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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항시민 김숙희 여사-죽도시장 할매죽집

나는 봤다 사파이어 바이올렛 너머의 아득한 깊이 가늠할 수 없는 향기 나는 그렇게 오롯한 존재의 증명을 봤다 현현(顯現)의 부처님일까 싶기도 했다 쑥부쟁이처럼 들판을 누비는 밥벌이의 수고로움 일렬종대로 혹은 하 수상한 세월에 대한 부역이어도 내 새끼 목구멍은 포기할 수 없는 가당찮은 세월 견디고 주무르며 적당히 타협하며 이합과 집산의 현란한 블루스 그렇게 지금까지 왔다 세상의 안녕함을 기원하며 늘 맞이하는 새벽부터 안개와 비바람은 적대적인 존재였지만 친구이기도 했다 죽도시장의 새벽은 언제나 경건했다 저항과 연대의 교과서는 언제나 시장이라는 사실은 적확하다 거기서 생성되는 언어는 생멸의 가치를 초월하는 진리였다 하여 명분이 멸치 대가리에 불구한 훈장을 스스로 달기도 했다 부끄럽지 않으니 그것도 충분한 퍼포먼스, 쑥스럽기도 하지만, 정당하다, 참 아득하게 견딘 삶, 인생은 명예가 아니라 원죄에 가까운 작란(作亂)이었지만 충실하게 살았다는 현장검증에 부합하는 것은 대략적 진실이다 축복된 삶이라 생각하며 남루해도 차갑지 않으니 오후의 햇살이 오히려 따갑다. 오래 살았으니 참 고맙고, 따신 온기 나누었으니 더 고맙다 사파이어 바이올렛의 삶이라고 눈부시게 말하지만, 전달도 안 될 미진한 삶이라 겸손해 하시지만 그러나 끝내 누군가를 위한 삶이었네 그렇게 모진 생애의 페이지를 고이 다듬으며, 어머니 몸으로 법언(法言)을 하시네 죽도시장의 완결판 위키피디아라 할 만하네. … 죽도시장의 ‘할매죽집’의 어머니는 55년 이상의 장구한 세월을 팥죽과 녹두죽과 호박죽으로 허기 너머의 달콤한 시간을 선물해 주셨다. 인고의 세월을 건너며 삶의 한 전형을 보여주셨다. 그 장도(壯途)는 생업을 너머 선험적인 헌신이었다. 내 친구의 어머니이므로 나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호사가들의 구라에 의하면 어머니들이 신의 대리인이라 말하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어머니는 존재 자체다. 신의 대리인이라는 거창한 말을 들먹이는 자들에게 십구 문 짜리 기차표 찹쌀 흑고무신으로 마빡을 후려치고 싶다. 어머니는 죽지 않는 불멸과 불후의 존재다. 어머니이므로. /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6-02-11

울릉도 소등어리 초지

울릉도 소등어리 초지 소등어리 초지를 내려다보고 있으면 삶이라는, 다이제스트의 팔만대장경을 보는 듯 그러나 아무도 읽지 못하고 그럴 필요도 없다 파란 지붕의 집 한 채가 있는데, 심성이 고약하나 정갈할 것 같은 주인이 살고 있음이 분명하나, 확인할 길은 없다 다만 광대하면서 좁쌀 같은 마음에 점 하나 찍는 그 배포는 썩 마음에 든다 나는 아직 집 한 채도 없는 가난뱅이지만 무색하게도 마누라 집에 얹혀 살고 있으니 최후로 가난하지 않다 소등어리 초지를 내려다보고 있으면 모두가 가난하면 아무도 가난하지 않고* 광활한 공허에 머물 수 있음에 기쁨의 치를 떤다 축약본 팔만대장경을 내려다보며 오줌을 누면 울릉도가 온통 따스해진다 생각하며 이것이 나의 울릉도에 대한 욱여넣음과 쟁여놓음이니, 그러나 부디 헛발질이기를. *피터 모린의 말에서 빌렸다. ..................................................................... 사랑은 언제나 사랑 그것이다. 사랑은 유기적인 것에 대한 공감이며, 부패의 운명을 가진 유기체의 감동적이고도 방종한 포옹이다. 사랑은 아무리 근엄한 사랑이라 해도 육체적이지 않은 일은 없고, 아무리 관능적인 사랑이라 해도 근엄하지 않은 일은 없다. 토마스 만의 소설 ‘마의 산’에 나오는 문장이다. 그리고 한 시집의 제목을 생각한다.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소등어리 초지를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6-02-04

