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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년의 잠을 깨운 꽃, 함안의 아라홍련

등록일 2025-06-15 18:17 게재일 2025-06-16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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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가야의 왕족이 잠든 말이산 고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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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년 전 연꽃 씨앗에서 발아해 피어난 아라홍련이 만개해 있다.

작년 7월 언론 기관에서 생소하면서도 정겨운 소식이 흘러나왔다. 경남 함안에서 ‘아라홍련’이 만개했다는 소식이었다. ‘아라’라는 말은 그 어감만으로도 아름답고 고풍스럽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홍련이 700년 전 연꽃 씨앗에서 발아해 피어난 꽃이라는 사실이다.

아라홍련은 2009년 함안 성산산성 내 연못에서 출토된 18개의 씨앗 중, 이듬해 8개의 씨앗이 파종되었고, 그중 3개가 꽃을 피웠다. 700년 동안 잠들어 있던 씨앗이 다시 생명의 숨을 쉬게 된 것은 기적에 가깝다. 함안군은 이 연꽃에 아라가야의 이름을 따 ‘아라홍련’이라 명명했고, 이를 기념해 ‘함안연꽃테마파크’를 조성했다.

테마파크는 함안군 가야읍에 있다. 홍련 단지를 비롯해 산책로, 전망대, 분수대, 쉼터가 조성되어 주민들의 문화생활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아라홍련은 꽃잎 아래쪽이 백색, 중간은 선홍색, 끝은 홍색으로 물들어 고려시대 불교 탱화에 자주 등장하는 연꽃과 흡사하다. 수련과 백련이 함께 어우러져 있어 단조롭지 않고 감상의 즐거움도 배가된다.

홍련의 씨앗이 출토된 성산산성은 해발 140m 남짓의 낮은 산에 조성된 가야시대의 산성이다. 둘레는 약 1.4km이며, 사적 제67호로 지정되어있다. 성 안에는 연못 흔적이 남아 있고, 씨앗이 출토된 지점에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완만한 오르막길을 따라 산성을 오르면 성 안의 넓은 평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갔던 가야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성산산성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아라가야의 왕족이 잠든 말이산 고분군이 있다. 이곳은 사적 제515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구릉지에 조성된 160여 기의 고분이 장관을 이룬다. 일제강점기 때 대부분 도굴되었지만, 현재도 일부 고분은 발굴 중이다. 고분 아래에는 아라가야의 문화유산을 전시하는 함안박물관이 자리한다.

석양이 내려앉은 테마파크를 다시 찾았다. 저녁 햇살을 받아 빛나는 아라홍련은 여전히 고고한 자태로 피어 있었다. 수련은 잎을 오므리고 있었지만, 아라홍련은 마지막까지 함안의 시간을 지키고 있었다. 테마파크를 떠나는 발걸음 뒤로 아라가야의 기억이 연꽃 향기처럼 남아 맴돌았다. 

/김성문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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