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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돌과 놀았다

등록일 2025-06-18 19:18 게재일 2025-06-19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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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면 성계리 칠성재 고인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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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계현作

고인돌 옆에서 1인용 텐트를 치고 밤을 세웠다

고인돌은 지상의, 별의 자리이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헛된 욕망에 불구하다

누군들 불멸을 꿈꾸지 않으랴

그러나 권력은, 혹은 인생은

야비하고 무모하고 허망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고인돌이었다

저 장엄한 것이 이슬보다 쓸모없다

잡풀에 희롱당하고 비에 젖어 후줄근하다

빛나는 죽음은 없다

주검만 잠시 있을 뿐 그마저도 사라진다

종일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

칠성재 마루 고인돌 옆에서 잠을 청한다

옛사람의 근본을 추적하여

오늘 우리의 터전의 발판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만

지금은 내가 불멸의 고인돌이다

자기의 자리에서 생(生)을 노련하고 집요하게 노려보는 것이,

긴 호흡 내쉬는 것이 더욱 소중하다

새벽이 되면 집으로 갈 것이다

그래, 오늘 살아 있어 미래를 전망하고 성찰하는 것이

오히려 단순해서 눈부시게 찬란하다

고인돌과 종일 잘 놀았다.

 

내가 이 고인돌을 보러 갔을 때, 입구의 안내판은 누가 발로 찼는지 찢어져 있었다. 대체로 관리가 무성의해 보였다. 멋쩍은 미필적 실수, 행정력의 부재, 그 무엇이라도.

비교해 보니 강화도와 연천 전곡의 고인돌은 제법 대접을 잘 받는 듯 싶었다. 그러나 칠성재의 그 고인돌은 푸대접 받는 그 모습이 오히려 좋았다. 그렇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었다. 어쨌거나!  /이우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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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근 시인, 박계현 화백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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