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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부분)

경북매일
등록일 2025-06-10 18:23 게재일 2025-06-1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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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욱진

쉬는 날이 온다.

 

정오쯤 일어나서

햅쌀을 안치고

 

거실 바닥 쓸고

화분에 물도 주고 하는 날

 

쓸모없는 나절을 꼭 보낸 다음

사랑하는 소리를 듣고 내는 날

 

노동한테 이겨먹기 위해

내가 제일 가엾다는 생각 하나로

누구 하나 미워할 필요 없이도

 

간신히 스스로 아름다워지는 날

……

노동자에게 쉬는 날은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가. 살기 위해 해야 하는 노동이 삶에 죽음을 가져오는 세상. 그래도 노동자에게 쉬는 날이 있어, 그는 자신의 삶을 회복하는 시간을 가진다. 집 청소도 하고 화분에 물을 주는 소소하고 ‘쓸모없는 나절’을 보내며 “노동한테 이겨먹”을 수 있는 시간을. 하여 “누구 하나 미워”하지 않아도 되고 사랑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간신히 스스로 아름다워”질 수 있는 쉬는 날.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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