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북부건설사업소 발주 ‘말썽’ 장비·주유업체 몇달째 대금 밀려 “공공 발주가 관리 허술” 맹비난 선지급 체계 구조적 허점 드러나
경북도 북부건설사업소가 발주한 116억 원 규모의 영양군 ‘선바위 교량 건설공사’ 현장에서 건설노동자들과 장비 임대업자, 유류 공급업체들이 임금과 대금을 수개월째 받지 못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발주처의 감독 책임은 물론 시공사의 도덕적 해이와 공사비 선지급 체계의 구조적 허점이 총체적으로 드러냈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 공사는 지방도 911호선 영양군 입암면 연당리와 신구리를 잇는 교량 신설 사업이다. 경산시 진량읍에 소재한 ㈜H건설이 수주해 지난해 9월 25일 착공했다. 총공사비는 116억 원, 공사 기간은 36개월이다.
하지만 시공사인 ㈜H건설이 지난 2월 1차 준공 목표 시점을 넘긴 현재까지 건설기계 대여료, 유류대, 노무비 등 수천만 원을 체불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장비 대여업자들은 3~4개월분 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유류를 공급한 J주유업체는 세금계산서까지 정산했음에도 수천만 원대의 납품비를 받지 못하고 있다.
전체 1차 공사비 9억여원 중 5억 원이 시공사에 이미 선지급된 것으로 확인됐지만, 정작 하청 노동자들과 장비업체들은 임금을 받지 못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현장은 현재 시공사의 공사 중지 요청으로 작업이 멈춘 상태다. 그러나 임금 체불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이때문에 발주처인 경북도 북부건설사업소가 ‘관리감독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산업기본법’ 제62조 제1항에 따르면 발주자는 시공사의 하도급 계약, 임금 및 대금 지급 실태에 대해 감독할 의무가 있다. 같은 법 시행령 제84조는 임금 체불 사실이 발생할 경우 ‘직접 지급명령’을 포함한 행정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경북도 관계자는 “고금리와 원자재 가격 상승, 경기 침체 등으로 시공사 재정에 부담이 생긴 것 같다”는 말만 반복하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감리단 역시 “60일 이상 임금이 체불된 건 사실이지만, 조만간 해결될 것”이라는 입장만 내놓고 있다. 현장에선 ‘공사를 했으면 돈을 줘야 한다’는 상식적인 요구조차 외면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임금체불을 겪고 있는 건설기계 임대업자 A씨는 “1차 준공이 나면 주겠다고 해서 믿고 기다리고 있는데, 현장은 아직까지 공사중지인 상태로 결국 사기를 당한 셈”이라며 “이대로라면 법적 조치와 강경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지역 건설업계 관계자 B씨는 “공공 발주 공사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자와 하도급 업자에 대한 권리가 철저히 무시된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하며 “경북도가 감독기관으로서 책임을 방기하고 방관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사태는 단순한 시공사의 재정 문제를 넘어 공공 공사에 내재된 구조적 문제점과 지방정부의 무책임한 행정태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며 “지방정부가 발주한 공사에서조차 체불이 발생하고 수개월째 해결되지 않는 상황은 ‘공공발주=안전망’이라는 믿음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성토했다.
또 다른 사업자 C씨는 “정부는 체불 방지를 위해 직불제를 확대 시행 중이지만, 실제 감독과 집행이 없으면 제도는 무용지물이다. 경북도 북부건설사업소는 이제라도 책임을 다해 감리단과 함께 실사와 직불지급 검토에 나서고, 공사비 선지급 관련 행정 허점을 재검토해야 한다. 그래야 노동자와 영세 사업자들이 더 이상 현장에서 외면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유수기자 jang777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