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조사 제대로 않고 공사 강행 유족 “유해처리 등 통보 전혀 없어” 관리소“무연고지 정식 절차 따라 ”
영덕군 국유림 임도 개설 공사 과정에서 조상 묘소가 통째로 사라져 논란이다.
영덕국유림관리소와 영덕군산림조합은 “무연고지로 판단해 정식 절차에 따라 처리했다”고 해명했지만, 유족은 묘가 존재했던 사실이 부정되고 파묘 통보도 없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건은 영덕군 병곡면 인근 국유림에서 발생했다. 영덕국유림관리소는 산불 예방과 산림 경영을 명분으로 임도 개설 공사를 추진해왔다. 문제는 공사 구간 내 묘소에 대한 사전조사 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이장이나 유해 수습 절차 없이 중장비를 동원한 작업이 강행됐다는 점이다.
유족 A씨는 “임도가 난 자리는 수십 년 전부터 우리 조상 묘가 있던 곳”이라며 “현장을 가보니 봉분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그 자리에 길이 나 있었다. 누구로부터도 파묘 통보를 받은 적이 없고, 유해가 어떻게 됐다는 말 조차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공사를 맡은 영덕군산림조합이 묘소 존재 자체를 인지하지 못한 채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덕국유림관리소 관계자는 “공사 전에 현장을 수차례 확인했지만 봉분 등 묘지로 판단할 수 있는 흔적이 없어 무연고지로 본 것”이라며 “정식 행정 절차에 따라 처리했으며, 현재 정확한 사실관계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공사 전 문중이나 마을 주민에게 확인만 했어도 묘소 존재를 쉽게 알 수 있었다”며 “설령 무연고지라 하더라도 유해 여부를 철저히 조사하고 사전 고지를 하는 게 기본 절차”라고 주장했다.
현행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묘지를 이장할 경우 사전 고지와 유족 동의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도 가능하다.
지역 주민들의 반발도 거세다. 병곡면 한 주민은 “국유림이라고 조상 묘를 무단으로 없애도 되는 것이냐”며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누구든 조상의 무덤을 하루아침에 잃을 수 있다. 국민을 무시한 행정 폭력”이라고 비판했다.
/박윤식기자 newsyd@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