포항시민 권정무 2

깔쌈하다는 경상도 촌말이 있어요 검색해 보세요 당신들이 울릉도 갈 때, 천 명이 넘는 손님들이 타는 크루즈, 객실의 바닥과 소금기 가득한 계단, 당신들이 싸지르는 화장실 청소를 이 사람이 합니다 어찌 보면 너무 일에 집착해 답답해 보이기도 합니다 소주도 꼭 한 잔만 해요 술자리 끝나면 후배들 선배들 다 챙겨 보내요 그야말로 인생의 바닥을 싹쓸이하는 사람이에요 해충박멸, 방역과 청결, 하는 일 모두가 얼굴만큼 깔삼해요 기부도 잘 해요, 왼손은 몰라요, 부자도 아니에요 알릴 일도 아니고 그러지도 않아요, 그냥 해요 시니컬한 허세, 그러나 진정성 가득한 포스 덜떨어진 애교가 볼 만해요 그리고 맨발 달리기의 전도사예요. 비오는 날엔 시내를 맨발로도 달려요 영일대 바닷가를 죽자고 달리는 미친 사람이 이 사람입니다 거기에 더한 일도 합니다 시 한 편 제대로 못 외우는 이 삭막한 시대에 그는 삼 백 편의 시를 외우고 있고 필요로 하는 곳마다 시간이 허락하는 한 낭송을 합니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정말 열심입니다 정말이지 읽고 외워 인문을 함양하고 달리고 달려 신체를 구축하고 쓸고 닦아 생활을 바로 세우는 실존적인 삼종(三種) 세트 인간, 말릴 재간이 없습니다, 지켜보며 응원합니다 후배지만 선배 같아요, 그렇습니다 일부에 충실하여 전부를 말하는 사람이 이 사람입니다. ….. 순수하다고 해서 맹탕일 필요는 없다. 생업은 치열할 뿐만 아니라 더러는 더럽고 저급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그것을 고요히 받아들이고 사랑하고 순화시키면 주위가 고요해진다. 그렇다고 고요가 적막은 아니다. 시장의 소음 속에서도 적막의 흐름을 아는 사람이 있고, 또 그것이 적막임을 모르면서도 그 적막을 지배하는 능력자들이 도처에 있음을, 본인은 몰라도 나는 안다. 그런 사람이 정말로 영적으로 뛰어난 인물이다. 가장 잡놈이라 불릴 사람에게서 경지를 이룬 사람의 불가해한 능력을 보는 것은 대낮에 등불을 보는 것과 같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너무 멀리 와버렸거나 도태되었다. 그들의 마을에 가고 싶다. /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6-01-28

포항시민 이상민

불후의 명곡 영일만 친구로 평생을 잘 먹고 살았다는 가객 최백호 형님을 보면서 저 얼굴로도 잘 산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노래가 깊다고 짐작했지 우리도 그에 뒤지지 않는다고 낄낄대며 우리를 위로했지 누군가의 평가에 머물지 않고 너는 네 쪼대로 살았기에 자못 훌륭했다 최백호를 강제소환한 이유가 여기 있다 누구나 빚을 지고 살지만 시장 사람들 뜻 모아 그 소박한 살림 부풀리려 자네 아버지의 지극한 계 모임의 꿈이 파산되었어도 그 모든 빚을 자식된 도리로 다 갚은 일은 참으로 탁월했다 재래시장의 시스템을 파괴하지 않고 온전하게 성실하고도 충분히 지불을 했다 그리하여 지금 너는 헐벗고 아프다 그러나 최대한 뭉개고 살면 발바닥에 땀이라도 나서 그 열기로 내일을 기약하리라 다만 다시 못 올 세상에 대해 미련은 미련없이 팽개치고, 그리고 흉기에 가까운 얼굴로도 우리 그럭저럭 잘 살았다 우리가 생업(生業)에 몰두하다 보니 조금 구려도 그것도 나름의 향기라 생각한다 행주든 걸레든 구분하지 않고 닥치는 대로 사람들 돌보며 살았다 자부하자 삶이 초라했어도 누추하지는 않았다 누군가에게도 짐이 되지 않았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 오후의 자잘한 햇살을 쬐면서 담배를 꼬나문다 인생은 저 파릿한 연기와 같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막걸리 한 잔 때리고 노을 속으로 잠입하여 우리를 바사삭 태워 버리자, 다시는 이 세상에 태어나지 말자꾸나. ….. 아버지의 빚을 아들이 갚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법을 잘 몰라도, 그런 정도는 안다. 상속을 거부하면 되니까. 이 친구는 거액의 모든 빚을 다 갚았다. 아버지의 명예가 아니라 아들의 역할에 충실하고자 했으니. 가족의 명예까지 생각했으니,. 이 나라의 장남의 책임은 무엇인가? 그 일이 끝났을 때 그는 병들고 말았다. 몸이 따라주지 않으면 병들게 마련이다. 그런데도 행복하다고 입술 질끈 깨물고 말한다. 그 궁핍을 고난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 근기는 도대체 무엇인가? 술집이나 식당에 가면 거지 취급을 받으며 문전박대를 당하는 일이 가끔 있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다. 타인을 이해하고 자신을 용납하기 때문이다. 도대체 그 수승한 겸손은 어디까지인가? /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6-01-22

