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덕순
공중에 불꽃이 튑니다
수십 발의 비명소리
밤의 키보드는 발자국 위에 붉은 꽃잎을 찍어놓습니다.
(중략)
지구 반대쪽의 우리는 겁에 질린 방관자
피 묻은 찢긴 새의 날개를 주섬주섬 챙겨 넣습니다.
횡경막 밑에 고여 있는 새의 울음을 훔칩니다.
시곗바늘은 멈추지 않습니다.
우리는 시계방향으로 돌아갑니다.
지금 세계는 혼돈의 소용돌이
심장을 향해 과녁을 맞춥니다.
새벽이슬에 젖은 붉은 꽃잎이 뚝뚝 떨어집니다.
콘크리트 벽 속으로 장미꽃이 가시를 숨깁니다.
(하략)
….
방금 전에 이스라엘과 이란이 미사일을 주고받는 뉴스를 보았다. 위의 시에서 말하듯 폭발음이 비명 같았다. 21세기에도 인류는 혼돈 속에 있고, 전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다행인지 우리는 ‘지구 반대쪽’에서 저 “붉은 꽃잎이 뚝뚝 떨어”지는 폭력의 시간이 진행되고 있음을 방관하며 보고 있을 뿐. 하나 세계의 심장에 미사일의 과녁이 맞추어져 있고, 파국으로 가는 시간 위에 우리 역시 탑승하고 있는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