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영
오십 년 된 집으로 이사했다/ 헉, 엄마 아빠보다 나이가 많다!
이사한 첫날 우리는 결심했다/ 잘 모시고 살자!
걸을 때도 살살/ 문 닫을 때도 살살/ 우리 모두 살살이가 되었다
집을 모시고 살았더니 선물도 받았다/ 낡은 창문에 걸리는 풍경화는 매일 바뀌었고/ 마당의 감나무는 가을이 되면 잘 익은 감을 주었다/ 나무 바닥 거실에 가만 앉아 있으면/ 숲에 와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역시 어르신은 잘 모시고 볼 일이다/ 집과 사이가 좋아지니/ 우리 사이도 좋아졌다
……
집은 우리에게 장소를 마련해주지만 우리는 집에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곤 한다. 반면 위의 시의 화자는 맑은 마음으로 집이 마련해준 장소를 성심껏 대한다. “오십년 된 집”을 어른처럼 모시며 ‘살살이가’ 될 정도로 ‘살살’ 대하니 집은 자신이 마련해줄 수 있는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마련해주었다는 것. 감도 덤으로 말이다. 그렇게 “집과 사이가 좋아지니/우리 사이도 좋아졌다”니, 집은 정말 마음 좋은 어른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