구룡포 응암산 박바위

구룡포 바다를 장악하려면 구룡포에서 멀어져야 한다 박바위가 제격이다 거기는 공허의 공간이나 단단하게 마음을 다지는 힘줄이 있다 전각 하나 없어도 마음에 그것을 세울 평평함을 제공한다 그렇게 세상을 지배하는 기운이 있다 바위 끝에 서서 구룡포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차가움이 인간의 체질임을 박바위는 지적한다 그것은 냉혈(冷血)이 아니라 침착과 질서이다 따스해지려면 더욱 차가워야 한다 우리는 언제든 꽁초처럼 버려질 수도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한때의 뜨거움으로 영원을 추구할 수는 없다 박바위는 걸어온 먼 길을 스스로 지우며 안으로 다른 길을 만들고 있다. …….. 박바위로 가는 길은 참 아늑하다. 반드시 걸어서 도착해야 한다. 수신(修身)에서 멈추어야 한다. 제가(齊家)와 치국(治國)과 평천하(平天下)는 나중의 일이다. 그러한 책무를 감당하고자 하는 잡놈들을 우리는 경계해야 한다. 치세에 지치면 박바위에 가서 자신을 뒤집어놓고 잘 관찰하면 길이 보인다. 그러나 살아가는 것은 늘 첩첩산중이라, 그곳에서 바라보는 겹겹의 수묵화와 같은 산들이 상징적이다. 박바위에서 생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 잠시의 위안으로, 돌아봄으로, 진통제와 같지만, 혹은 박하사탕 같지만, 하나의 길이 된다. /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6-01-14

두마*, 별을 만지작이는 마을

이런 큰 마을이 있다니, 높이로는 칠 백 미터, 대관령 평창보다 정선 육백마지기 못하지 않다 앵초와 잡풀, 쑥부쟁이 근처의 천문대가 무슨 소용이니 하지만 생활 밖에서도 더 나은 바른 생활이 있다 우리가 미처 따르지 못했지만, 두마, 사람의 큰 마을이 있네 스페이스가 아니라 유니버스의 충분한 공간 참 친절한 맹랑한 공간에서, 별을 보고 돈을 지불한 사람이 없는 것처럼 하늘을 본다는 것은 쉬운 일이나 별의 감촉은 어떨까, 하늘은 과연 둥글까, 그래서 사람을 이해하는 것은 가득한 믿음이 필요하다 우리가 사랑하는그 별은 이미 사라졌을 지도 모른다, 우리가 맹목적으로 그리워할 뿐, *포항 북구 죽장면에 있는 마을 ….. 위치가 높다고 사람이 높은 것은 아니다. 빛나는 것은 스스로 빛나지 누가 부추겨 빛나는 것은 아니다. 역할에 충실해야지 그것을 누리면 안 된다. 말이 좋아 별을 만진다는 것이지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도 그 마을은 보기에 적당했다. 내가 명시하는 적당하다는 말은 뛰어남을 능가한다는,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은 얻을 수 없다는 서투른 표현이다. 이 의미를 확대재생산을 한다면 회생불가능의 부작용이 뒤따를 것이다. 거시는 미시에서 완성이 된다. 적절하게 산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6-01-07

