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상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이마에 푸른 바다가 출렁거렸다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빛
그녀를 어디서 만났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우리 어디서 만났지요 분명히 몇 번 봤는데
물으려다 그만두었다
어디서 만났을까
뇌를 뒤져도 찾을 수가 없었다
가슴속을 파헤쳐도 찾을 수가 없었다
지나간 상처를 헤집자
그녀가 딱지로 앉은 채 울고 있었다
꽃이 떨어진 눈동자에
바다가 뒷켠으로 빠지고 있었다
….
우리는 삶에서 중요한 사람이었음에도 망각하곤 한다. 위의 시가 말해주듯이. 그 사람이 상처와 연관된 이였기 때문이다. 시인은 눈이 마주친 ‘그녀’를 언제 만났던 것 같았지만 도무지 기억할 수 없었다고 한다. 알고 보니 그녀는 상처 속에 있었기 때문. 상처를 새 살이 덮듯이 그녀에 대한 기억을 무엇인가가 덮어버렸던 것. 시인은 상처를 헤집고 나서야 “딱지로 앉은 채 울고 있었”던 그녀를 만날 수 있었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