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림
어제 본 고양이가 납작해졌어
담장 위 교교한 눈빛만 남겨 놓고
최선을 다해 고양이처럼 뛰어내리던
분명 어제는 고양이라 불리던 고양이
(중략)
납작한 생각에 빠진 고양이의 부동자세
침잠하는 고양이의 뒷모습은 슬프구나
내게 없던 나뭇잎들이
비명을 지르며 사방팔방 흩날리는 기분이구나
어제 나를 지나친 고양이가
저리도 납작한 몸짓으로 나를 할퀸다
한때 고양이였던 고양이의 납작한 이야기가
야옹야옹, 다시 부풀어오른다
……….
도로에서 그만 차에 치여 죽은 고양이. 그 시신 위에 차들이 지나가서, 납작해져버린 모습을 우리는 가끔 보곤 한다. 한데 “어제 본 고양이가” 그러한 모습으로 눈앞에 있으면 어떤 기분일까. 위의 시의 시인은 그 모습으로부터 고양이가 ‘부동자세’로 생각에 침잠하는 모습을 본다. 그 자세는 동물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인간에게 반성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저 납작해진 시신이 “다시 부불어오”르는 것을 보면.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