꼭두방재*

꼭두방재* 미물(微物)로 살다가 사람으로 살자 다짐한다 꼭두방재에 오르면 언덕에 올랐다가 산에서 내려온다** 포항에서 안동을 거쳐 서울로 가거나 개의치 않는다 다만 밥 먹고 똥 누며 어울려 사람으로 살고 싶을 뿐, 오직 도달하지 못할 중도(中道)의 고갱이는 무엇일까, 의지와 신념과 기회와 능력을 몇 조각 구름으로 엿 바꿔 먹을 교조주의를 까부수는 낮달, 이마에 선연한 낮지도 않은 혹은 높지도 않은 꼭두방재에서, 비우고 내려감이 심히 어려움, 명심해야 한다 우리는 언젠가 국토의 가랑잎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경상북도 청송군과 포항시 죽장면을 연결하는 고개. **영화 ‘잉글리쉬 맨’의 원래 제목에서 빌림. … 그냥 거기에 갔다. 직선이나 혹은 효율적으로 길을 잘 만들어 버렸으니 찾아올 손님이 없다. 당연히 휴게소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가끔은 외진 곳에서 마음을 돌아보고 가다듬어야 한다. 사람의 자세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언젠가 세상에서 외면당할 일만 남아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5-12-17

멸치육젓

소금꽃 환한 염전에서 눈 부신 햇살 누리는 것 내 뜻대로 가능할까, 불가능이 가능한 곳에서 맑은 하늘을 본다 포항 어느 식당에서 멸치육젓을 만나 나는 환호하며 몸을 떨었다, 그 집을 평생 신뢰한다 맛있게 먹었다고 아첨하지 않으며 발효라 치장하며 시간을 옹호하지는 않겠다 시간을 쟁여 응축된 저 묵은 시간 그윽하게 젓가락으로 침범하는 발랄한 도발 은둔(隱遁)의 지존(至尊)은 강호(江湖)에 즐비하다 텔레비전에 나와 요리하는 것들 혹은 미슐랭, 천한 허영의 표본들은 껍죽거리지 마라 장독에 유배되어 그늘 아래 묵혀둔 시간이 암흑에 가까운 시절이었지만 봉숭아가 이웃이 되어 좀 좋았지 잘 견디어, 불현듯 당신과 조우(遭遇)하여 약간의 양념, 가령 고춧가루와 잘게 썬 고추와 다진 마늘의 데코레이션으로 완성된 멸치육젓은, 그러나 아내는 딸의 임신 중에도 하지 않은 헛구역질을 했다 그러나 나는 행복했고 아내는 지극히 불행한 상황을 눈썹 세우고 지켜 본다 남편은 돌연변이이자 몬도가네라 한다 그런 극단적으로 상반된 풍경이 못내 즐겁다 저건 사람의 음식이 아니야, 거칠게 반항하는 아내에게 곱창 먹는 너보다 낫다고, 항변한다 공감하지 못해도 이해는 필요하다 서민의 음식이라 일차원적으로 평가하고 폄하하는 주둥아리에는 똥 한 바가지가 딱이다 이런 비유가 서글픈 일이지만, 일상을 지탱하고 뛰어넘는 하나의 축(軸)이 있어, 시대를 초월하는 이음새의 장치를 마련하고 싶어서 섬세하게 대가리를 자르고 뼈를 발라내며, 세로로 길게 찢어 숭고하게 먹는 멸치육젓, 그 시간에 감사한다. ….. 멸치육젓을 꺼내면 보통의 사람들은 썩었다고 한다. 천만의 말씀이다. 그 깊은 발효에 내재된 시간의 융숭함을 짐작할 수도 없을 것이다. 짜기도 하다. 그 먼 시간을 이기려면 그 정도의 소금은 필수다. 생멸치가 얼마나 부드러운 생선인지 만져보지 않으면 모른다. 마른 멸치만 아는 것은 땅만 알고 바다를 모르는 것과 같다. 그러나 세상에는 그러한 일이 비일비재하다. 탓할 수 없다. 아무려면 어떠랴. 나에게는 최고의 밥반찬이다. 밥 익을 때 데친 양배추를 함께 먹는다면 참 달고 깊다. 거칠고 소박함이 우리에게는 옳다. 본질에서 멀어지지 않으므로 장식된 삶을 최소한 살지 않는다. /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5-12-10

