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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경북매일
등록일 2025-06-08 18:26 게재일 2025-06-0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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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상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이마에 푸른 바다가 출렁거렸다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빛

 

그녀를 어디서 만났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우리 어디서 만났지요 분명히 몇 번 봤는데

물으려다 그만두었다

 

어디서 만났을까

뇌를 뒤져도 찾을 수가 없었다

가슴속을 파헤쳐도 찾을 수가 없었다

 

지나간 상처를 헤집자

그녀가 딱지로 앉은 채 울고 있었다

 

꽃이 떨어진 눈동자에

바다가 뒷켠으로 빠지고 있었다

….

우리는 삶에서 중요한 사람이었음에도 망각하곤 한다. 위의 시가 말해주듯이. 그 사람이 상처와 연관된 이였기 때문이다. 시인은 눈이 마주친 ‘그녀’를 언제 만났던 것 같았지만 도무지 기억할 수 없었다고 한다. 알고 보니 그녀는 상처 속에 있었기 때문. 상처를 새 살이 덮듯이 그녀에 대한 기억을 무엇인가가 덮어버렸던 것. 시인은 상처를 헤집고 나서야 “딱지로 앉은 채 울고 있었”던 그녀를 만날 수 있었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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