삼고 있다. 황룡사 9층 목탑 디지털 복원 콘텐츠, 동궁과 월지 미디어파사드 쇼, 첨성대 라이트업, 신라복 체험, 국악 공연 등 신라 천년의 역사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다.
정상 배우자들을 위한 전통문화 체험 코스와 유적지 탐방 프로그램도 기획됐다. 보문호 둘레길 산책, 월정교 야경, 대릉원 별빛투어 등을 통해 경주의 고즈넉한 정취를 각국에 소개할 방침이다. 관광 앱 ‘경주로ON’을 활용한 스탬프 투어, 경품 이벤트, 지역 상생 마켓도 함께 운영돼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참여하는 축제 분위기를 조성한다.
문화예술 도시로서의 위상 강화를 위한 대형 문화행사도 진행된다. 외교부는 지난 5월, 공연 연출가 양정웅 씨를 문화공연 총감독으로 위촉했으며, 신라의 미학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개폐회식 공연과 정상 배우자 초청 프로그램 등을 준비 중이다.
한국방송공사(KBS)는 주관방송사로 선정돼 중계와 미디어 대응을 맡으며, 국내외 언론 취재를 위한 전용 미디어 인프라도 구축된다. 이로써 경주는 단순한 개최지를 넘어, 대한민국 문화 콘텐츠를 발신하는 중심 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한 정상회의를 앞두고 진행되는 리허설과 예행연습에는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행사에 대한 공감대와 자긍심을 함께 키워가고 있다. 아울러 경주시는 매월 넷째 주 수요일을 ‘APEC 클린데이’로 지정하고, 민관이 함께하는 손님맞이 운동을 펼치고 있다. 웃는 얼굴로 인사하기, 내 집 앞 정돈하기, 꽃 화분 놓기 등 ‘시민과 함께하는 10대 실천과제’를 추진하며 환대와 품격이 살아있는 도시 분위기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APEC 그 이후를 준비하는 경주
경주시는 이번 APEC 정상회의를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도시 전환의 결정적 기회로 삼고 있다. 시는 보문관광단지 일원을 국제행사 복합지구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향후 유엔 기후총회, 글로벌 문화포럼 등 다양한 국제행사를 유치하기 위한 전담 기구 설치도 검토하고 있다.
감포항, 양남 주상절리, 문무대왕릉 등 해양·자연 관광자원과 황리단길, 교촌마을, 월성, 대릉원 등 역사문화자원을 연계한 ‘글로벌 관광벨트’ 조성도 본격화되고 있다. 이를 통해 경주는 내·외국인이 고루 찾는 지속 가능한 관광도시이자, 친환경 스마트 국제도시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민간 투자 유치를 통한 고급 숙박시설 확충, 복합 쇼핑몰 개발, 대중교통 정비, 통합 관광플랫폼 구축 등 도시 전반의 경쟁력 제고 전략도 함께 추진 중이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2025년 APEC 정상회의는 경주가 세계와 본격적으로 연결되는 역사적인 계기”라며 “천년 고도의 품격과 매력을 세계에 알리고, 이를 토대로 다음 1,000년을 준비하는 도시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5년 APEC 정상회의는 경주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교차하는 역사적 전환점이다. 천년의 시간을 품은 경주는 이제, 세계를 향한 힘찬 도약을 시작한다.
/황성호기자 hs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