입추(立秋), 그 너머-오도 바다* 고운 모래알과 몽돌

입추(立秋), 그 너머 -오도 바다* 고운 모래알과 몽돌 생각해 보니 실패가 성공이었다 그러나 과정은 무너지지 않는다 겨울이 와도 어떨까, 과연 우리에게 어떤 빙하기가 있었는가 물기가 없으면 얼지 않는다 하여 암각화가 될 수도 있고 물욕이 없으면 망할 일도 없을 것 업적이 초라해도 그것으로의 역사가 되고 벼락박 똥칠도 무늬가 된다며, 깨달음은 없다고(悟道) 가르치는 오도 가을 바다, 마른 눈길 늘 울음을 참는, 그래서 나의 가을 풍향계처럼 그 바다를 탐지하며 결국엔 아무 것도 얻지 못했다만 하소연 없는 태연하고 불량한 바다 그래서 행복하고 불행했지만 그래, 밑천 뻔한 한 끗 차이, 마치 마을에 가닿지 못하는 저 파도 소리. *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흥해읍의 작은 바다 마을 …. 시간에는 절대 상처가 나지 않는다. 방치와 외면으로 흘러 지나가는 무서운 존재, 파괴가 없는 절대적인 무형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무책임에 분연히 항거해야 한다. 모든 사람들이 과거에 머물러 지금에 와서 상처를 입지 않아야 한다. 오히려 무기가 되고 훈장이 되어야지 굴레는 아니다. 경험의 반복을 되풀이하지 않아야 된다는 클리세는 그만두어야 한다. 상처는 새 살을 돋게 한다. 박테리아 혹은 세균도 사람을 돕는다. 거부에 집착하다 보면 외딴 섬이 된다. 진정한 섬은 고립이 아니다. 가능성의 신호, 혹은 미지의 공간에 대한 개활지이다. 존재가 작다고 의미가 축소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이우근 ……….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5-12-03

과메기, 우레의 침묵-과메기에 관한 명상

노가리는 죽어서도 입을 벌리고 있다 과메기는 죽어서도 입을 다물고 있다 과메기를 보면서, 사람의 길이 무엇인가 생각한다. … 우연인지도 몰라도, 죽도시장을 걸으며 이런 광경을 목도했다. 각자의 인생에서 획득하는 의미는 관찰의 결과로 부여받은 그 사람의 몫. 그런 해석은 직시에 의한 감각적 반응이니 타인의 반응에 대해 굳이 변명할 필요는 없다. 다만 죽어서라도 태도를 바꾸지 않을 용기를 살아생전에 내면에 각인시킨다면, 죽어서도 외롭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떠드는 것은 누구라도 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한다. 잊혀지기가 싫어서 떠든다. 그러나 떠들수록 남루해진다. 불행한 것은 그런 행위가 반복될수록 철저하게 스스로 소외된다는 사실이다. 죽도시장 앞의 좀비들은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자기 앞의 생을 열심히 좀먹고 있다. 밥벌이라면 용인하리라. 그러나 아무리 몸부림쳐도 자신의 존재를 확인시켜 주지 않는다. 주인공 없는 삶을 산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신념과 철학이라는 그런 것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으니 동정도 필요가 없었다. 책임을 그들에게 추궁할 수는 없지만, 평생 계획적인 교조주의의 가여운 희생자였다. 개떼처럼 살 필요는 없고, 짖을 필요는 없다. 저주는 결국 나에게로 향한다. 지금, 구체적인 대안은 생략되었고 인간에 대한 예의상실과 소모적인 낭설만 득실거린다. 침묵이 좋은 건 최소한의 면피는 보장한다는 점이다. 제발, 주둥아리를 닥치고, 필요한 말만 최소한 하라. 정치에 예속된 종교는 쪽박의 결과로 그 존재를 증명했다. 군림하는 듯 마취되어 가장 저속한 꼬라지를 저만 모른다. 집단의 힘으로 강요하는 요설들은 부메랑이 되어 금방 마빡을 후려칠 것이다. 상식적 이별을 모르는 저 단호한 프로포즈는 폭력과 범죄에 가깝다. 분명한 것은 단련되지 않은 말은 제가 싼 똥을 제 입에 바르는 꼴이다. 본문은 짧고 설명이 긴 걸 보니 나 역시 개소리나 나발거리는 놈팽이에 불과함이 분명하다. 그러나 나에게 조금 더 다가가기 위해 나에게로 깊이 잠입한다. /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5-11-26

(11.20)이우근 시인과 박계현 화백의 포항 메타포

감은사지 2 당신이 애인이 있다면 당장 감은사지에 가라 둘 다 서로 잊혀질 것이다 가장 강렬해서 소원하고 멀어도 가깝다고 하나는 적절하게 외롭고 둘은 이미 다소 귀찮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한다고, 당신이었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덤덤하게 말한다, 사랑은 늘 어렵다고 두 개의 탑 사이를 오가며 잡풀들의 조롱에도 불구하고 하루 종일 바다를 기웃거리는 삶, 설렁설렁 잘 놀다 간다 순간을 영원으로 착각하지 말아야지 그것의 무난한 진리를 깨물며 씹었다 그러나 부처라 해도 문무대왕이라도 해도 안간힘으로 한판 패대기치면 간단한 것을 아무것도 아닌 것을, 사랑이 그런 것을. …. 요란하지 않아도 즐겁고 따스한 곳이 있다. 감은사지 터가 그렇다. 그냥 다섯 시간을 앉아 있어도 시간이 아깝지 않다. 사람과의 만남은 상수이자 변수이므로 대충 뭉개면 된다. 단지 아프게 뭉개야 한다. 그래야 흔적이 남지 않는다. 아픔은 그대의 운명이다. 극명하다. 최고의 성실은 최대의 게으름이다. 저 두 개의 탑이 증명하고 있다. 세월은 배신과 반전이다. 당신의 퇴적층을 만들라! 반성의 빌미로 새로운 명제를 만들 것이다. 쇠락이 진전이 된다. 사람의 시작이다. /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5-11-19

단풍콩잎-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아무도 죽지 않음으로

단풍콩잎 만드는 법을 배운다 어머님이 이제 늙으셔서 더 이상 얻어먹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반찬은 물러설 수 없다 연습을 거듭해도 그 맛이 나지 않는다 도무지 알 수 없는 맛의 행방을 추적한다 불가하다, 문득, 이게 공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궁극에 도달하기 위해, 단촐한 여섯 식구 입맛의 테두리에 갇힌다 해도 그것이 세계였다 손과 혀에 일찍 탁마(琢磨)된 가없던 시절, 어머니 세월의 고행(苦行)를 해독(解讀)하는 시간, 짓이긴 마늘과 분쇄된 매운 고추, 슬쩍 손길 더하는 알싸한 제피가루, 그리고 정제된 멸치액젓이 나를 벼르고 있다 해 봐라, 너의 완성도는 어디까지인지, 차라리 사 먹고 말자고 대항한다지만 그래도 미련은 태산처럼 남는다 지쳐 냉장고에 기대에 천장을 바라보며 사람의 내공(內功)에 대해 생각했다 나의 근기(根氣)로는 아무래도 거기까지는 도달하지 못할 꼬라지의 변방이다 흉내에 치장된 껍데기의 맛만 볼 뿐, 그런 그 삶이, 지겨움에도 불구하고 멀지만 본질에 향하는 삶, 의미가 없지는 않으리라 생각했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아무도 죽지 않는다 단풍콩잎 하나로도 미래를 지배하므로 우리는 굴종해야 한다, 다만 내가 잘 살길 바란다, 어렵겠지만. ……. 간장에 박아둔 노란 콩잎을 꺼내 멸치액젓을 잘 발라 며칠 묵혀 두었다가 양념해서 먹으면 그보다 더한 반찬은 없다. 도저히 어머니를 이길 방법이 없다. 세상에 도저히 범접할 수 없는 경지가 있다. 나는 그것을 노린다. /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5-11-12

해와 달의 길-장기 일출암(日出岩)

산다는 거, 가만히 응시하면 그래, 주관은 없어, 객관의 일직선을 증명하는 것 장기천을 걸으며 느꼈네 그 끝과 시작에 일출암이 있네 그냥 바위지만 큰 법당이네 달이 지고 해가 뜨는 순간을 의무적으로 지탱하고 있네 지나치는 길이라 눈여겨 보지 못할 변방이라 해도 차라리 그곳이 구룡포의 배꼽 가만히 바라보면 삶이 무력하고 고달파도, 바다를 바라보는 것 선험(先驗)이 그런 것이라고 넌지시 옆구리를 파고 든다 가치를 모르는 삶이 너무 많기에 하찮은 존재들이 오히려 나를 구축한다 나로서는 그리 생각하면 안 되지만 고마운 일이었다 대충 잘 사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라고 일출암은 지적한다. ….. 일출암을 기준으로 해와 달의 길을 되짚어본다. 장기천은 그 좁은 수량에 감당하지 못할 역할을 거뜬히 수행하는데, 의미는 부여함으로 가치를 획득한다. 늘 갈숲 바람이 적당하다. 일출암은 외롭고 쓸쓸하지만, 고고해서 스스로 빛난다. 육당 최남선이 동해십경의 하나로 명명한 것은 탁월한 식견의 결과이다. 사람들은 그것을 모른다. 인생은 관광이 아니라 여행이 되어야 한다. 한때 불려지고 마는 유행가가 되면 안 된다. /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5-11-05

멀고 긴 밤-양동마을 설천정사(雪川精舍)에서

왜 읽는가 책이 묻는다 은하수는 어디로 흐르는가 밤이 묻는다 물살 같은 손금으로 책갈피에 남긴 침 자국 먼 바다 물결 소리 채집하여 소금꽃 피우듯 사람 사는 거 한 글자 한 글자 깨치며 먼 길 가듯 책이 묻는다 어찌 살 것인가. …… 양동마을은 경주에 속해 있지만 그 앞을 흐르는 형산강은 포항으로 이어진다. 또한 회재 이언적 선생의 묘소가 연일읍 달전리에 있으니 이 또한 연관성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다. 각설하고, 양동마을의 파종손인 친구의 배려로 설천정사에서 혼자 하룻밤을 지낸 적이 있다. 해가 지면서 안강평야로 저녁 이내가 퍼지면서 풍경이 서서히 지워질 때 괜히 눈물이 났다. 지독하게 외로울 때가 필요한 법이다. 그날이 가장 서러운 날이었다. 그리고 혼자라서 지독하게 행복했다. 자신을 바로 보는 일은 어려운 법이다. /이우근 ……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5-10-29

입동(立冬)

냇물이 얼기 전에 세상으로 나갈 때 신을 보시 받은 저 나이키 운동화 잘 씻어놔야지 개털고무신 한 벌 더 장만하고 나머지 너덜너덜한 신발들도 꿰매놔야지 보랏빛 곱던 싸리나무 빗자루 손질도 하고 지붕도 덧대어 눈 내릴 때 대비해야지 더 늦기 전에 마음의 약점 보완하고 상처나 흠집도 메꿔야지 눈이 내려 길이 끊기면 죽을 수 있다 생각하면 그 무엇도 미룰 수 없지 혹 내가 사용하지 않으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다 후학(後學)을 위한 궁극(窮極)의 미덕이 무엇인가 설사 죽는다 해도, 마당에서 눈 맞고 죽는다면 만약 그렇다면 나는 그것을 설장(雪葬)이라 말하고 싶은데‘ 가당치도 않겠지 마음 다잡아 하얗게 잊혀질 것 그 이상의 꿈을 꾸며 장작을 팬다 생애에 걸친 악업을 쪼갠다 아궁이와 굴뚝청소도 한다 그 누구를 위해서라도 할 일은 해야 한다 겨울이 온다. …… 중구난방, 다방면으로, 무작위로, 치명적으로 인간의 겨울이 온다. 경제적이든, 기후적이든, 인간적이든, 좌와 우에 불구하고, 모든 것을 가리지 않는다. 차라리 얼어 죽는 게 나을 지도 모른다, 이렇게 살면 안 된다는 것을 후세에 명징하게 교과서로 남아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래도 살아간다. /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5-10-15

‘저수지의 개들’

자신의 발바닥과 뼈다귀를 핥다 지쳐 개들이 저수지로 온다 세상의 가뭄이라, 바닥이다 보라, 잡풀들과 억새들은 그런대로 잘 산다 그들의 생애가 푸르고 찬란하다 개들은 없는 밑천마저 탕진한 주제에 국물도 없다고 빈정거리며 드러눕는다 그 몰골로 먼 산을 본다 부끄러워 짖는다 모자라고 덜떨어진 존재들이라고 상대를 탓하며 파리채로도 사용 못 할 혓바닥으로 변명의 웅변을 가열차게 구사한다 치부를 가리는 데는 그만한 것이 없다고, 국밥 먹여 동원한 졸개들만 듣고 있다 밤이 되면 좀비가 되어 온갖 양념을 상상하며 빠는 손가락 내용 없는 아름다움에 도취된 결핍의, 그 편향의 마약을 끊어야 할 시간 제발 반역이랄 것도 없는 껍데기 혁명에 몰두할 일이 아니라 쪼그려 앉아 새싹이 돋는 법을 관찰하는 것이 차라리 도약의 자세이다. ….. ‘발푸르기스의 밤’은 마녀와 악령들이 산에 모여 춤을 추고 악마와 교류한다는 전설에서 유래한 축제, ‘저수지의 개들’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제목이다. 왜 이런 생각을 했는지 나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마냥 모를까? 다만 역량을 비축하여 훗날을 도모하면 된다는 말을 하고 싶다. 그냥 짖을 일이 아니다. 시대정신은 대의(代議)라는 말로 치환된다. 이기는 것이 장땡이다. 승리자에게 모든 것을, 그것이 현실이다. 개는 사람을 물지만 사람이 개를 물 수는 없다. 누가 개이고 사람인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연금술사와 변검(變臉)의 나날이다. 사랑할 날들이 많지 않다. /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5-10-01

포항통신

몸에 좋단다 검정콩 흑미 검은 깨 다 빠사가지고 몇 봉지 만들었다 머리 빠지는 것에도 효과가 있다더라 아침마다 문안인사하듯 이 미숫가루 챙겨 묵아라 해줄 게 이밖에 없다 동네 늙은이들 심심풀이 무농약으로 가꾼 것 눈여겨 보고 챙겼으니 두루두루 단디 챙겨 묵으먼 몸에 쪼매 도움이 안 되것나 술 적게 묵고 돈 벌 요량을 해라 세상이 만만찮아도 성실하면 누가 이기겠노 참, 서울 멀다, 꿈길에도 못 갔다 그저 연속극 나부랭이나 보고 곱씹으며 찬밥 한 숟갈 뜬다 그렇게 하염없이 세월을 보내고 있다 이렇게 저렇게 살아왔지만 사람의 길이 중요함은 이미 지켜보고 있다 하여 문밖이 저승이라 함부로 아무 말도 못 한다 타향살이 풍진에 부대낄 니 생각 아프고 아프다 그래도 사는 게 행복타 서럽고 고맙다. … 뜬금없이 보내온 꾸러미 속의 편지에 잠을 못 이루었다. 서울의 늦가을 달빛이 찼다. 미숫가루는 못 먹고 막걸리 잔에 깊이 손을 담그는 밤이었다. 친구인 고두현의 시 ‘늦게 온 소포’와 뉘앙스가 비슷해서 머쓱하지만, 내 앞의 현실이었다. /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5-09-17

눈 먼 자들의 도시

직시(直視)보다 왜곡(歪曲)에 편승하기 신념은 깡다구의 결과물 최고의 날라리가 되어 볼까 생각을 멈출까 눈 먼 사람은 밤과 낮이 없거든 그렇게 굳히기 한판의 삶 앞니에 끼인 고춧가루처럼 찬란하지 않더라도 기어코 개겨볼까, 몰라, 젠장 덩달아 짖는 개떼들의 공허한 하울링이 난무한다 그러나 사랑이 독약(毒藥)이라 해도, 그럼에도 결국엔 사람이 해독제인 걸, 나라 사랑 말고 사람을 사랑한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 제목. .................................................................................................... ‘눈 먼 자들의 도시’라는 소설이 있다. 내용은 차치하고라고 그 제목만으로도 충분한 상징성으로 현실을 직시하고자 하는, 나의, 어설픈, 차용이다. 나는 좀 비겁하다. 모든 것을 외면하고 회피한다. 다만 글 몇 줄 읽은 것이 다행이다. 그러나 찌그러진 바퀴 위에 올라탄 한 수레에 미치지 못하는 독서였다. 포항에서 다시 살면서 아쉬운 것은, 자기의 의사가 통용되지 않는다고 상대를 극단적으로 부정하며 저주하는 것은, 시대정신을 x도 모르는 똥개들의 하소연에 불구하다고 나는 생각했다. 민주주의의 가장 강력하고 또한 비열한 정의는 결국 결과에 있다. 승복과 복종과 체제의 인정을 강요하고, 거기에는 당연한 반동이 자리하고 있다. 문제는 이기적이고 분열적인 가역반응이다. 덩달아 짖는 개떼들의 공허한 하울링이 난무한다. 변방과 소외를 말하지만 그전에 누렸던 영화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가장 비열하다고 말하는 이유이다. 물고 물린다. 개들의 습성이다. 달을 보고도 짖는다, 집을, 내 밥그릇을 지켜야지, 나의 밖에 무엇이 존재하리란 것을 염두에 두지 않는 몰염치는 두렵고, 또한 훨씬 가소롭다. 깽판이나 치자는 시정잡배 수준의 시민의식으로 어떻게 시대정신에, 온전한 시민으로 살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시간과 시대를 좀먹는 비루한 존재들인 비정치적이고 비시민적이며 공감능력이 현저히 결여된 좀비들이 버젓이 활개하고 헐떡이고 있다. 시도 때도 없이 붕가붕가한다. 특별한 능력, 부여받지 않은 특권을 상시적으로, 상식적으로 내면화하여, 시대적 감각에 대해서는 도무지 무감각하거나 회복불능이다. 시대의 탕진이 아니라 내면의 충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눈 먼 자들의 도시에 사는 시민들은 도무지 성찰하지 않는다. 오스카 와일드의 말을 빌린다.‘애국심은 사악한 자들의 미덕이다.’ 제발, 똥이나 제대로 누라!/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2025-09-10